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순천에서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으로 추정되는 변사체가 발견돼 유병언·대균 부자(父子) 수사가 급전환기를 맞은 가운데, ‘변사체는 유씨가 맞다’는 경찰의 공식 발표에도 불구하고 여러가지 의문점이 제기되고 있다.

유씨는 평소 술을 즐기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으나 변사체 주변에선 다량의 술병이 발견됐고, 수천억 대의 재산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유씨가 마치 노숙자와 같은 ‘겨울 복장’으로 발견된 점 등이 그것이다. 최소 5월 25일까지는 생존해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유씨가 단기간에 시신의 부패가 진행돼 ‘백골’처럼 된 것도 수사팀이 풀어야 할 미스터리 중 하나다.

22일 오전 전남 순천시 순천경찰서 3층에서 우형호 서장이 브리핑을 통해 "지난달 12일 순천시 서면 한 밭에서 발견된 시신의 지문을 분석한 결과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과 일치했다"고 밝히고 있다. 경찰이 공개한 유 전 회장 유류품 중 계열사에서 생산된 것으로 확인된 스쿠알렌.

◆술 즐기지 않는 유씨…변사체 주변에서 발견된 술병

경찰이 지난달 12일 발견된 변사체를 유씨라고 ‘확신’한 결정적 증거 중 하나는 현장에 널려 있던 물품들이었다. 경찰은 변사체 주변에서 구원파 계열사의 제품인 ‘스쿠알렌’ 빈 통이 발견됐으며, 함께 발견된 가방 안 쪽에는 유씨의 저서 제목인 ‘꿈 같은 사랑’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장에는 이들 물품과 함께 막걸리 1병, 소주 2병이 빈 채로 발견된 것으로 전해져 의문이 일고 있다. 유씨는 평소 유기농식품만 먹는 등 음식에 까다롭기로 유명하고, 술은 전혀 입에 대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구원파 이태종 대변인도 “유병언 전 회장은 평소 술을 전혀 입에 대지 않는 사람”이라고 여러 차례 말했었다. 이 대변인은 유씨의 시신 발견 소식에 “변사체 주위에 막걸리 병 등 술병이 많이 놓여 있었다는데 유병언 전 회장은 술을 전혀 마시지 않는다. 따라서 해당 변사체는 유병언 전 회장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한 여름에 겨울 옷… 왜 노숙자 복장을?

경찰에 따르면 유씨는 발견 당시 두꺼운 겨울 점퍼에 벙거지 모자를 쓰고 있었다. 거기에 내복까지 입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무더위가 시작됐던 지난달 12일 변사체가 발견됐다는 걸 감안하면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또 유씨는 재산 수천억원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초라한 행색의 시신으로 발견됐다. 유씨의 핵심 조력자로 지명된 사람도 ‘김엄마’, ‘신엄마’ 등 여러 명이고, 그의 도주를 방조했다는 혐의로 입건된 사람도 수십 명인데 유씨가 홀로 시체로 발견된 점도 석연치 않다.

일각에선 유씨가 홀로 배회하다 결국 자살했을 가능성을 제기하지만, 현장에선 어떤 유서도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변사체 주변에 신발이 나란히 놓여 있었다는 점은 자살 가능성을 높여주는 단서다. 경찰은 1차 부검결과 사체에 칼자국 등 타살 증후는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세월호 실소유주인 유병언(73·지명수배) 전 세모그룹 회장이 지난 달 12일 전남 순천시 서면의 한 매실밭 풀 숲에서 숨진채 발견된 가운데 22일 현장에 남아있는 흰 머리카락과 뼛조각. 시신이 발견된 곳은 유병언이 머물렀던 송치재 별장에서 2~3㎞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5월 25일까지 생존해 있던 유씨, 불과 2주만에 ‘백골’로?

‘유씨 사망설’의 또다른 미스터리는 유씨가 ‘백골’ 상태로 발견됐다는 점이다. 유씨는 최소 5월 25일까지는 살아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검찰의 발표로 뒷받침된다. 검찰 수사팀은 과거 유씨가 5월 25일까지 순천 송치재 별장에서 생활해 왔다고 발표하며, 그의 도피를 도운 구원파 신도 4명을 체포했었다.

그런데 유씨로 추정되는 변사체가 발견된 건 지난달 12일이다. 만약 유씨가 5월 25일 당일 사망했다 치더라도, 불과 18일 만에 멀쩡한 시신이 부패돼 백골 상태까지 됐다는 얘기다. 구원파 이태종 대변인도 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며 “지난 5월 25일까지 유 전 회장이 살아있었다는 것은 분명하다. 경찰이 순천에서 지난달 12일 발견한 사체는 이미 상당히 부패된 상태라고 하는데 불과 2주 만에 부패가 그 정도로 진행됐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시신이 초여름 야산 매실밭에서 발견된 만큼, 일반적인 경우보다 훼손 및 부패가 빨리 진행됐을 가능성도 있다.

한편 전남 순천경찰서는 22일 오전 브리핑에서 “지난달 12일 순천시 서면 학구리의 매실밭에서 발견된 시신의 대퇴부 뼈에서 채취한 DNA와 오른손에서 채취한 지문을 분석한 결과 유병언 전 회장으로 확인됐다”며 “육안으로 볼 수 있는 타살 정황은 드러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현재 유씨로 추정되는 시신은 서울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 옮겨져 정밀 부검 중이다.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 및 유병언 전 회장 관련 정정 및 반론]

지난 4월 16일 세월호 참사 이후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 및 유병언 전 회장 관련 보도들에 대해 조선닷컴은 기독교복음침례회 및 유 전 회장의 유족과 합의를 통해 다음의 통합 정정 및 반론보도를 게재합니다.

1. 구원파가 오대양사건과 관련 있다는 보도에 대하여

오대양 집단자살 사건을 1987년과 1989년 그리고 1991년 검경의 3차례 집중적인 수사를 통해 기독교복음침례회 교단 및 유병언 전 회장과 관련이 없음이 밝혀졌으며, 지난 5월 21일 인천지검에서 공문을 통해 관련이 없음을 확인해 준 바 있습니다.

2. 구원파의 교리 폄하 및 살인집단 연루성 보도에 대하여

일부 언론은 기독교복음침례회 교리를 한번 구원 받으면 무슨 죄를 지어도 상관없다는 식으로 가르치며, 유병언 전 회장의 사업이 하나님의 일이며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는 것이 구원이고 예배라는 교리를 가졌다고 보도하였으나 해당 교단에서 보낸 공식문서와 설교들을 확인한 결과 그러한 교리가 없음을 확인하였습니다.

3. 이준석 선장을 비롯한 선원들이 구원파 신도라는 보도에 대하여

세월호 사고 당시 먼저 퇴선했던 세월호 선장 및 승무원들은 모두 기독교복음침례회 신도가 아니며, 다만 승객을 먼저 대피시키다 사망하여 의사자로 지정된 故정현선 씨와, 승객을 구하다가 의식불명 상태로 구조된 한 분 등, 2명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4. 기독교복음침례회에서의 유병언 전 회장 지위 관련 보도에 대하여

기독교복음침례회는 유병언 전 회장이 교주도 총수도 아니며, 유병언 전 회장은 1970년대 극동방송국 선교사들로부터 목사 안수를 받은 사실은 있으나 목회활동을 한 사실은 없으며 기독교복음침례회는 평신도들의 모임으로 목사가 없음을 밝혀왔습니다.

5. 금수원 관련 보도에 대하여

일부 언론은 금수원의 폐쇄성과 반사회적 분위기를 보도하였으나 기독교복음침례회 교인들은 금수원을 자유롭게 출입하고 있으며, 행사 때는 외부인들도 자유롭게 출입 가능하여 폐쇄적인 집단으로 매도하는 것은 명백한 오보라고 밝혀왔습니다.

6. 기독교복음침례회 및 유병언 전 회장의 5공화국 유착설 보도에 대하여

일부 언론은 유병언 전 회장이 1980년대 전경환 씨와의 친분 관계와 전두환 대통령의 5공화국과의 유착관계를 통해서 유람선 사업 선정 등 세모그룹을 급성장시킬 수 있었다고 보도하였습니다. 그러나 유병언 전 회장과 기독교복음침례회는 5공화국과 유착관계가 없었으며 지난 5월 21일 인천지검에서 공문을 통해 이를 확인해 준 바 있습니다.

7. 유병언 전 회장의 50억 골프채 로비설 보도에 대하여

일부 언론은 유병언 전 회장이 사돈을 동원하여 50억 상당의 골프채로 정관계 인사들에게 로비했다고 보도하였으나, 지난 10월 검찰이 해당 로비설은 사실이 아니고 세모도 정상적인 절차를 통해 회생하였음을 확인해 준 바 있습니다. 이에 해당 기사를 바로 잡습니다.

8. 유병언 전 회장 작명 관련 보도에 대하여

일부 언론이 보도한 것과 달리 ‘세월호’의 이름은 세상을 초월한다는 의미의 ‘세월(世越)’이 아닌 ‘흘러가는 시간’을 뜻하는 세월(歲月)이며, 유병언 전 회장의 작가명인 ‘아해’는 ‘야훼’가 아닌 어린아이를 뜻하며 기업명인 ‘세모’는 삼각형을 뜻하고, 안성의 ‘금수원’은 ‘짐승’을 뜻하는 ‘금수’가 아닌 ‘금수강산’에서 인용한 ‘비단 금, 수놓을 수’의 뜻인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9. 유병언 전 회장의 해외 망명 및 밀항 시도 관련 보도에 대하여

유 전 회장의 해외 망명이나 밀항 시도는 검찰 수사 결과 사실 무근으로 확인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