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브 차니 아메리칸어패럴 창업자

창업자가 자기 회사에서 쫓겨나는 것 만한 불명예도 없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심심찮게 일어나는 일이다. 미국 의류업체 아메리칸어패럴의 창업자 도브 차니(45)가 수차례의 성추문 논란 끝에 결국 자신이 세운 회사에서 쫓겨났다.

아메리칸어패럴 이사회는 지난 18일(현지시각) 표결을 통해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인 차니를 퇴출하기로 결정했다. 앨런 메이어 신임 이사회 공동 의장은 “차니가 아메리칸어패럴을 만들었지만, 회사는 이제 한 명의 개인보다 훨씬 크게 성장했다”며 “올해 그의 잘못된 행동과 관련한 새로운 사실들이 드러났기 때문에 차니에게 회사에서 떠나달라고 요구하게 됐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19일 “차니는 수년간 성희롱, 외설적인 이메일, 누드 사진 등 숱한 말썽을 일으켰으며, 아직 구체적 내용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번에도 이와 비슷한 행동이 문제가 된 걸로 보인다”고 전했다.

차니가 로스앤젤레스에 아메리칸어패럴을 세운 것은 1998년. 아메리칸어패럴은 10대 소녀의 누드화를 내세운 광고를 하는 등 회사 차원에서도 수차례 성(性) 상품화 논란을 일으켰다.

미 경제 매체 마켓워치는 19일 차니를 비롯해 자기 회사에서 쫓겨난 유명 창업자 10인을 소개했다.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

◆ 애플 스티브 잡스(사망)

스티브 잡스도 1985년 애플에서 퇴출당한 적이 있다. 1976년에 공동 창업한 지 9년 만이었다. 당시 CEO였던 존 스컬리와 매킨토시 컴퓨터 가격과 회사 경영 방향 등에 대해 다툼을 벌였다. 이후 1997년 임시 CEO로 애플로 돌아왔다. 회사로 복귀한 후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로 이어진 성공 신화를 쓰며 애플을 세계 최고 IT(정보통신)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2011년 10월 췌장암 투병 중 사망했다.

앤드루 메이슨 그루폰 창업자

◆ 그루폰 앤드루 메이슨(34)
소셜커머스업체 그루폰의 창업자인 앤드루 메이슨은 지난해 2월 CEO직에서 해고됐다. 적자를 기록한 실적 발표 다음 날이었다. 그는 당시 회사 직원들에게 "가족과 함께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로 결정했다. 아니, 농담이다. 나 오늘 해고됐다"라는 메모를 남기기도 했다. 이후 지난해 7월 노래 7곡을 수록한 앨범을 내기도 했다.

데이비드 닐먼 젯블루 창업자

◆ 젯블루 데이비드 닐먼(54)

데이비드 닐먼은 저가 항공사 젯블루 CEO직에서 2007년 5월 퇴출됐다. 3개월 전 동부 지역 눈폭풍 당시 항공기 1700대의 운항이 취소되면서 2200만달러의 비용 손실이 난 데 따른 인사였다. 닐먼은 2008년 아줄브라질리언항공을 창립해 재기했다.

제리 양 야후 창업자

◆ 야후 제리 양(45)

IT 기업 야후는 2008년 11월 “후임 CEO가 정해지는 즉시 공동 창업자인 제리 양이 CEO직에서 물러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보다 몇 개월 전 양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야후를 450억달러에 인수하겠다는 제안을 거부한 후 사퇴 압박을 받고 있었다. 최근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는 양이 회사 이사로 복귀했다고 밝혔다. 양은 2005~2012년 알리바바 이사로 재직했다. 알리바바는 올 하반기 뉴욕 증시 상장을 앞두고 있다.

마틴 에버하드 테슬라 창업자

◆ 테슬라 마틴 에버하드(54)

마틴 에버하드는 2007년 전기차 제조사 테슬라의 CEO직에서 쫓겨난 후 아직도 현 CEO인 엘론 머스크와 법정 싸움을 벌이고 있다. 현재 전기차업체로 승승장구 중인 테슬라를 누가 키워냈는지를 두고 공방 중이다. 에버하드가 회사를 떠나고 2년 반 후 테슬라는 증시에 상장했다. 현재 주가는 상장 당시의 14배로 올랐다.

조지 짐머 멘스웨어하우스 창업자

◆ 멘스웨어하우스 조지 짐머(65)

남성 의류업체 멘스웨어하우스를 만든 조지 짐머는 지난 2011년 CEO에서 물러났다. 이사회와 회사 경영 방향에 대해 마찰을 빚으면서 1년 전 회장직에서도 축출됐다. 여전히 해고 당시 보유했던 지분 3.7%를 보유하고 있다. 짐머가 물러난 후 회사 주가는 50% 올랐다.

노아 글래스 트위터 창립 멤버

◆ 트위터 노아 글래스

노아 글래스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업체 트위터의 이름을 만든 장본인이다. 트위터 창업 과정에 깊숙이 참여했지만, 2006년 공동 창업자 에반 윌리엄스의 손에 쫓겨났다. 현 트위터 회장이자 공동 창업자인 잭 도시도 글래스 퇴출에 동의한 걸로 전해졌다. 이후 행적은 별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 나머지 공동 창업자들도 회사 직접 경영에서는 손을 뗀 상태다.

마이크 라자디스 리서치인모션(현 블랙베리) 창업자

◆ 리서치인모션(현 블랙베리) 마이크 라자리디스(53)와 짐 발실리에(53)
라자리디스와 발실리에는 블랙베리 스마트폰의 시장 점유율이 애플 등 경쟁업체에 밀리면서 주주들로부터 사퇴 압박에 시달렸다. 결국 2012년 1월 물러났다. 라자리디스는 지난해 3월 블랙베리 공동 창업자인 더그 프레인과 캐나다에서 투자사 퀀텀밸리투자펀드를 만들었다. 발실리에는 지난해 6월 캐나다 정부로부터 '지속가능한기술개발위원회' 위원장에 임명됐다. 이들이 떠난 후 블랙베리 주가는 50% 하락한 상태다.

짐 발실리에 리서치인모션(현 블랙베리) 창업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