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이 어른이 됐다. 동시에 18년간의 종횡무진도 끝이 났다. 인천 최강을 가리는 고교생들의 혈투와 우정을 그린 학원만화의 전설 ‘짱’이 15일 발간되는 만화잡지 ‘코믹챔프’에서 18년의 대장정을 끝낸다. 전날 마지막 원고를 출판사에 넘긴 임재원(44) 작가를 지난 12일 경기 일산 작업실에서 만났다.

1996년 고1이었던 주인공 현상태는 18년간 교복만 입다 마지막 권에서 비로소 형사가 돼 옷을 바꿔 입는다. 연재 기간이 워낙 길다 보니 고1 땐 삐삐, 고2 땐 피처폰, 마지막 회엔 스마트폰을 쓰는 기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임씨는 "질질 끌다 만화를 망치는 건 예의가 아닌 것 같았다"고 털어놨다. 학원만화 최장기 연재, 단행본 74권에 판매 350만부. '슈퍼짱' '챔프짱' '난 짱이다' 같은 아류가 판쳤지만 원조가 꿋꿋이 살아남은 것도 만화와 함께 나이 먹어간 열혈팬들 덕분이었다. 임씨는 "18년간 정붙이고 서점 찾아준 독자들이야말로 진짜 짱"이라고 말했다.

임재원 작가가 74권에 이르는 ‘짱’ 단행본을 늘어놓고 그 위에 섰다. 그는 “벌이가 좋진 않아도 초등학교 때 만화가를 꿈꾼 뒤 한 번도 후회하지 않았다”며 웃었다.

'짱'은 그의 첫 장기 연재물이다. 전과(全科)만 만들던 동아출판사에서 1995년 야심차게 창간한 만화잡지 '보이스클럽'에 데뷔작 '영캅스'를 연재했지만 잡지가 6개월 뒤 폐간했다. 차기작 '오리엔탈 특급'은 재미없다는 이유로 6개월 뒤 계약 해지됐다. 그리고 '짱'이 탄생했다. "당시 가장 인기 있던 아이템이 학교 폭력이었어요. 액션에 자신 있었고, 최소 '중박'은 친다는 얘기에 시작했죠."

쌈박질을 부추긴다거나 '일진 문화'를 미화한다는 비난은 다반사였다. "팬레터인 줄 알고 뜯었는데 웬 학교 선생님 편지더라고요." 내용은 이랬다. '꼭 이런 걸 그려가면서까지 먹고살아야겠습니까?' 임씨는 만화 1권 책날개에 '짱'의 정의를 써넣었다. '부모에 효도하고 스승을 공경하고 쓰레기 분리수거에 적극 협조함은 물론 저축을 생활화하며….' 정작 만화가 전하는 메시지는 이렇다. "싸워봤자 부질없다."

"체력이 부쳐 출판사 직원과 단둘이 일본 도쿄에 바람 쐬러 간 적이 있어요. 지하철에서 사람들이 죄다 만화잡지를 보고 있는 거예요. 만화가 전 국민의 사랑을 받는다는 게 부럽더라고요." 그가 다짐하듯 말했다. "재밌어야 해요. 웹툰이든 종이만화든, 독자를 데려오려면 무조건 재밌어야 합니다."

준비 중인 차기작은 웹툰이다. 조선시대에 벌어지는 액션 활극으로, 제목은 ‘우투리’다. “우두머리의 옛말로, ‘짱’의 고어(古語)쯤 된다”며 씨익 웃었다. 일관성이 무서울 정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