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본부 중앙수사단은 30일 강원도 고성 동부전선 GOP(일반전초)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 당시 상황을
자세히 전했다.
수사단은 파악된 사건 발생 당시 임모 병장(22)의 동선을 추적, 이번 사건의 성격을 암시하게 했다.
수사단이 밝힌 1차 수사 결과에 따르면 임 병장은 자신이 터트린 수류탄 파편에 맞아 쓰러진 병사를 향해 총을 쏜 것으로 드러났다. 추후 검증 과정에서 확인사살로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21일 오후 8시 즈음. 주간 경계 근무를 마치고 동료 병사 7명과 철수중이던 임 병장은 갑자기 응급도구를 두고왔으니 가지러 갔다 오겠다며 홀로 근무했던 초소로 향했다.
초소에 다녀 온 임 병장은 후방 보급로 삼거리에서 응급 도구를 한 병사에 건넸고, 8시 10분 이 병사가 뒤로 돌아서자 마자 수류탄을 투척했다.
임 병장은 도망가는 병사들을 쫒으며 뒤에서 총격을 가했다. 이 과정에서 수류탄에 파편상을 입은 김 하사가 총에 맞아 숨진 것으로 파악된다.
임 병장은 이후 포장 도로가 아닌 별도의 흙길을 통해 120m 가량 떨어진 소초 쪽으로 이동했다. 그는 소초로 이동하면서 미리 탄창을 교체했다.
수사단은 이 곳에서 수거한 임 병장의 탄창의 탄약이 모두 소진된 상태인 것을 볼 때 이 시점까지 그가 최소 15발의 총격을 가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후 소초 옆 창고건물에 먼저 진입한 임 병장은 이곳에서 김 모 일병을 총을 쏴 살해한 뒤, 막사를 반 바퀴 돌아 소초 내부로 들어가 또 한번 총격을 가했다.
소초 내부에서는 이 모 상병과 진 모 상병의 시신이 발견됐으나 정확히 몇발의 실탄이 발사됐는지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임 병장은 소초 주변에서만 약 11발의 실탄을 발사한 뒤 또한번 탄창을 갈아꼈다.
수사단은 이 때 임병장의 k-2 소총에 탄피가 총에 걸리면서 일시적인 기능고장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관계자는 "소초 주변 풀숲에서 임 병장이 던진 것으로 추정되는 탄창을 회수했다"며 "9발이 남아있던 상태"라고 밝혔다.
임 병장은 다시 삼거리 방향으로 이동해 이곳에서 앞서 자신이 투척한 수류탄에 맞아 쓰려져 있던 최 일병을 다시 맞딱뜨렸고, 이때 최 일병에 총으로 사살한 것으로 것으로 보인다고 수사단은 전했다. 최 일병은 삼거리에서 총상과 파편상을 모두 입은 상태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관계자는 이와 관련 "임 병장이 최 일병에 총격을 가한 시점이 수류탄을 던진 직후인지, 아니면 범행을 마무리하고 도주하는 과정이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며 "일단 삼거리 지점에서 총성이 한 발 들렸다는 진술은 확보한 상태"라고 말했다.
임 병장이 8시 10분 삼거리에서 수류탄 투척 후 소초까지 이동해 총 5명을 사망하고 7명을 부상시키기까지는 약 10분이 소요된 것으로 군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임 병장은 23일 검거 직전 자살 시도 당시 총 30발의 실탄을 소지하고 있었다. 최초 지급된 75발에서 검거 당시 소지한 30발과 소초 주변에 버린 9발을 제외하면 그가 사용한 총 실탄수는 36발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군 당국은 현재까지 소초와 일대에서 회수된 탄피는 25발이라고 밝혔다.
나머지 10~11발은 도주 후 군과 대치하는 과정에서 쏜 것으로도 볼 수 있으나 임 병장은 군 당국의 조사에서 도주 후에는 실탄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진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군 당국은 임 병장 검거 작전 과정에서 벌어진 총격전으로 소대장 1명이 팔에 관통상을 입었다고 발표한 바 있어 임 병장 진술이 사실일 경우 논란이 예상된다.
한편 당초 알려진 것과 다르게 임 병장이 소초에 총격을 가한 당시 소초 내부에서는 일부 대응사격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수사단 관계자는 "당시 한 간부가 소초 내부에 간이탄약고와 총기보관함을 부숴 일부 병사들에 총과 탄창을 나눠주고 경계근무를 지시했다"며 "삼거리에 함께 있던 8명 중 한 명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발견된 탄피 중에서 정확히 어느 것이 임 병장이 쏜 것인지, 간부가 쏜 것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며 감정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