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최나영 기자] 영화 '군도:민란의 시대'(이하 군도, 23일 개봉)에서는 배우 하정우가 강동원보다 나이가 어리게 나온다. 실제 하정우는 37세, 강동원은 34세. 물론 배우가 본인의 실제 나이보다 어리거나 반대로 많은 역을 맡는 것은 허다하나 이번 케이스는 조금 특별해보인다. 그리고 말이 된다. 왜일까.
'군도'는 조선 후기 탐관오리들이 판치는 세상을 통쾌하게 뒤집는 의적들의 액션 활극. 이미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를 통해 영화 속에서 하정우가 연기한 도치 캐릭터가 18살이라고 알려져 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여기에 더해 영화 속에는 강동원이 분한 조윤이 19세에 최고 실력의 무관이 되고 그 이후 고향에 내려와 세력을 행사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영화 속에서 확연히 드러나지는 않으나 조윤이 도치보다 나이가 많은 설정인 것이다.
연출을 맡은 윤종빈 감독은 OSEN과의 인터뷰에서 이에 대해 "조윤 강동원이 아마 27~28살 쯤되고 도치 하정우가 그보다 10살 어린 설정이다"라고 설명했다.
극 중 조윤이 도치보다 10살 정도 나이가 많다는 것은, 영화 감상의 이해를 돕는 데 큰 한 몫을 할 것으로 여겨진다.
도치는 가족을 잃는 아픔을 겪은 후 타고난 패기로 군도의 수장이 되지만 사실 순수하면서도 어리바리하며 때로는 열정이 앞서는 인물. 그렇기에 냉철하고 계획적이며 서늘한 카리스마를 지닌 조윤에 비해 아이 같은 느낌을 준다. 특히 도치가 속한 군도 무리는 여럿이 뭉쳐 조윤을 상대하지만 조윤은 만만치가 않다. 조윤이 이들보다 나이가 훌쩍 많다는 것은 이 스토리에 설득력을 안겨 준다.
하정우가 유연한 연기 스펙트럼을 지닌 연기자란 것도 한 몫한다. 동안으로 유명한 강동원보다 열 살 정도가 어린 역이라 할지라도 관객들을 자연스럽게 믿게 만드는 힘이 있다. 윤종빈 감독 역시 "흔히 말하는 천의 얼굴을 넘어 축복받은 얼굴이다. 어떤 역할을 해도 전부 소화가 되니까. 인텔리부터 최 하층민까지. 앵커든 조선족이든 어떤 역을 해도 잘 어울리는 축복받은 얼굴이다. 그렇게 다양할 수 있다는 건 정말 굉장한 거다"라며 하정우의 넓은 연기 폭에 대해 설명했다.
이런 신뢰감 있는 배우 하정우의 밑바탕에서 '아름다운 악역' 강동원이 뛰어 놀았다. 군도 무리들과 대비되는 화사함(?)을 뽐내는 강동원은 하정우와는 또 다른 지점에서 관객들의 눈길을 잡아 끈다.
관객이 두 배우에게 각자 원하는 바가 다르고, 두 배우 역시 관객들에게 어필하는 것이 다르기에, 나이 같은 건 중요하지 않은 부분도 있다. 윤종빈 감독은 강동원에 대해서는 "테스트 촬영할 때 느꼈는데, 솔직히 어떻게 찍어도 다 멋있다. 배우들이 보통 멋있는 각이 있고 없고 그런데 다 멋있더라. 그런 건 피할 수 없는거다"라고 강동원의 타고난 배우로서의 생김새를 극찬했다.
여기에 이 같은 나이 설정이 거슬리지 않는 이유는, 작품 자체의 성격 때문인 것도 크다. 예쁘장한 강동원이 상남자 하정우보다 어른으로 나와 낯설 거라고 추측한다면 섣부르다. 마카로니 웨스턴풍의 이 조선 사극은 관객들에게 신명나는 판타지를 제공한다. 인물들은 한 개인이라기 보다는 민초, 양반 등으로 상징화 돼 있다.
더욱이 영화에서 나이는 개그 코드로 쓰인다. 도치가 18세임을 각인시키는 장면에서는 웃음을 참기 힘들다. 극 중 군도의 힘 담당 천보를 연기한 마동석 역시 강동원보다 나이가 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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