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여성 듀오 '미미 시스터즈'가 첫 앨범을 낸다고 했을 때 큰 기대를 했다. 밴드 '장기하와 얼굴들'의 뒤에서 물방울무늬 원피스에 짙은 선글라스를 끼고 손을 흐느적거리며 춤추는 그들의 모습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백댄서인 줄 알았는데 자신들의 음악을 하겠다며 장기하와 결별했다. 그리고 김창완 밴드, 로다운30 등 쟁쟁한 뮤지션이 참여한 첫 앨범 '미안하지만… 이건 전설이 될거야'를 내놨다. 전설이 되기엔 한참 모자란 앨범이었다. 대중의 호응도 그저 그랬다. 그렇게 잊히는가 싶었는데 최근 2집 '어머, 사람 잘못 보셨어요'를 냈다. '그때 사람 잘못 봤나'란 생각이 들 만큼 음악이 좋았다. 지난 15일 서울 서교동 한 카페에서 미미 시스터즈를 만나 일취월장(日就月將)의 비결을 물었다.

"3년 동안 정말 음악 공부 열심히 했어요. 보컬 레슨도 하루도 쉰 적 없어요."

미미 시스터즈는 서로를 ‘큰 미미(오른쪽)’와 ‘작은 미미’로만 소개할 뿐 일체의 신상을 공개하지 않는다. 30세가 넘었다는 힌트만 줬다.

두 사람은 1집의 흥행 실패 이후 '뭐가 모자랐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 독특한 콘셉트나 남의 힘을 빌려 만든 음악의 한계를 깨달은 것. 이번엔 자작곡으로만 앨범을 채우고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테마도 잡았다. '뭘 좀 아는 언니들의 연애'다. "우리의 경험을 바탕으로 좀 더 많은 공감을 받을 수 있는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는데, 그게 결국 연애더라고요."

첫 곡 '나랑 오늘'은 1950년대 미국 모타운 풍의 흥겨운 팝 사운드가 귀에 먼저 들어오지만 결국 "나랑 연애할 사람/ 이리와"라는 노골적인 가사에 웃음 짓게 되는 노래다. 타이틀곡 '택시로 5분'도 맘에 드는 상대와 자신의 집 거리가 "궁합도 안 본다는 택시로 5분"이라며 유혹하는 내용이다. 첫 곡에서 슬며시 미소 짓다가 마지막 곡에선 소리 내 웃게 되는 앨범이다.

두 사람은 앨범의 완성도를 좌우하는 사운드에 대해 "오롯이 프로듀서 이병훈 오빠의 공(功)"이라고 했다. 이상은과 가을방학의 앨범을 완벽에 가깝게 빚어낸 그의 솜씨는 이번 앨범에서도 여전하다. 단 한 곳의 빈 부분도 허용할 것 같지 않은 촘촘한 사운드가 얄미울 정도다.

"예전엔 재밌는 퍼포먼스나 스타일로 주목을 받았지만, 이번엔 좀 더 우리의 음악을 들려주는 것에 집중하고 싶어요. 예전부터 고수했던 복고풍 의상도 버렸죠."

다만 짙은 선글라스만은 여전하다. 자신들의 정체성이라고 한다. 이들은 데뷔 후 지금까지 이름과 나이도 밝히지 않고 있다. 자신들의 콘셉트를 버리고 신상을 공개하는 건 팬들에 대한 배신이라는 논리다. "선글라스를 안 하고 거리를 지나면 간혹 알아보는 골수팬이 있어요. 그런데 모르는 척 지나가더라고요." 1집에서 실패한 가수가 2집에서 재기하는 일은 드물다. 이런 팬들 덕분에 미미 시스터즈가 계속 음악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