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NPO 현황을 둘러보는 출장을 앞두고 한 지인이 "댄 팔로타(Dan pallota)의 테드(Ted) 강연을 꼭 듣고 가라"고 말했습니다. 국내에는 번역되지 않은 〈언채리터블(Uncharitable)〉 〈채리티 케이스(Charity Case)〉 등의 저자인 댄 팔로타씨의 강의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습니다.

그는 묻습니다. "비영리 분야가 세계를 변화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믿나요?" "왜 40년 동안 12%의 미국인들은 늘 가난한 상태에 있는 걸까요?"라고. 사회문제는 거대하고 뿌리깊지만 이 문제를 해결할 비영리 분야는 5개 영역에서 차별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문제 해결이 더디다고 그는 말합니다.

그는 자신의 사례를 들었습니다. 1990년대 그는 5만달러의 시드머니(seedmoney)로 에이즈 환자들이 자전거 여행을 통해 기금 모금을 하는 행사인 '에이즈 라이드(AIDS Rides)'를 기획했습니다. 9년 만에 이 자본을 1982배 증가시켰고, 에이즈 환자를 위한 사업에 사용하고도 1억800만달러가 남았다고 합니다. 이후 '유방암의 3일'을 시작했습니다. 35만달러를 초기 투자해 5년 만에 그 기금의 554배인 1억9400만달러를 모금했습니다. 그는 뉴욕타임스, 보스턴글로브 전면 광고를 하고, 황금시간대 라디오와 TV 광고를 해서 많은 사람이 참여하도록 유도했습니다. 하지만 2002년 그는 이 모든 행사를 갑자기 중단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언론 매체에서 그의 단체가 간접비로 총수입의 40%를 사용하고 있다고 비난했기 때문입니다. 그는 "350명의 유능한 직원들은 하루아침에 '간접비'라는 이름표를 달고 실직했다"며 "그해 유방암 연구를 위한 총수입은 무려 84%나 감소했다"고 말했습니다.

"5%의 간접비를 쓰는 빵 바자회가 40%의 간접비를 쓰는 전문적인 모금 회사보다 더 옳은가요?"

이렇게 되물으며 그는 "우리는 도덕성(morality)과 근검절약(frugality)을 혼동하고 있다"고 합니다. 빵 바자회가 71억달러를 모금하고 전문 모금 회사가 710억달러를 모금했다면 가난하고 배고픈 이들은 어느 쪽을 더 선호하겠느냐고 그는 묻습니다.

영리 기업처럼 능력 있는 사람을 유인하는 보상(Reward)도 부족하고, 새로운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광고·마케팅도 할 수 없고, 사회문제를 해결할 때까지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주는 기부자도 없고, 자체적으로 기금을 조달할 수 있는 주식시장도 없는 등 비영리단체는 모든 면에서 차별적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그 결과는 통계가 보여줍니다. 1970년부터 2009년까지 연수입 5000만달러의 벽을 넘은 대형 비영리단체 개수는 144개인 반면 이 경계를 넘어선 영리 집단의 개수는 4만6136개입니다. 그는 강연 마지막에 이렇게 말합니다.

"저는 우리 세대의 비문에 '우리 단체는 간접비를 적게 썼다'라고 쓰는 게 아니라 '우리는 세계를 바꿔놓았다'고 쓰길 바랍니다."

자선과 기부, 비영리단체의 선진국이라는 미국도 우리나라와 크게 상황이 다르지 않은 모양입니다. 3년 만에 처음으로 마감 부담을 덜고 미국으로 출장 갑니다. 많이 보고 또 배우고 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