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지방선거 때 사전투표한 관내 인원의 70~80%는 투표하실 것 같습니다. 예상보다 사람이 많네요"
7·30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의 격전지중 하나로 꼽히는 서울시 동작을 선거구에 속한 흑석동주민센터 사전투표소(동작을)의 한 투표 사무원은 기자에게 이 같이 귀띔했다. 그는 “오전 11시20분 현재 흑석동 사전투표소를 다녀간 유권자는 536명으로 지난 6·4 지방선거 최종 사전투표 인원(약 3500명)의 15% 수준”이라며 “오늘 내로 1000명 이상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토요일 투표율이 금요일 투표율보다 높은 편이라 무난히 지방선거 대비 70% 이상 유권자가 찾아올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번 재·보궐선거 사전투표는 흥행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전국구 선거가 아니어서 지방선거 보다 관심이 덜하고, 재보궐선거가 열리는 15곳에서만 사전투표가 가능해 관외 투표자도 적을 수 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동작을 선거구 현장의 열기는 기대 이상이었다. 동장구을 선거구는 전날 기동민 새정치민주연합 후보가 노회찬 정의당 후보 지원을 선언하며 전격 사퇴해 사실상 나경민 새누리당 후보와 노 후보의 양파전으로 압축됐다.
흑석동 주민센터 투표 사무원은 “9시쯤만 해도 지방선거에 비해 투표율이 절반도 안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관내ㆍ관외 투표자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방문한 상도 제1동 사전투표소 관계자는 “관외투표자가 오전 10시30분 현재 3명만 왔다. 그러나 관내투표자 수는 지방선거 때와 버금갈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6시에 15개 선거구, 257개 투표소에서 일제히 시작된 7·30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사전투표는 26일(토) 오후 6시까지 진행된다.
◆ 하루 전 '야권 단일화' 반영한 투표용지…유권자 위한 편의성 돋보여
이날 동작을 재·보궐 선거 투표용지에는 사퇴한 야권 후보들 이름 옆 빈칸에 ‘사퇴’란 표시가 명시돼 있었다. '사(死)표'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다.
상도 제1동 사전투표소의 투표 사무원은 “사전투표 전날 오후 6시까지 구(區) 선관위에 사퇴 신고를 하면 전산프로그램을 통해 투표 용지에 ‘사퇴’표시를 넣도록 했다”며 “다만 30일 선거 당일에는 투표용지에 ‘사퇴’표시가 없고 투표소에 사퇴공고를 붙일 예정인데, (선거용지)인쇄가 이미 진행중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입증된 사전선거의 편리함은 이날도 유효했다. 대부분의 유권자들은 3분 내로 투표를 마치고 길을 나섰다. 70대 박 모씨는 “크게 붐비지 않고 편해서 지난 지방선거에 이어 사전투표소를 다시 찾았다”고 말했다. 과거 교편을 잡았던 윤 모씨(75)는 “사전투표제로 투표율이 높아지면 선거에 민의(民意)가 반영될 확률도 그만큼 높아질 것”이라며 “(사전 투표제도의)편의성도 뛰어나기 때문에 더욱 확대 실시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 노년층 유권자가 다수…선거 결과 놓고 의견 '분분'
이날 투표소에는 젊은 유권자보다 나이 지긋한 노년층 유권자들이 눈에 더 많이 띄었다. 일부 노년층 유권자는 투표와 함께 이날 처음으로 지급되는 ‘기초연금’ 지급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주민센터에 들르기도 했다.
선거 결과에 대해서는 유권자 간 의견이 엇갈렸다. 동작구에서 30년 이상 살았다는 권 모(59)씨는 “원래 이 지역(동작을)은 야당 성향이 강한 동네였지만 최근에는 여당쪽으로 분위기가 기울었다”며 “여당을 뽑아야 재개발 등 사업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반면 휴가 중이라는 30대 회사원 남성 유권자는 "세월호 법안이 통과가 안 돼 여당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동작을의 야권 후보가 단일화됐다"며 "야당의 승리를 예상한다"고 말했다.
전격적으로 이뤄진 야권 단일화에 대한 의견도 분분했다. 자신을 택시 운전사라고만 밝힌 한 중년 남성은 “정당끼리 지역 갖고 흥정하고 장사하는 것일 뿐, 국익에는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일”이라며 “사퇴할 거면 처음부터 나오지 말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학생 이 모(24) 씨는 “야당의 선거 전략상 그럴(단일화 할) 수 있다고 본다”고 야당을 두둔했다.
한편 이날 오후 3시 기준 7·30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사전투표율은 전국 평균 2.23%였고 동작을은 평균보다 높은 2.64%였다. 전남 순천시·곡성군의 사전투표율이 4.14%로 가장 높았고 부산 해운대구·기장군갑이 1.23%로 가장 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