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지훈은 요물이다. 영화 '좋은 친구들'에서 분명 나쁜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불쌍하게 끝을 맺는다. 나쁜 놈 할거면 끝까지 나쁘게 가던지, 왜 불쌍해져서 응어리에 남게 하는 건지. 인터뷰때도 마찬가지다. 솔직하다 못해 적나라한 그의 표현을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담아내야 할 지 난감하게 만든다. 벼르고 있던 기사꺼리 조차도 보호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그는 분명 요물이다. 그런데 이 요물, 정말 매력있다.
- '좋은 친구들'을 보면 주지훈이 맡은 인철 역이 지성이나 이광수가 맡은 역에 비해 비중이 크다. 사건을 만들고, 그 중심에 서 있는 친구이지 않나.
▶현장에서도 그렇고 연기적으로도 그렇고, 사실 지성 형이 바탕을 잘 잡아줬다. 형이 맡은 현태 역할이 대본을 봐도 좀 어려운 캐릭터다.
-인철 역을 하면서 부담 좀 있었겠다. 허구지만 마냥 나쁜 악역도 아니고, 있을 법한 악역을 소화하기란 어렵지 않나.
▶그런 질문들을 좀 받았는데, 악역이라고 몸을 사린다면 배우가 아니지 않을까. 그런 건 아예 신경 끄고 몰입했다. 세상에 완전한 선이나, 악이 존재하기 힘들지 않을까. 항상 선택의 기로에 놓여있는 게 삶이고. 영화니까 큰 사건으로 보여지는 것이지 않겠나. 예를 들면, 친구의 티를 하나 빌렸는데, 내가 더 입고 싶어서 까먹은 척하고 그럴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영화에서 내 역할이 어떤 분에게는 거부감을 줄 수도 있지만, 그러면서도 공감이 간다는 말은 칭찬이라고 생각한다.
-실제 본인이라면 현태와 민수(이광수) 중에 누구에게 더 미안할까.
▶정말 쉽지 않은 문제다. 우리끼리도 그런 이야기를 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답이 나오지 않는다. 어려운 문제다.
-세 친구 역할 중에 가장 인간적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인철이란 인물에 대해 '나는 인철이 이해간다'라고 말하기 참 꺼려지는 캐릭터다. 말로는 못하지만, 누구에게나 가지고 있는 DNA가 아닐까. 남에게 피해주면 안되는 것이라 배웠지만, 결국 인간도 동물이니 말이다. 본능에 충실한 부분이 분명 있을 수 밖에….
-나쁜 친구인데 왜 이렇게까지 불쌍하게 느껴질까.
▶사실 모두 불쌍하다. 아무도 악의는 없는데, 인철이 또한 악의로 그러진 않았다. 아무도 악의 없이 행한 행동으로 불행이 닥쳐왔을 때, 그게 엄청난 피해로 이어진다. 모두 다 피해자다. 인철조차도…. 참, 그런데 기사쓰기 힘들겠다. 스포일러를 자꾸 말하게 된다. 하하.
-그래서 결말에 대한 궁금증을 물어보는 게 맞는 지 고민 중이다.
▶ 친한 친구 사이에 솔직하게 말하지 못하는 부분이란 게 분명 있다. 빛이 밝을수록 그림자가 더 짙은 법이다. 다 알아줄거라 생각하면서도 미안하고 이 관계가 소중하기 때문에 이 친구가 과연 날 용서해줄 수 있을까 하는 망설임에 더 혼란스러운 건지도 모른다. 그게 참 어려운 부분이다.
-이 영화가 배우 주지훈에게 편한 옷이었다고 봐도 될까.
▶재밌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몇몇 작품이 끝나고부터 매 번 들었던 말이더라. 사실 인터뷰하면서 내 자신도 깨닫는데 말이다. 데뷔작인 '궁'때 시청률은 너무 잘 나왔지만 멋진 척하는 캐릭터였다. 좀 멋있는 남자 캐릭터를 했었는데, 시청률이 잘 나오다 보니 계속 그 이미지에 맞는 작품이 들어왔었다. 조금 다른 종류의 작품을 했더니 편하지 않느냐고 그렇게 묻더라.
-하고 싶은 역을 맡을 수 있는 위치가 되지 않았나.
▶하하.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싶다고 기다릴 수만은 없더라. 그래서 직접 찾아가서 졸랐다. 찾아가서 달라고, 그래서 돈도 많이 못 벌었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려면 개런티를 깎아야 하더라.(웃음) 영화 '키친'도 그랬고, 뮤지컬도 그랬다.
-추진력이 강한 성격인가보다.
▶성격에 중간이 없다. (남의 말 안듣나?) 하하. 귀가 얇다. 그래서 잘 안 만나려고 한다. 누가 좋다고 하면 바로 추진해버리니까. 그래서 TV도 잘 안보는 편이고, '무한도전' 정도 본다.
-남자 성격이 짙어보인다. 꽃미남으로 불렸는데.
▶완전 마초다. 근데 꽃미남으로 불리지 않나. 그래서 욕을 먹는다. 사실 외모도 남자들보다 여자들이 좋아하는 외모지 않나. 남자들은 날 보면 "뭐가 잘생겼어?"라고 한다. 하하.
-여자친구에게도 그런 편인가.
▶여자친구가 원하는 것을 알긴 하는데 간지러워서 잘 표현 못하는 성격이다. 고마우면서도 주지훈의 여자친구로 그 친구가 알려진다는 게 한편으로 미안함이 있다. (오프 더 레코드로 그는 여자친구에 대한 속깊은 진심을 털어놨다.)
-배우로 산다는 게 2014년 주지훈에게 어떤 의미일까.
▶상투적이지 않게 대답하고 싶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사람을 만날 때도 계속 만날 때마다 좋아지는 사람이 있지 않나. 그럴 때 '나는 쟤가 이런 면이 좋아요', '나는 걔가 이럴 때 좋아요'라고 굳이 이유를 붙일 때가 있다. 실은 이유가 있어서 좋아하는 게 아니라 좋아서 이유를 찾는 것인데 말이다. 내게 배우란 일이 그렇다. 이토록 긴 시간을 하면서 이만큼 설레는 일이 또 있을까. 솔직히 연애도 이만큼 긴 시간(8년)을 해본 적이 없다. 물론 상처받은 일도 많았지만, 개인적으로 설레는 이 일을 계속 하고 싶다.
유난히 오프 더 레코드가 많은 인터뷰였지만, 처음 본 기자에게 이토록 가식없이 대할 수 있다는 것은 주지훈이기 때문일거다. 재능있는 자, 노력하는 자를 이길 수 없다. 노력하는 자, 좋아서 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 인터뷰 끝에 스치는 단상. 주지훈은 연기가 좋아서, 신바람 나게 쏟아붓는 진짜 배우였다.
김겨울기자 winte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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