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 마라카낭에서 브라질의 심장이 멈췄다면 64년 뒤 미네이랑에서는 브라질의 심장이 갈기갈기 찢어졌다.

영원한 우승후보로 꼽히던 ‘삼바 축구’ 브라질(FIFA랭킹 3위)이 '전차 군단' 독일(2위)에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다.

브라질은 9일 오전 5시(한국시간) 브라질 벨루오리존치의 에스타디오 미네이랑 경기장에서 열린 독일과의 2014 4강전에서 1-7로 대패했다.

말 그대로 참사였다. 경기장을 가득 메웠던 5만1000여명의 관중은 전반 30분 만에 5골을 허용하는 경기를 보며 긴 침묵에 휩싸였다. 미처 충격에서 벗어나지도 못하는 짧은 시간 동안 계속 추가골을 내주며 억장이 무너져 내렸다.

충격에 빠진 브라질 팬들은 눈물을 흘렸고 흥분한 일부 관중은 부진한 경기를 펼치는 선수들을 향해 야유를 퍼부었다. 브라질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날 경기 중 분노를 참지 못한 일부 팬들끼리 경기장에서 다툼도 일어났다.

브라질은 1950년 월드컵 마지막 경기에서 충격적인 패배를 당한 바 있다. 이른바 ‘마라카낭의 비극’이라 불리는 그날 브라질은 우루과이와의 최종전에서 1-2로 패하며 준우승에 머물렀다.

당시 결선리그에 진출한 4팀이 풀리그 방식으로 우승팀을 가렸는데 이미 2연승을 거둔 브라질은 1승1무를 기록 중이었던 우루과이를 상대로 무승부만 거둬도 정상에 오를 수 있었다. 모든 브라질 국민들은 브라질의 승리를 전혀 의심하지 않았고 경기장에는 무려 21만여명의 팬들이 브라질을 일방적으로 응원했다.

그러나 결국 1-2의 패배를 당한 브라질은 큰 충격에 빠졌다. 2명이 현장에서 자살하고, 2명이 심장마비로 사망했으며, 그 밖에 20여 명이 실신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결국 우루과이는 우승 시상식도 제대로 치르지 못한 채 황급히 경기장을 빠져나가야 했다.

64년 만에 마라카낭에서 흘렸던 눈물을 닦으려던 브라질의 노력은 독일 앞에 수포로 돌아섰다. 오히려 당시보다 더 큰 충격을 받으며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받았다.

브라질은 역대 준결승 사상 최다인 7골을 내주며 무너졌다. 심지어 전반 30분이 되기도 전에 무려 5골을 내주며 축구가 곧 종교인 브라질 국민들을 실의에 빠뜨렸다. 이제 앞으로 월드컵 역사에서 브라질 뒤에는 ‘미네이랑의 참사’가 계속 꼬리표처럼 따라 붙을 것이다.

1950년 브라질은 충격적인 패배로 인해 한동안 슬럼프에 빠졌다. 흰색이었던 유니폼 색깔마저 지금의 노란색으로 교체하는 등 힘든 시간을 겪어야 했다.

독일전이 끝난 뒤 상파울루와 리우 데자네이루 등 일부 대도시에서는 브라질 국기를 태우며 분노를 표출하는 장면들이 벌써부터 브라질 언론과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퍼져 나가고 있다. 마라카낭보다 더한 쇼크를 받은 2014년 브라질에서 앞으로 어떠한 일이 벌어질지 우려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