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2차전 상대인 알제리는 예상보다 강했다.

알제리는 18일 오전(한국 시각) 브라질 벨루오리존치 미네이랑 스타디움에서 벨기에와 벌인 H조 1차전에서 짜임새 있는 경기력으로 후반 24분까지 호화 멤버를 자랑하는 벨기에에 1―0으로 앞서면서 알제리 응원단 4000명을 열광시켰다.

“PK 골 감사합니다” - 18일 오전(한국 시각) 브라질 벨루오리존치의 미네이랑 주경기장에서 열린 벨기에와 알제리의 H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알제리 공격수 소피안 페굴리(왼쪽에서부터 둘째)가 전반 25분 선제골을 성공시킨 뒤 동료들과 함께 땅에 엎드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벨기에보다 한 수 아래로 평가되던 알제리는 전반전에서 강력한 압박과 빠른 역습으로 벨기에의 공세를 무력화하며 경기를 주도했다.

알제리는 후반에 2골을 허용해 1대2로 졌지만 조직력에 허점이 많다는 당초 평가를 훨씬 뛰어넘는 수준의 경기력을 선보였다.

우승 후보를 당황시킨 '질식 수비'

알제리 바히드 할릴호지치 감독은 벨기에 공격수의 스타일을 고려한 '맞춤형 수비'를 들고나왔다. 벨기에 최전방 공격수 로멜루 루카쿠(에버턴)가 활동 반경이 좁고, 주로 등을 지고 플레이한다는 점을 노려 수세 시에는 중앙 미드필더 2명을 페널티 박스 근처까지 내려 '6백'을 형성해 그를 고립시켰다. 드리블 능력이 뛰어난 에덴 아자르(첼시)에겐 대인 마크를 2~3명 붙여 그가 돌파할 만한 공간 자체를 허용하지 않았다.

이런 전술이 통하면서 벨기에의 창끝은 예리함을 잃었다. 벨기에는 전반 점유율 67%를 기록했지만 슈팅 대부분이 골문에서 20m 이상 떨어진 곳에서 나왔다. 알제리는 심판의 성향을 이용하는 영리함도 보였다. 마르코 로드리게스 주심이 경기 초반 신체 접촉에 관대한 판정을 내리자 거친 몸싸움을 벌이기 시작했다. 알제리의 육탄 방어에 벨기에 선수들이 몸을 사리면서 경기는 더욱 꼬여갔다.

'알제리의 지단'으로 불리는 오른쪽 측면 공격수 소피안 페굴리(발렌시아)는 이름값을 했다. 빠른 발을 이용한 돌파로 알제리의 역습을 주도했다. 전반 25분 페널티킥을 얻어내 성공시키는 과정에서는 수비 뒤 공간을 파고드는 침투 능력이 빛났다. 이용수 세종대 교수(KBS 해설위원)는 "한국은 개인기가 좋은 알제리 선수의 공을 태클 등으로 한 번에 뺏으려 하지 말고, 옆에서 함께 뛰면서 볼 컨트롤을 방해하는 '러닝 디펜스'로 페굴리 등 주요 공격수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체력·높이 허점 노출

물샐틈없던 알제리 수비는 후반 20분 장신(194㎝)의 마루안 펠라이니(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나타나자 빈틈을 보였다. 펠라이니를 막아내는 데 고전한 중앙 수비수들은 결국 후반 25분 그에게 헤딩 동점골을 내줬다. 펠라이니를 막기 위해 수비가 여러 명 달라붙자 좌우 측면 공간이 열렸다. 케빈 더브라위너(볼프스부르크)와 아자르가 틈을 놓치지 않고 파고들었다. 여기에 경기 막판 알제리 선수들의 체력이 급격하게 떨어지면서 벨기에는 후반 30분 이후 수차례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었다.

후반 35분에는 한국이 알제리를 상대할 때 본받아야 할 공격의 모범 답안이 나왔다. 벨기에는 여러 선수의 동시다발적인 움직임으로 지친 알제리 수비를 혼란에 빠뜨린 뒤 역전골을 뽑아냈다. 아자르가 돌파하고 디보크 오리기(릴)가 가운데로 움직이자 오른쪽에서 뛰어 들어오던 드리스 메르턴스(나폴리)가 무방비 상태에 놓였다. 메르턴스는 아자르의 패스를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해 골망을 갈랐다.

이용수 교수는 "알제리는 한국전에선 벨기에와의 경기보다 더 공격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커 우리가 역습 기회를 많이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