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가족과 여행을 떠나는 고교생 김모(17)양은 오는 22일 방학을 앞두고도 마음이 무겁다. 여름방학이 3주에 불과해 가족여행을 다녀오자마자 2학기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학교 측은 "방학이 짧은 것은 수업 시수(時數)를 채우기 위해 불가피하다"고 말하지만, 김양을 비롯한 학생들은 "여름방학이 짧아도 너무 짧다"고 불만이다. 3주 여름방학 중 2주 보충수업에 참여하면 실질적인 방학 기간은 1주일에 불과한 고등학교도 있다.

오는 17일 방학식을 하는 서울 성신초등학교를 비롯해 전국의 초·중·고교가 이번 주와 다음 주 여름방학에 들어간다. 일부 학교는 여름방학을 예년보다 열흘 이상 줄여 학생과 학부모들 불만이 커지고 있다.

주 5일제에도 수업 시수는 그대로

올해 서울에 있는 초등학교의 평균 여름방학 기간은 30일로, 주 5일 수업을 도입하기 전인 2011년(평균 42일)보다 12일 짧아졌다. 같은 기간 중·고교 여름방학도 평균 33~34일에서 25일로 열흘 가까이 줄었다.

방학이 이렇게 줄어든 이유는, 지난 2012년 초·중·고교에 주 5일제가 전면 시행되면서 수업하는 날은 줄었는데, 학교가 지켜야 하는 수업 시수(교과목 이수에 필요한 시간 단위)는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현행 평균 수업 시수는 초등학교의 경우 1교시 40분씩 연간 830∼1088시간, 중학교는 1교시 45분씩 연간 1122시간, 고등학교는 1교시 50분씩 연간 1156시간이다. 그런데 토요일도 쉬게 되면서 수업 일수가 줄었기 때문에 방학을 줄여 수업 시간을 늘려야 하는 것이다.

8월 중순 등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 개학을 하게 되는 경우도 많아졌다. 또 기말고사가 끝난 뒤 방학이 시작하기까지 기간에 교과 수업 대신 영상물을 틀어주는 등 부실한 수업을 하는 학교도 있다. 짧은 여름방학에 대한 민원이 커지자 지난해 민병희 강원교육감은 "무더위를 피하기 위해 여름방학을 조금 더 늘리고, 교육부에 수업 시수 조정을 요청하는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지난해 한국교육개발원의 조사에 따르면, 여름·겨울을 포함한 우리나라 초·중·고교의 방학 기간은 평균 78일이다. 프랑스는 120일, 핀란드는 105일, 미국은 102일 등으로 100일이 넘는다. 영국(91일)·일본(84일)·캐나다(83일) 등 한국교육개발원이 집계한 다른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에 비해서도 짧은 편이다.

교육부, "방학 길면 학력 저하"

이런 논란에 대해 교육부는 방학을 위해 수업 시수를 대폭 줄이면 학력이 저하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교육부 관계자는 "각 학교의 방학 기간은 학교운영위 심의를 거쳐 결정되므로, 학교 특성에 맞게 정할 수 있는 자율성이 있다"며 "토·일 쉬고 방학도 늘리겠다고 수업 시수를 줄이자는 것은 지나친 요구"라고 말했다. 서울 강남의 한 고교 교장도 "수업 시수는 해당 교과목 교사의 권한과 마찬가지이기에 수업 시수를 줄이자는 논의가 합의에 이르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교사와 학부모들 중엔 방학 기간을 늘리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이들도 있다. 서울 서초구의 한 고교 교장은 "방학이 길면 부모들이 자녀를 가만두지 않고 학원에 보내기 때문에 학생들이 더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고1 아들을 둔 학부모 정모(43)씨도 "우리처럼 부부가 맞벌이인 경우엔 방학이 짧아야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짧은 여름방학에 대한 논란에 대해 이선영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는 "무더위 개학을 피하기 위해 수업 시수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