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정유진 기자] 이런 ‘썸’ 좀 괜찮다. 산울림 출신 천재 뮤지션 김창완과 까마득한 후배 가수 아이유가 일명 정신적 ‘썸’(?)으로 세대차를 뛰어넘는 교감을 선보여 훈훈함을 줬다. 아이유가 리메이크한 후 30년이라는 시간을 뛰어넘어 다시 사랑받고 있는 명곡 ‘너의 의미’ 탄생 비화 속에는 음악을 이해하는 조숙한 후배 가수와 그런 후배를 예쁘게 바라보는 선배의 애정이 담겨 있었다.
김창완과 아이유는 7일 오후 방송된 SBS 예능프로그램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이하 '힐링캠프')에서 약 30여년 만에 리메이크된 ‘너의 의미’ 탄생 과정을 공개했다.
이날 두 사람은 멋진 콜라보레이션 무대로 토크쇼의 문을 열었다. 김창완의 맨 마지막 내레이션 “도대체 너는 나에게 누구냐?”가 노래의 백미. 아이유는 “선배님이 직접 녹음 당일 준비해 오신 멘트다. 약간 설�다. 좋았다”라고 당시의 소감을 전했다.
아이유가 이 노래를 선택한 것은 짝사랑 했던 남자가 어린 시절 들으며 좋아했던 노래이기 때문이었다. 김창완은 좋아하는 남자가 이 노래를 좋아했다는 아이유의 말에 흔쾌히 승낙을 했다. 그러다 문득 아이유와 함께 이 노래를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 속 휴 그랜트와 드류 베리모어처럼 불러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가사를 적어 녹음실로 달려가 생각을 실천했다.
아이유는 김창완이 “문을 박차고 들어”왔던 당시를 떠올리며 “진짜 구세주셨다. 너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던 상황이었다. 너무 어려운 노래인데 잘못 건드렸구나 싶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창완이 준비해 온 가사는 대부분이 긴 내레이션이였다. 노래 내내 계속되는 내레이션의 의미에 대해 그는 “옆에서 보고 있자니 배알이 뒤틀린다. 나는 왜 아이유가 사랑 노래를 하는데, 왜 내가 속이 안 좋나? 그걸 쭉 적었다. 사람이 이렇게도 기분이 상하는구나. 왜 내가 궁금해야하지?"라고 말했고 질투했느냐는 MC의 질문에는 "질투다. 어떻게 할 수 없는 수족이 묶인 질투다"라고 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아이유 역시 김창완의 내레이션에 대해 “연인인가? 사제간의 느낌? 아빠와 딸의 느낌? 마지막에 '넌 도대체 나에게 누구냐?'라고 하셨는데 말은 못하겠지만 이해가 되는 느낌이 들었다. 설�다”라고 당시의 느낌을 전했다.
영민한 아이유는 이후 김창완의 인터뷰를 읽고 ‘너의 의미’ 속 자신의 의미를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김창완은 인터뷰에서 “내가 부른 ‘너의 의미’는 나의 믿을 수 없는 사랑을 황홀하게 표현했고 아이유가 부른 ‘너의 의미’는 사랑하고 있는 청춘들을 황홀하게 바라보는 시선”이라고 말했다. 아이유는 “여기서 내가 맡은 역할은 청춘인가 보다. 그래서 나는 선배님의 청춘이다”라고 정리해 선배의 입가에 미소가 드리워지게 만들었다.
MC들은 그런 두 사람에게 “정신적인 ‘썸’이 있었던 것 같다”고 평했고 김창완은 “아이유와는 나이차가 느껴지지 않는다”며 그의 조숙한 면을 칭찬했다. 이처럼 음악을 통한 두 뮤지션의 교감은 39세의 나이차를 무색케 만들었다. “무대에서 ‘너의 의미’하면 뭐가 생각나느냐고 하니 다 아이유가 생각난다더라. 그날 내가 너무나도 작아졌다”고 애정 섞인 선배의 투정이 유독 따뜻하게 느껴지는 방송이었다.
한편 이날 '힐링캠프'에는 '힐링뮤직캠프'라는 부제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힐링 뮤지션 가수 김창완, 아이유, 악동뮤지션이 출연해 이색적인 콜라보 무대와 토크쇼를 펼쳤다.
'힐링캠프'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