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의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이 열린 지난 18일(한국 시각) 브라질 쿠이아바의 판타나우 경기장. 홍정호와 한국영, 구자철은 경기 도중 한 번씩 두 손으로 종아리를 붙잡고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세 선수는 모두 같은 말을 소리쳤다. "쥐, 쥐, 쥐!"
흔히 '쥐났다'고 말하는 근육 경련(muscle cramp)은 평소 운동을 하지 않던 사람이 갑자기 운동을 했을 때 나타나는 현상으로 알려져 있다. 강도 높은 훈련으로 단련된 태극전사들이 러시아전에서 3명이나 쥐가 난 이유는 뭘까.
간혹 운동선수들이 경기 도중 근육 경련 증상을 호소하는 이유는 땀을 흘리면서 전해질(체내의 신진대사 작용을 돕는 나트륨, 칼륨, 칼슘 등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 부족해진 것과 관련이 많다. 전해질은 근육의 수축과 이완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러시아전이 열렸던 쿠이아바는 6월 평균 습도가 72%, 최고기온이 31도에 이른다. 땀이 많이 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땀을 많이 흘릴수록 전해질 배출량이 늘어 근육의 자유로운 수축·이완이 힘들어진다. 수축한 근육이 이완하지 못하고 '정지'할 때 근육 경련이 발생한다.
심리적인 원인도 무시할 수 없다. 러시아전에서도 상대적으로 더위에 약한 러시아 선수들보다 한국 선수들 부상이 더 많았다. 우리 선수들이 쥐가 많이 난 것은 찌릿한 증상을 느껴도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쉬지 않고 계속 뛰었기 때문이다. 몸을 사리지 않고 열심히 뛰었다는 얘기다.
근육 경련에는 '스트레칭' 처방이 효과적이다. 근육 경련이 온 선수들이 다리를 잡고 쓰러지면 팀닥터가 달려와 다리를 하늘로 향하게 들고 발바닥을 눌러주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빠져나간 체내 전해질을 보충하지 않으면 근육 경련이 바로 재발할 수 있다. 따라서 경기 중에도 틈틈이 전해질이 많이 함유된 이온음료를 마셔서 체내 전해질 농도를 유지해야 한다. 주 에너지원인 탄수화물이 많이 들어있는 음식을 경기 전에 충분히 섭취해 에너지를 비축하는 것도 근육의 파워를 늘리고 피로도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