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사라 기자] 박혜경이 돌아왔다. ‘고백’, ‘하루’, ‘레인(Rain)’, ‘안녕’, ‘레몬 트리’ 등 주옥 같은 명곡으로 지난 18년간 꾸준한 사랑을 받은 박혜경은 지난해 성대수술 후 가수로서 제 2막을 열었다.
박혜경은 공백기간을 깨고 지난 10일 ‘랄랄라 세상’에 이어 25일 ‘고백’ 리메이크 음원을 발매했다. 새로 태어난 ‘고백’은 드라마틱한 반주 없는 어쿠스틱 기타와 박혜경의 담백한 목소리만으로 꾸며진 리메이크 곡. 유튜브 800만 조회수를 자랑하는 20살의 유튜브 스타 산드라배가 기타 피처링을 맡았다. 수술 후 돌아온 박혜경의 목소리는 전보다 조금은 허스키해진 느낌. 최근 OSEN과 만난 박혜경 본인도 아직 새 목소리에 적응 중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는 “앞으로는 새롭게 생긴 목소리로 찾아서 노래할 것이다. 리메이크 ‘고백’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브릿지 역할”이라며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우선은 신곡 ‘랄랄라 세상’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제목처럼 경쾌한 리듬에 발랄한 멜로디는 딱 ‘박혜경 풍’의 산뜻한 곡. 하지만 가사에는 ‘꿈 따윈 없어도 살 수 있지만 돈 없으면 살 수 없는 세상 인가 봐요’, ‘누구는 왜 항상 겨울인가요’ 등 허를 찌르는 듯 안타까운 내용이 담겼다. 박혜경은 “사회적 풍자를 담았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요즘은 사랑 노래가 많아서 고민을 많이 하긴 했어요. 가사가 풍자적이다 보니 사실 노래 제목이 자꾸 무겁게만 나왔어요. 하지만 오히려 역으로 하자고 생각했어요. 제목은 제가 직접 지었는데, 사실 한자로 ‘지’가 앞에 있었어요. 그런데 굳이 그런 문제들을 어둡게 노래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서 ‘지’는 뺐죠.” (웃음)
‘랄랄라 세상’에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많았다. 박혜경이라서 더욱 묘하게 어울리는 어두운 가사와 달콤한 목소리의 조화. 이것이 미리 정한 콘셉트였냐고 묻자 그는 우연인 듯 필연처럼 이 곡을 만난 계기를 설명했다.
"어느 날 홍대에 밥을 먹으러 갔다가 아르바이트 하는 한 청년을 만났어요. 기타를 치고 있길래 '뭐 하냐'고 묻자 '음악을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함께 음악 얘기를 하다가 그가 '곡을 쓴 게 있는데 들어봐 줄래요?'라며 곡을 보내왔어요. 듣고 바로 전화를 했죠. 처음에 들어본 '랄랄라 세상'은 노래가 너무 신나는데 가사가 너무 충격적인 거에요. 이런 곡은 대중적으로 쓰이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에게 '네가 싫지만 않으면 내가 이 노래를 불러보겠다'고 했죠. 올해 말에 발매할 새 앨범에 이 청년이 작곡한 곡이 한 곡 더 들어갈 거에요. 기대 되죠?"
박혜경은 참 매력적인 보컬리스트다. 신곡도 그렇지만, '고백'도 그렇듯이 그만의 독특한 색깔이 세월이 가도 사랑 받는 음악을 탄생시킨다. 언제 들어도 부담이 없고 간혹 듣는 이의 마음을 녹이는 그의 노래에는 지난 앨범 발매 당시 나이 어렸던 지금의 젊은 세대도 공감하게 하는 파워가 있다.
“정말 신기해요. ‘고백’도 1999년에 활동했던 노래인데, 옛말에 사람은 가도 노래는 남는다고, 음악을 계속 하다 보면 이런 ‘럭키’한 일들이 생기는 것 같아요. 돌아보면 어릴 때는 그냥 배가 불렀어요. ‘고백’, ‘너에게 주고 싶은 3가지’, ‘주문을 걸어’, ‘빨간 운동화’, ‘레인’, ‘안녕’, 아마 이 때가 저의 전성기였어요. 특히 ‘레인’하고 ‘고백’은 애착이 가는 노래에요. ‘고백’은 제 이름을 알려준 노래죠. ‘레인’은…죽을 때까지 이런 노래는 또 못 받을 것 같아요. 또 부를 수 있을까요? ‘레몬 트리’도 소중한 노래에요. ‘박혜경이 이제 활동을 안 하나’, 싶을 때 ‘레몬 트리’가 나왔죠.”
그러던 박혜경에게 온 고비. 성대결절이었다. 박혜경은 2년 가까이 지속된 사기 소송에 휘말려 극심한 스트레스로 성대 결절을 알았다. 현재 회복 단계에 있는 그는 “노래를 해서 성대를 다친 것이었으면 오히려 괜찮았을 텐데 스트레스로 생겼다”며 안타까운 심경을 드러냈다.
“작년 여름 정도에 성대 폴립 제고 수술을 받은 것 같아요. 회복은 1~2년 정도가 걸린다고 해요. 사실 성대결절이 왔을 때 무서워졌어요. 수술 후에 활동은 하지 않으면서 ‘정말 우리가 사랑했을까’를 냈을 때 댓글을 봤는데 100개면 99개가 제 목소리 얘기더라고요. 저는 노래를 잘 하고 성량이 풍부한 사람은 아니지만 목소리가 어떤 색깔을 만들고 있는 것 같아요. 음악 장르가 ‘박혜경 표’가 있는 것 같구나, 하는 생각을 했죠.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이전 곡들이 있었으니까, 또 다시 저를 알아주는 노래를 할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있어요.”
현재 박혜경은 초심으로 돌아가 새 목소리에 맞는 새 노래를 찾고 있다. 어릴 적 샘 브라운, 제니스 이안, 리키 리 존스의 노래를 따라 부르며 노래를 배웠다는 그는 지금은 브루노 마스 풍의 잔잔하면서도 섹시한 음악에 귀를 기울이는 중. 박혜경의 색깔이 새롭게 묻어날 곡들이 일찍부터 팬들을 기대하게 한다.
"데뷔했을 때의 마음으로 다시 음악을 공부하고 있어요. 앞으로는 조금은 새로운 목소리에 맞는 음악을 연구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예전 노래를 하면 힘들 때가 있거든요. 특히 '레인'이나 '안녕'은 굉장히 높아서 제가 예전 같지 않다고 느껴지기도 해요. 너무 전처럼 지르는 것보다는 톤을 강하게 해서 음악을 하는 것도 멋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에요. 제이슨 므라즈, 브루노 마스도 소리를 지르지는 않잖아요. 렌카라든가, 자기 색깔이 있는 노래가 좋아요. 저는 대중 가수니까 어쩔 수 없이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 지 고민이 되기도 해서 늘 긴장도 돼요. 곡이 잘 안되면 실망도, 좌절도 하고. 의외의 결과에 좋기도 하고 그렇죠. 앞으로 제 음악을 달라질 거에요."
그러고 보니 박혜경 노래에는 듀엣이 드물다. 새 방향에 듀엣 시도도 포함돼 있을까? 관심 가는 가수들에 대해 묻자 그는 김예림, 악동뮤지션, 에디킴 등 자신처럼 독특한 음색을 자랑하는 어린 친구들을 꼽았다.
“듀엣은 남자보다는 여자랑 해봤으면 좋겠어요. 김예림이나 악동뮤지션은 둘 다 정말 좋아해요. 우주에서 온 아이들 같아요. 어렸을 때 저도 그런 초롱초롱한 목소리였는데. (웃음) 들으면 깜짝 놀라요. 악동뮤지션의 가사는 제가 예전에 작사했던 ‘빨간 운동화’처럼 아기자기하고 공감 가는 내용이 비슷해서 새록새록 해요. 그들의 인기는 제가 못 따라가겠지만요. (웃음) 그리고 요즘에 ‘너 사용법’도 엄청 듣고 있어요.”
박혜경의 앞으로의 목표는 제 2의 ‘고백’, ‘레몬 트리’라고 한다. 이선희, 이은미, 박정현 등 올해 여성 보컬들의 컴백이 이어진 가운데 박혜경의 새로운 활동 역시 가요계에는 반가운 소식. 박혜경은 “아이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다. 갑자기 나오지 않고 계속해서 활동하고 싶다. 모두 똑 같은 마음일 것”이라고 말했다.
“사람들이 저를 보면 ‘왜 활동 안 하냐’고 많이 물어봐요. 이제 저 활동 하고 있어요, 반갑게 맞아주세요, 라고 말 하고 싶어요. 많이 쉬지 않고 자주 찾아 뵙겠습니다. 올해는 아주 조그만 소극장에서 용기를 내서 공연도 하고 싶어요. 많이 와줄까요? 용기를 내고 싶어요.”
손용호 기자 spjj@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