조용헌

로마 교황청에서 퇴마사 신부들의 모임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는 신문 보도가 있었다. 퇴마사협회에는 30개국 250명의 사제가 회원으로 가입되어 있다고 한다.

악령을 쫓아내거나 조복(調伏)받는 영적인 힘을 지닌 퇴마사는 아시아에도 많다. 불교가 국교인 태국의 승단(僧團)은 '황복파'(黃服派)와 '홍복파'(紅服派) 승려로 구분되어 있다고 들었다. 황복파 승려는 황색 옷을 입은 수행자들로 경전 공부와 참선, 대중 교화를 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일반적 성격의 승려들이다.

홍복파는 붉은색 승복을 입은 승려들인데, 이들은 평소에 무술(武術) 연마와 주문 수행에 집중한다고 한다. 태국에는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독자적인 무술 체계가 있고, 하루에 몇 시간씩 무술 연습을 통해서 악령을 쫓아내는 힘을 기를 수 있다고 믿는다. 퇴마를 하려면 일단 몸이 강건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다음에는 주력(呪力)이다. 퇴마에 효과가 있는 주문(呪文)이 따로 있다. 홍복파는 시간 날 때마다 퇴마용 칼을 소지하고, 태국의 산악지역과 호수와 강을 돌아다니며 곳곳에 숨어 있는 마귀들을 제압하고 다니는 게 일이라고 들었다.

일본에서는 퇴마사를 음양사(陰陽師)라고 부른다. 만화와 영화로도 많이 소개되었다. 일본 왕실에도 퇴마를 담당하는 정식 부서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대외비(對外秘)가 많은 일본 왕실이라서 공식적으로는 밝히지는 않지만, 혹시 발생할지도 모를 왕실 내부의 마귀 침투를 방비하기 위해서 1000년이 넘게 퇴마 부서가 존재해왔다. 몇 년 전에 필자가 알음알음으로 해서 일본 왕실 소속 퇴마사를 만나본 적이 있었는데, 서울 인사동 어느 밥집의 터 기운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내공을 지니고 있었다. 왕실 인사나 총리가 외국에 나갔다 오면 이 퇴마사가 몸 전체를 검사하는 절차가 있다고 한다.

퇴마주문(退魔呪文)으로 중국에서는 능엄주(楞嚴呪), 한국에서는 천수주(千手呪), 일본에서는 반야심경(般若心經)을 애독한다. 도교 쪽에서는 귀신 쫓는 데 옥추경(玉樞經)을 애용한다. 옥추경을 외우면 뇌성벽력의 신이 단숨에 귀신을 녹여버린다고 해서 '삭사경'(�邪經)이라고도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