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 논문 무임승차' 논란을 부른 송광용 청와대 교육문화수석과 김명수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 논문 중복 게재 의혹이 제기된 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 후보자 등 교수 출신 공직 후보자들이 잇따라 구설에 오르고 있다. 고위 공직 후보자가 논문 부정 의혹에 휘말린 사례는 과거 정부에서도 있었다.
학계에서는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의 논문 조작 사건 이후인 2007년부터 국내 학계에서 연구 부정에 대한 잣대가 강화됐지만, 여전히 잘못된 관행을 뿌리 뽑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가장 흔한 연구 부정행위 '표절'
연구(논문) 부정은 ①위조 ②변조 ③표절 ④중복 게재 ⑤부당한 논문 저자 표시 등 크게 5가지로 구분된다. '위조'는 존재하지 않는 데이터나 연구 결과 등을 허위로 만들어내는 것을 말한다. '변조'는 연구 재료나 장비, 과정 등을 조작하거나 데이터를 변형 또는 삭제해 연구 결과를 왜곡하는 행위를 말한다.
세계 최초로 인간 체세포를 복제한 배아줄기세포 배양에 성공했다고 발표한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의 논문은 실체가 없는 줄기세포를 있다고 하고, 데이터를 조작하는 등 위조와 변조 행위가 총제적으로 드러난 사건이었다. 배경률 상명대 컴퓨터과학과 교수는 "미국과 유럽을 불문하고 학계에서는 위조와 변조를 가장 심각한 연구 윤리 위반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국연구재단은 "위조·변조처럼 심각한 연구 부정행위에 대해선 대학에서 해임·파면·학위취소 등 강한 수위의 처벌이 있다"고 밝혔다. 연구재단에 따르면, 2007~2012년 대학에서 적발된 연구 부정행위 207건 중 위조·변조는 총 14건이었다.
'표절'은 타인의 아이디어나 연구 내용을 적절한 인용 없이 자신의 논문에 사용하는 것이다. 2007~2012년 국내 대학에서 발생한 연구 부정 중 43%(89건)가 표절이다. 예컨대 지난 2월 국민대 연구윤리위원회에서 '심각한 표절'로 결론 내린 문대성 국회의원의 박사 학위 논문은 다른 사람의 논문을 표절해 그대로 사용한 경우다. 2006년 취임 18일 만에 자진 사퇴한 김병준 전 교육부총리의 논문은 제자의 박사 학위 논문에 나온 설문 조사 데이터를 자기 논문에 실어 표절 의혹에 휘말렸다.
자기 논문의 일부나 전체를 자신의 다른 논문에 포함시키면서 출처 표시를 하지 않은 경우에 학계에선 '자기 표절'이라고도 한다.
◇2007년에 연구 윤리 지침 만들어
'중복 게재'는 자신의 이전 연구 결과와 같거나 비슷한 논문을 학술지에 게재하거나 출간해 성과로 삼는 것을 말한다. 송광용 수석은 서울교대 교수 시절인 1997년에 같은 논문을 다른 학술지 두 곳에 실었다. 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 후보자도 자신이 쓴 논문에 일부 내용을 추가해 다른 학술지에 다시 실어 중복 게재 의혹을 받고 있다.
'부당한 저자 표시'는 연구에 기여한 사람을 논문 저자에서 빼거나, 연구에 공헌하지 않은 사람을 감사 또는 예우 차원에서 저자로 넣는 것을 뜻한다. 송광용 교육문화수석과 김명수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자신이 지도한 제자의 석사 논문을 요약해 다른 학술지에 게재하면서 자신을 제1저자, 제자를 제2저자로 표기한 것도 학계에서는 '부당한 저자 표시'라고 보고 있다.
홍후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는 "학회마다 약간 다를 수 있지만 위조-변조-표절-부당한 저자 표시-중복게재 등의 순서로 연구 윤리 위반이 심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황우석 사태 이후인 2007년 정부 차원에서 '연구 윤리 지침'을 만들었다. 이에 일부에서는 위반 정도가 낮은 중복 게재나 부당한 저자 표시 등의 경우엔 2007년 이전 논문에 한해 평가를 신중하게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곽동철 청주대 문헌정보학과 교수는 "법도 소급 적용하지 않는 게 원칙인데, 연구 윤리에 대한 기준과 인식이 미미하던 시절에 작성된 논문을 지금 잣대로 평가하는 건 지나치다"고 말했다. 반면 익명을 요구한 서울의 한 법과대학 교수는 "제자가 동의했어도 자신이 연구하지 않은 논문에 '무임승차'하는 건 분명한 부정행위"라고 말했다. 특히 교육 수장(首長)의 경우 그 잣대가 더 엄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