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환(왼쪽)이 지난 4월 열린 맥심배 결승 2국서 이세돌에게 패한 뒤 실수를 자책하고 있다. 상반기 수입에서 이세돌과 박정환은 1·2위에 올랐으나 여러 변수 때문에 연말 최종 상금왕을 점치기는 힘든 상황.

프로는 '돈'으로 말한다. 바둑계야말로 수입이 곧 능력의 척도인 세계다. 올해 상반기 상금왕은 이세돌(31)로 나타났다. 한국기원 집계에 따르면 이세돌은 지난 6개월간 2억2958만여원을 벌었다. 바둑왕전 및 맥심배 우승, 중국 갑조리그 맹활약 등에 대한 보상이다. 2010년부터 3연패(連覇)하다 지난해 박정환에게 내주었던 연간 상금왕을 꼭 탈환하겠다는 기세다.

2위 박정환(21)은 올해 천원전을 제패하고 한·중 양국 바둑리그에서 맹위를 떨치면서 선두 이세돌을 5000여만원 차로 추격 중이다. 둘 간의 상금왕 경쟁 열쇠는 LG배가 쥐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세돌은 32강전 탈락과 함께 받은 400만원이 상반기 수입에 포함된 반면, 박정환은 올가을 재개될 '8강 이후'를 기다리고 있다. 박정환의 LG배 수입은 8강 상금인 1400만원으로 끝날 수도, 최고 3억원(우승)까지 치솟을 수도 있다.

그러나 올해 상금왕은 아무래도 이세돌이 유리하다는 전망이 많다. 승자 상금이 무려 500만위안(약 8억3000만원)이나 걸린 구리와의 10번기에 출전 중이기 때문(현재 3대2 우세). 여기서 이길 경우 상반기 실적만 합산해도 이세돌의 올해 수입은 10억5000만원 선에 도달, 역대 연간 최고 상금(10억2000만원·2001년 이창호)을 넘는 신기록이 수립된다.

이들 뒤로 김지석(25) 강동윤(25) 최철한(29) 조한승(32)이 3~6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김지석은 텃밭인 GS칼텍스배 우승으로 7000만원을 챙겼고 한·중 바둑리그와 농심배 등에서도 주머니를 불렸다. 김지석 최철한 박영훈도 박정환과 함께 LG배 8강에 올라 있어 '대박'을 겨냥 중이다. 이 밖에 17세 변상일이 지난해 30위권에서 7위로 약진, 신진 재벌(?)로 떠올랐다.

바둑은 개인 승부지만 때로 '공동 작업'도 한다. 올해 초 열렸던 한·중 초상부동산배 단체전 승리로 한국 팀에 돌아온 상금은 100만위안(1억6000여만원). 이를 이세돌 박정환 김지석 최철한 변상일 이지현 나현 등 출전 멤버 7명이 1인당 약 2400만원씩 나눠 가졌다

상반기 판도는 하반기에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LG배, 삼성화재배, 바이링배, 이민배, 명인전, GS배 등 국내외 대형 기전이 잇따라 열리기 때문. 연말까지 이어질 KB바둑리그 팀 상금(우승 2억원, 준우승 1억원)의 향방도 변수다. 흑백 검투사들의 '황금 전쟁'이 반환점을 돌면서 본격적으로 불을 뿜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