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라마다서울호텔에서 투숙객 박모씨가 호텔 방문을 걸어 잠근 채 인화물질을 뿌리고 분신자살 협박을 해 경찰과 대치 중인 가운데 소방차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대기하고 있다.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 강남구 삼성동 소재 라마다서울호텔에서 발생한 분신자살 협박 소동이 인명피해 없이 밤샘대치 끝에 10시간여 만에 종료됐다.

성매매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 혐의 등으로 수배돼 이날 분신자살 소동을 일으킨 박모(48)씨는 현장에서 체포됐다.

9일 경찰,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6시6분쯤 박씨가 묵고 있는 7층의 한 객실 인근에서 휘발유 냄새가 난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경찰 등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박씨는 방문을 걸어 잠근 채 경찰과 대치하면서 문병욱(62) 라미드그룹(전 썬앤문그룹) 회장과 면담을 요청했다.

그러나 지방출장 중인 문 회장은 현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박씨의 친동생과 지인, 강남경찰서 등 경찰 관계자 등이 옆 객실에서 박씨와 전화통화를 통해 설득을 계속했다.

결국 경찰은 대치 10시간여 만인 이날 4시50분쯤 박씨가 스스로 호텔 객실 방문을 열고 나오자 방화예비와 업무방해 혐의로 박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박씨는 지난해 말 성매매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돼 수배상태이기도 했다. 박씨는 현재 강남경찰서로 이송돼 조사를 받고 있다.

폐쇄회로(CC)TV 분석 결과 박씨는 전날 오후 5시쯤 호텔에 입실하면서 휘발유 등이 들어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여행용 가방을 들고 왔다.

박씨는 그동안 과거 호텔 지하에서 운영하던 룸살롱의 권리금, 인테리어비용 등을 보상해 달라고 요구해 왔다.

운영하던 유흥업소는 성매매알선 사실이 적발돼 지난 2012년 6~7월 호텔과 함께 영업정지를 당했고 이후 호텔 측에 명도이전된 것으로 전해졌다.

오도환 호텔 대표는 "호텔에서 박씨가 운영하던 업소를 내보낸 적이 있다"며 "이에 앙심을 품고 불을 지르려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호텔 측은 올해 초부터 박씨의 업소 자리에 푸드코너, 피트니스클럽 등 시설을 짓고 있다.

문 회장은 지난해 12월 호텔 객실을 박씨 유흥업소에 빌려줘 불법 성매매장소로 사용되도록 한 혐의로 불구속기소됐다.

당시 문 회장은 박씨와 유흥업소 지분을 절반씩 나눠갖고 운영했고 단속을 피하기 위해 '바지사장'을 앞세운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호텔 측은 이날 사건 직후 174개 객실에 묵고 있던 투숙객 190여명을 모두 대피시켰다.

그러나 다른 호텔로 숙소를 옮기지 못한 외국인 등 일부 투숙객들은 호텔 1층 로비에 대기해 불편함을 호소했다.

한 한국인 투숙객은 "사건이 터지기 전에 방에서 나와 아무 것도 챙기지 못했다"며 "식사도 준비가 안돼 밥도 못먹고 있다"고 불만을 털어놓기도 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현장에 소방차량 등 30여대와 인력 110여명을 투입해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