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마켓, 보석 상점, 헬스장, 독성 폐기물 불법 처리, 가짜 올리브유 유통, 마약 밀매…. 이탈리아 마피아가 세력 확장을 위해 손댄 사업들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21일 "악마를 숭배한다"며 마피아를 파문한 것도, 마피아가 유럽, 북·남미 일대에 지부를 세우며 국제적인 '악(惡)의 세력'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탈리아 마피아 조직인 시칠리아의 '코사 노스트라', 칼라브리아의 '은드란게타', 나폴리의 '카모라'의 총(總)매출액은 한 해 1160억유로(약 161조원)로 추정된다. 이는 애플의 지난해 매출액(약 174조원)에 가깝다. 이탈리아의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에 비하면 약 8% 수준이다.
◇지역 사회에 밀착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이탈리아 마피아는 사업가로 행사하며 지역에 일자리를 제공한다"며 "마피아들이 주민들의 일자리를 틀어쥐고 있다 보니 검찰·경찰이 마피아를 체포하는 데 주저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마피아는 지역 주민들을 사법 당국의 수사를 가로막는 '방패막이'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이탈리아 남부 칼라브리아 경찰이 2011년 체포한 은드란게타의 원로 조직원 지오반니 테가노가 대표적인 경우다. 당시 현지 주민 500여명이 경찰서 앞에서 연일 석방 촉구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마피아가 운영하는 수퍼마켓, 헬스클럽, 호텔, 음식점 등에서 일하는 주민들이었다. 결국 이탈리아 경찰은 주민들의 압력에 테가노를 풀어줬다. 그는 1991년까지 6년 동안 600명을 살해하는 데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었다.
이탈리아와 스페인 경찰의 2011년 합동 수사로, 카모라의 하부 조직인 폴베리노가 이탈리아 남부 캄파니아 일대에서 재산 규모 10억유로(1조6000억원) 상당의 지역 사업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 조직은 호텔, 보석 가게, 농장 등 43개 사업체를 운영했다. 아파트 175채, 빌라 19채, 토지 100필을 소유해 부동산 임대업도 했다. 스페인·프랑스·독일·네덜란드에서 불법 마약 거래로 번 돈을 고향에선 주민들을 위한 일자리에 투자하며 '지역 기업' 행세를 한 것이다.
◇'조직 복제'를 통한 세계화
20년 전까지만 해도 남미에서 마약을 들여왔던 조직은 시칠리아 마피아였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은드란게타가 유럽 마약 시장의 80%를 장악하는 등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범죄 조직으로 성장했다. 1970년대엔 주로 납치로 인질 몸값을 챙기던 이들이 급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엔 '조직 복제'라는 방법이 있었다.
은드란게타는 남미의 토착 범죄 조직으로부터 값을 비싸게 치르며 마약을 공급받는 방식에서 벗어났다. 그 대신 '코카인'의 주요 생산지 콜롬비아에 이탈리아 마피아와 똑같은 형태의 지부를 만들었다. 지부 조직원들은 현지인들로 채우고 조직 노하우와 자금을 지원했다. 이 지부를 통해 은드란게타는 싼 가격에 안정적으로 마약을 공급받을 수 있었다. 이들은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유럽과 북미의 마약 시장을 잠식해 들어갔다. 은드란게타는 현재 세계 30개국, 296개 지부에 조직원 6만명을 거느리고 있다.
◇바티칸 은행을 통한 자금 세탁
마피아들의 자금 세탁 방식도 진화했다. 1980년대까지 이들의 자금 세탁은 '피자 커넥션'으로 불렸다. 미국에 진출한 이탈리아 마피아가 피자 가게 수백곳을 운영해 자금을 세탁하는 방식이었다. 불법 수익을 수백개로 나눠 피자 가게의 수익인 것처럼 꾸민 뒤 이를 스위스 은행에 송금했다. 하지만 미 연방수사국(FBI)이 1980년대 대대적인 수사에 나서자, 마피아가 대안으로 선택한 게 바티칸 은행이었다.
마피아는 바티칸 은행이 차명 거래가 쉽다는 점을 악용했다. 소유주가 불분명한 계좌에 마피아 자금을 입금하고, 다시 이를 다른 계좌에 송금하는 과정을 통해서 자금 세탁을 했다. 바티칸 은행은 1942년 설립 이후 계좌·자산 관리를 철저하게 비밀에 부치는 폐쇄적 운영 방식을 고수했고 마피아의 자금 세탁은 더욱 쉽게 이뤄질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