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서정환 기자] 앤드류 위긴스(19, 캔자스대)는 과연 NBA 드래프트 전체 1순위 자격이 있을까? 또 NBA에서 슈퍼스타가 될 수 있을까?

미국프로농구(NBA) 신인드래프트가 27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뉴욕 바클레이스 센터에서 개최된다. 이번 드래프트에는 위긴스를 비롯해 조엘 엠비드(19, 캔자스대), 자바리 파커(18, 듀크대), 줄리어스 랜들(20, 켄터키대) 등 대어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다. 심지어 NBA구단들이 지난 시즌 ‘일부러 지기’ 경쟁을 펼쳤을 정도다.

지난해 11월 기자는 휴가를 내고 시카고행 비행기에 올랐다. 위긴스 등 유망주들이 얼마나 잘하는 선수인지 직접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 데뷔도 하기 전에 이미 슈퍼스타

시카고 오헤어 공항에 내렸을 때 편의점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위긴스를 표지모델로 한 ESPN 매거진이었다. 캔자스시티행 비행기 환승을 기다리고 있는데 ESPN에서 위긴스의 데뷔전이 오늘이라며 집중보도를 했다. 기자가 캔자스에 가는 이유이기도 했다.

위긴스는 11월 8일 캔자스 대 루이지애나 먼로의 경기에서 공식 디비전1 데뷔전을 치렀다. 경기시작 2시간 전부터 팬들이 들썩였다. 캔자스대 홈경기는 5년 가까이 매진을 기록 중이다. 1만 6400명을 수용하는 앨런필드하우스에 빈자리는 없었다. 위긴스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유난히 팬들이 들썩이고 있었다. 데뷔하지도 않은 신입생을 응원하기 위해 많은 팬들이 팬샵에서 벌써 22번 유니폼을 사서 입고 있었다.

위긴스의 입학이 확정 됐을 때 캔자스 지역신문은 “대니 매닝 이후 최고 신입생이 입학했다”는 표현을 썼다. 매닝은 1988년 래리 브라운 감독과 함께 36년 만에 캔자스에 네 번째 전미타이틀을 안긴 위대한 선수다. 그는 88년 서울올림픽에 미국대표로 참가하기도 했다. 매닝은 NBA에서는 부상으로 빛을 보지 못했지만, 적어도 캔자스팬들에게 거의 신적인 존재다. 매닝과 비교하는 것만으로도 위긴스의 위상을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신입생에 불과했지만, 위긴스는 이미 슈퍼스타였다. 팬들은 물론 취재진도 그에게 접근하기가 쉽지 않았다. 위긴스는 캔자스대가 인정한 공식행사 외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다. 위긴스가 사인을 해주면 5달러짜리 카드가 100달러 이상으로 변했다. NCAA에서 아마추어 선수가 금전이득을 취하면 선수신분을 잃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이득을 노리고 위긴스와 만나려는 팬들이 많아 학교가 사전에 제지에 나선 것이었다.

위긴스의 데뷔전에 ESPN, CBS, FOX 등 미국 전국방송이 대거 취재를 왔다. 평소에는 빅매치가 아니면 캔자스 시골까지 올 이유가 없는 매체들이다. 해외에서 취재 간 사람은 기자가 유일했다. 캔자스 지역라디오방송은 위긴스를 보러 한국에서 온 기자에게 인터뷰신청을 하기도 했다. 캔자스에서 주전을 볼 실력이면 대부분 NBA에 간다. 하지만 지역신문 기자들도 위긴스같은 사례는 처음 본다고 혀를 내둘렀다. 데뷔전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증폭됐다.

너무 기대가 컸던 것일까. 위긴스는 34분을 뛰면서 16점을 올렸다. 캔자스가 80-63으로 대승을 거두면서 크게 실력발휘를 할 기회는 적었다. 공식기자회견에 들어갔는데 이날 위긴스는 방송인터뷰만 하고 참석하지 않는다고 했다.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캔자스대 미디어담당관은 “선수를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신입생이지만 대접은 이미 NBA 슈퍼스타였다.

▲ 폭발적인 점프력, 부족한 웨이트

기자는 다음날 시카고로 이동했다. 유나이티드 센터에서 열리는 ‘챔피언스 클래식’ 미국대학농구를 보기 위해서였다. 이 대회는 시즌 초반 전미에서 가장 유명한 프로그램 4팀이 서로 맞붙는 이벤트성 경기다. 작년에는 캔자스대, 듀크대, 미시건주립대, 켄터키대가 참가했다. 다들 ‘전미 최고’라고 자부하는 프로그램이라 엄청난 자존심이 걸려 있었다. 특히 이 대회에서 위긴스, 엠비드, 랜들, 파커, 에드리안 페인 등 전미최고 유망주들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위긴스는 듀크와의 경기에서 22점을 넣었다. 전반에 극도로 부진했지만, 후반전 승부에 쐐기를 박는 덩크슛을 터트렸다. 다만 이 경기에서는 오히려 27점을 폭발시킨 자바리 파커가 더 돋보였다. 두 선수는 아직도 전체 1순위를 다투고 있다.

위긴스의 장점과 단점이 다 나온 경기였다. 일단 그의 순발력, 민첩성, 점프력 등 운동능력은 가히 최강이었다. 워낙 점프가 좋은데다 보폭이 넓어서 슈팅스텝에 들어가면 거의 막기가 불가능했다. 위긴스는 가공할 점프를 이용한 풀업점프슛도 대단히 부드러운 편이다. 체공시간이 길어 공중에서 제지하기는 힘들다. 개인능력 만으로도 1순위 가능성은 충분하다. 위긴스가 유망주들 신체능력을 측정하는 드래프트 컴바인을 대담하게 거부한 것이 이해가 간다. 굳이 수치로 재지 않아도 위긴스가 탑이라는 사실은 다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아직 ‘농구선수’로서 위긴스의 기능성은 문제가 있는 편이다. 전술에 대한 이해도가 나쁘지는 않지만, 하나를 가르쳐주면 열을 아는 타입은 아니다. 캔자스대 경기를 보면 위긴스가 다득점했을 때 팀은 패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는 빌 셀프 감독이 원하는 ‘팀 바스켓볼’을 소화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자기중심적으로 뛰어온 고등학교 스타들이 대부분 겪는 고질병이다.

높이 평가되는 부분은 승부욕이다. 위긴스는 약팀과의 정규시즌 경기보다 강팀과의 대결에서 더 타오른다. 또 전반전에 부진했다가 후반전 만회하는 경향이 있다. 어떻게 보면 40분 내내 집중력을 유지하는 방법을 체득하지 못한 셈이다. 이런 다소 불성실한 자세는 프로에서 대성하려면 반드시 고쳐야 한다.

신체에서 가장 부족한 부분은 웨이트라고 볼 수 있다. 위긴스는 203cm의 신장에 89kg 정도의 마른 몸을 갖고 있다. 근육질이라 몸싸움에서 일방적으로 밀리는 정도는 아니다. 실제로 보면 신체균형은 좋은 편이다. 문제는 NCAA는 물론 NBA에 우람한 체형의 '근육 괴물'들이 득실댄다는 사실. 위긴스가 130kg가 넘는 센터와 충돌해서 바스켓카운트를 얻어낼 수 있을까. 해내더라도 그의 신체가 이대로는 오래 버티지 못한다. NBA에서 부상 없이 오래 뛰려면 벌크업이 필수다. 또 체격이 작다보니 포스트업을 못하는 편이다.

연습벌레 케빈 듀런트(25, 오클라호마시티 썬더)도 아직 르브론 제임스(30, 마이애미 히트)의 신체는 갖지 못했다. NBA에서 소리 소문도 없이 사라져간 대학 슈퍼스타는 셀 수 없다. 위긴스는 NBA에 가서 죽어라고 웨이트 트레이닝에 매달려야 한다.

▲ 슈퍼스타인가? 혹은 거품인가?

위긴스를 논할 때 ‘새가슴’ 논란이 빠질 수 없다. 지난 3월 14일 ‘빅12 컨퍼런스 챔피언십’ 2라운드에서 캔자스는 아이오와 주립대에게 83-94로 졌다. 10년 연속 빅12 정규시즌을 제패한 캔자스로서 대단히 자존심이 상하는 경기였다. 더구나 경기가 열린 캔자스시티 스프린트 센터는 캔자스 캠퍼스에서 30분 거리라 홈구장이나 마찬가지다.

이날 위긴스는 아이오와의 조직적인 수비에 막혀 슈팅을 난사했다. 야투율이 33%에 불과했다. 22점 넣었다고 잘했다고 볼 수는 없는 경기였다. 위긴스는 뛰어난 득점원의 재능은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에이스로서 동료들까지 살리고, 나아가 팀을 이길 수 있게 만드는 선수인지는 검증이 더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캔자스는 NCAA 토너먼트 32강에서 스탠퍼드에게 57-60으로 덜미를 잡혔다. 당시 위긴스는 슛다운 슛도 쏴보지 못하고 4점에 그쳤다. 스탠퍼드의 골밑이 높았지만 NBA에 비할 바가 아니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도 “위긴스는 피지컬과 높이가 좋은 팀을 상대로 고전한다. 또 중요한 경기에 멘탈이 약하다”는 소문이 나오고 있다.

위긴스가 프로데뷔와 동시에 르브론 제임스처럼 돌풍을 일으키기는 어려워 보인다. 아무리 좋은 신인이라도 프로적응에는 시간이 걸린다. 또 감독이 자기를 중심으로 뛸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줘야 한다. 자신에게 맞지 않는 팀으로 간 신인이 추락하는 것은 수도 없었다. 1순위도 중요하지만 위긴스도 팀을 잘 만나야 한다.

올해 1순위를 가진 클리블랜드는 이미 카이리 어빙을 보유한 팀이다. 지난해 앤서니 베넷을 뽑아 철저히 실패를 맛본 클리블랜드가 위긴스를 뽑을지 궁금하다. 위긴스가 어빙 밑에서 공 소유시간을 나눈다면 처음부터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는 어려워 보인다. 클리블랜드가 위긴스를 뽑고, 곧바로 트레이드를 할 가능성도 남아있다.

위긴스는 충분히 NBA 드래프트 전체 1순위를 거머쥘 가능성을 지녔다. 대부분의 약점도 극복이 가능하다. 다만 NBA에서 슈퍼스타로 크기 위해서는 본인의 엄청난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NCAA 스타에 만족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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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렌스, 시카고(미국)=서정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