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주말극 ‘호텔킹’에 출연할 생후 3~4개월 된 남아 찾아요.” 지난주 ‘신생아 아역’을 찾는 구인(求人) 글이 한 인터넷 카페에 올라왔다. 자거나 눈만 껌뻑이는 게 연기의 전부지만 신생아도 엄연한 연기자다. 드라마 콘셉트에 따라 신생아 아역의 월령(月齡)은 더 어려지기도 한다. 인터넷 카페를 통해 캐스팅 디렉터 역할을 하는 강순영(여·53)씨는 “어느 드라마든 아이를 낳거나 키우는 장면은 꼭 등장하니 수요는 일정한 편”이라고 말했다.
신생아 아역에게 중요한 건 이목구비보단 성격이다. 강씨는 "생후 6~7개월쯤 되면 낯가림을 한다. 부산한 촬영장에서도 울지 않고 생글생글 웃어주는 아기가 캐스팅 1순위"라고 말했다. KBS 문보현 CP는 "신생아 아역이 잘 웃고, 알아서 표정까지 지어주면 드라마가 잘된다는 속설이 있다"고 말했다.
신생아 아역 역시 일종의 '조기 교육'이다. KBS '참 좋은 시절'에 생후 3개월 된 아들을 출연시킨 주부 김선영(37)씨는 "아이를 배우로 키우고 싶은 엄마들이 진입 장벽이 낮은 나이대부터 연기 경력을 쌓아두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아역 배우로 활동 중인 김씨의 딸(6) 역시 생후 200일 때 신생아 아역으로 데뷔했다.
분장도 한다. 단골 신(scene)이 출산 장면이기 때문. 지난달 KBS 일일극 '뻐꾸기 둥지'에서 배우 이채영이 득남하는 장면이 그 예다. 베이비오일에 설탕물과 붉은 색소를 섞은 걸 온몸에 바르는 식이다. 백상훈 PD는 "신생아기 때문에 촬영 시간을 최소화해 웬만하면 한 컷에 찍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신생아는 촬영장에서도 특별 대우를 받는다. 방송국 픽업 차량을 신생아 아역의 집까지 보내기도 하고, 촬영 시간이 길어질 것을 대비해 아기 침대도 따로 마련한다. 문보현 CP는 “아기가 심하게 울 경우를 대비해 2명 정도의 예비 아역을 캐스팅해뒀다가 중간에 교체하기도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