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상담을 하면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가 퇴직금이나 연금은 어떻게 되느냐 하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50∼60대 부모들은 자녀의 학비나 결혼 비용에 재산의 대부분을 투자하다 보니 결국 남는 것이라고는 대출이 끼어 있는 집 한 채와 퇴직금이 전부인 경우가 많다. 그에 따라 황혼 이혼을 생각하게 되는 경우 자연스레 연금과 퇴직금의 재산 분할 여부에 관심이 많아지게 된다. 2년 전 연금을 분할하라는 하급심 판례가 나오면서 더욱 뜨거운 이슈가 되었는데, 이후 인정하는 판결과 인정하지 않는 판결이 엇갈리면서 그에 관련한 대법원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6월 19일, 결론을 가늠할 수 있는 잣대가 되는 대법원 공개변론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공개변론은 2003년 '출가 여성의 종중원 자격 확인' 소송에서 처음 시도된 것으로,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거나 사회적 가치판단과 직결될 경우 공개적으로 변론을 열어 전문가와 참고인 등의 의견을 듣는 방식이다.
이미 지급받은 퇴직금은 재산 분할 대상이다. 그러나 아직 퇴직하지 않은 상황에 특정되지 않은 퇴직금 즉, 미래에 받게 될 퇴직금은 현재까지의 판례로 보면 '재산 분할 대상이 아니다'에 가깝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1995년 "퇴직금을 받을 개연성만으로는 재산 분할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결한 바 있기 때문이다. 향후 근무 연수 등에 따라 얼마가 될지, 또 언제 받을지 등이 불확실한 재산은 나눔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법조계에서는 이 판례를 근거로 이미 받은 퇴직금이나 연금은 재산 분할 대상이지만, '향후 수령할 퇴직금이나 퇴직연금'은 재산 분할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정설로 보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실무에서는 퇴직금이 있는 배우자와 그렇지 않은 배우자의 기여도를 조정하는 것으로 처리를 해오곤 했다.
공개변론이 있었던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40대 동갑내기 부부가 가정불화로 14년간의 결혼생활을 끝내고 이혼소송을 시작했다. 재산 분할 문제를 놓고 다투는 이 부부에 대해 1심, 2심 재판부는 아내 40%, 남편 60% 비율로 재산을 나누라고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이 사건은 다시 대법원으로 올라가게 되었다. 향후 아내가 퇴직하면 받게 될 퇴직금도 나눠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 남편 측이 상고했기 때문이다. 교사인 아내의 퇴직금은 약 1억여 원, 연구원인 남편은 4000만 원 정도가 예상되는 상황. 과연 이들 부부의 퇴직금은 나눠 갖는 것이 맞을까.
퇴직 전에 이혼할 수밖에 없는 배우자 입장에서는 어찌 보면 대부분의 재산이 퇴직금으로 쌓여 있는데도 이를 분할받지 못하는 상태에 놓이고, 지급된 퇴직금은 재산 분할이 되는데 지급되지 않고 쌓여 있는 퇴직금은 재산 분할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형평에 맞지 않는다고 느낄 수 있다. 게다가 연금법 개정으로 퇴직금 중간정산도 할 수 없는 상황인 데다 국민연금이 분할되는 것과 비교해본다면 더더욱 그러하다. 이에 대해 혼인이 늦어지거나 재혼인 경우 이를 분할한다는 것은 부당하다는 반대 측 주장이 있으나 이는 재산 분할 비율로 조정해야 할 부분일 뿐, 이를 전부 재산 분할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보아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전향적인 판결 결과를 기대하며 앞으로 이와 관련한 연금법 개정까지 기대해본다.
입력 2014.07.22. 17:24업데이트 2014.07.26.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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