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권지영 기자] KBS 2TV 수목드라마 '골든크로스'가 지난 19일 호평 속 종영했다. 상위 0.001%의 비밀클럽 골든 크로스를 배경으로 이들의 암투와 음모, 또 이에 희생된 평범한 한 가정의 복수가 펼쳐지는 탐욕 복수극 '골든크로스'는 말 그대로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닌' 치열한 전개 속 배우들의 열연으로 호평을 이끌어냈다.

특히 극을 이끌어 간 배우 김강우(35)는 그의 대표작을 바꿨다는 평가를 얻을 정도로 이 작품을 힘 있게 이끌어가며 시선을 붙들었다. 처참하게 짓밟힌 약자의 입장에서 절치부심해 거대한 권력을 무너뜨리는 그의 활약은 매회 짜릿함을 선사했다.

드라마 종영 후 만난 김강우는 모든 열정을 작품에 쏟아내고 난 후에 몰려오는 피로감 때문인지 감기 기운에 다소 수척해진 모습. 김강우는 "촬영을 할 때는 감기에 안 걸리려고 노력했는데, 끝나고 나니 몸이 이렇게 됐다. 이번 주가 되니까 드라마가 끝났다는 것이 실감이 난다. 한가하게 있어보니 그렇다"고 설명했다. 그는 "보기에는 심각한 드라마였는데, 촬영은 정말 재밌었다. 연기하는 재미가 있었다. 드라마를 향한 반응에 힘을 얻기도 했다"고 작품을 마친 소회를 전했다.

지난 4월 9일 첫 방송된 '골든크로스'는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5.7%의 시청률로 출발했지만 작품의 완성도가 자연스럽게 입소문을 타면서 두자리대 시청률인 10.1%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또 시청률 지표만으로는 설명하기 부족한 긴장감 넘치는 전개와 배우들의 열연이 매회 시선을 압도했다.

"초반에 이 드라마의 시청률이 잘 안 나오리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주제도 그렇고 복수극 이야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또 개인의 복수가 아니라 사회 현실을 반영하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했다. 기존 드라마에 익숙한 사람들은 몰입하기 힘든 부분도 있었을 것이다. 초반 5%대에서 시청률이 두자리대로 상승했는데, 앞 내용을 모르면 뒷부분을 이해하기 힘든 드라마이기 때문에 무척 고무적이었다."

김강우는 다양한 작품을 통해 시청자에 신뢰감을 주는 연기력으로 이미 '믿고 보는 배우'라는 타이틀을 지니고 있다. 영화 '찌라시', '결혼전야', '사이코메트리', 드라마 '해운대 연인들' 등 많은 작품에서 '김강우'라는 존재감에 걸맞은 활약을 펼친 그다. 하지만 흥행 성적표로만 보자면,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그에게 시청률, 또 흥행은 어떤 의미일까.

"물론 중요하다. 그런데 작품에 따라 다르다. 아무래도 시청률이 잘 나오는 건 멜로, 또 남녀노소가 쉽게 이야기 흐름을 따라갈 수 있는 작품이다. 그런데 이 드라마는 개인적으로 내가 하고 싶었던 거다. 드라마에서 이런 소재를 힘 있게 다룬다는 것에 욕심이 났다. 시청률이 잘 나오면 더 좋지만 지금도 나에게는 충분히 좋았다. '찌라시' 바로 다음 작품이라 비슷하게 보일까 걱정도 했다. 그런데 영화는 찾아서 보는거고, 드라마는 훨씬 더 많은 대중을 상대하기 때문에 '찌라시'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김강우는 이번 드라마에서 가장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을 묻는 말에 강도윤이 죽을 뻔했던 폐교신을 꼽았다. "폐교의 환경이 좋지 않았다. 며칠 밤을 새서 빨리 그날 찍어야 했는데, 정신이 없었다. 사람들이 그 회에서 강도윤이 죽는 줄 알았다고 햇다. 20회인줄 모르는 사람이 많더라. 하하. 20회 대본에서 그 폐교에 다시 가는 신을 보고 정말 쓰러질 뻔했다. 실제 촬영 중 응급실도 갔다. 서동하와 응급실 앞에서 싸우는 신이 있었는데, 심장이 조여오는 기분이 들었다. 숨을 못 쉬겠어서, 주저앉아 있으니 응급실에 가보라고 했다. 과로라는 진단을 받고 링겔을 맞고 다시 촬영해야 해서 좀 힘들었다."

특히 김강우와 정보석과의 일대 일 장면이 많은 화제를 모았다. 연기 고수들의 대결을 지켜보는 시청자는 손에 땀을 쥐는 긴장감을 느낄 정도였다. "서동하를 만나면 다 힘들었다. 중반부가 지나면서 일대 일 장면이 많았다. 사실 그렇게 소리를 지르면서 싸울 일이 현실에서는 별로 없기 때문에 리얼리티가 떨어진다고 생각하는데, 이번에 일부러 많이 갔다. 시청자의 속을 후련하게 해주고 싶었다. 약한 사람을 대변해서 통쾌하게 해주고 싶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대사를 했다. 힘들지만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힘이 있는 사람만 큰소리 치는 세상이니까 강도윤의 모습을 보는 분들도 후련함을 느꼈을 것 같다."

"선입견일 수도 있는데 중견 연기자 선배들은 유연함을 무기로 편안하게 연기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정보석 형님은 혼신의 힘을 다해 연기하니까 내가 엄살을 부릴 수 없었다. 많이 느끼고 많이 배웠다. 형님과 안 붙었으면 재미없었을 것 같다. 이 드라마는 극적인 장면이 많았다. 죽는 신만 몇 번이 있고, 총에 맞고, 나를 죽인 사람과 몇 번을 마주치니까 표정을 과도하게 썼다. 대사가 없는 상태에서도 내 심정이 표현돼야 했는데, 연기를 할 때는 더 재밌었다. 서동하와 할 때는 드라마 발성보다는 연극하듯이 크고 힘 있게 했다. 과하지 않을까 걱정도 했는데, 극적인 것을 노리기에는 너무 좋았다."

또 '골든크로스'는 초반 성상납, 살인 등의 자극적인 소재가 등장하면서 지나치게 선정적이라는 시청자의 지적을 받기도 했다. "초반에 대사가 너무 세다고 생각해서 스스로 순화시켜 대사를 했던 적이 있다. 그런데 작가가 언짢아 했다. 자기가 쓴 것을 다 질렀으면 좋겠다고 했다. 뚝심을 가지고 집필하셔서 나도 나중엔 센 대사도 다 했다. 내가 아무리 많은 것을 하려고 해도 작가가 주는 안에서 움직이는 거니까, 그래도 내 에너지를 다 쏟아냈다. 아쉽다는 마음은 없다. 대중을 대변할 수 있는 인물 또 공공의 행복에 대해 이야기 했던 드라마라 의미를 둘 수 있는 것 같다."

에너지 넘치는 캐릭터를 또 한 번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낸 김강우. 그는 팬들에게서 옆집 오빠같은 인간적인 연기를 하라는 의견을 많이 듣는다고도 전했다. 그렇다면 인간적인 모습을 자연스럽게 내보일 수 있는 예능프로그램 출연은 어떨까.

"나는 아직 그럴 생각이 없다. 아기들에게 좋은 건지 아직 잘 모르겠다. 아빠가 배우라서 의도치 않게 들리는 반응도 아이들에 스트레스일 수도 있는데, 나의 의사대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이 망설여진다. 물론 좋은 추억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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