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 선거운동이 한창이던 지난달 19일 진보 성향 교육감 후보들이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동 공약을 발표했다. 이들은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자율형 사립고(자사고)를 폐지하는 것은 물론이고, 대학 입학 자격고사 도입을 추진하고 국공립대 통합 네트워크를 만들겠다는 공약까지 내세웠다. 교육감은 초·중·고 교육정책에 책임이 있지만 대학 입시는 교육감의 권한 밖 일이라 논란이 됐다. 다음 달부터 시작되는 4년의 교육감 임기 동안 과연 이들의 공약대로 대학 입시와 대학 체제의 변화까지도 가능할까?

◇선거 전보다 수위 낮추는 진보 교육감 당선인들

진보 교육감 후보들이 선거 기간 중 내세운 대입 제도 개선 공약은 입시를 내신과 수능으로 단순화하고, 임기 말(2018년 6월)까지 프랑스의 바칼로레아를 모델로 삼은 대학 입학 자격시험을 도입하겠다는 구상이었다. 이 같은 제도가 도입되기 전까지는 수능과 내신만으로 대학에 들어가게 하겠다는 구상도 내놓았다.

하지만 진보 교육감 13명은 당선된 이후에는 자사고를 폐지하고 혁신학교를 도입하겠다는 공약은 전면에 내세우지만 대입 제도 개선안에 대해서는 다소 말을 아끼고 있다. 교육감 권한이 아닌 데다, 대입 수시 전형은 내신 성적으로만, 정시는 수능 성적으로만 뽑는 식으로 입시를 단순화하는 것도 대학을 지금보다 더 서열화시킬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기 때문이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당선인 측은 "당시 일부 후보가 제안했던 내용이 충분한 검토를 거치지 않은 채 공동 공약으로 들어간 것이며, 진보 진영에서도 폭넓은 동의를 얻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당선인 측도 "후보 때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측면에서 공동 공약으로 내세운 것과 당선 이후 구체적 정책으로 추진하는 것은 차이가 분명해 신중하게 접근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 13일 가진 교육감 당선인 공동 기자회견에서 장휘국 광주시교육감 당선인도 "대입 제도 개선에 대해선 우리가 실질적 권한을 가진 것이 아니고 교육부와 대학교육협의회가 긴밀한 협의를 통해 해야 할 사안"이라며 "교육감들은 정부에 방향을 제시하고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국공립대 통합, '서울대 폐지' 주장 아니다"

진보 성향 교육감 후보들의 공동 공약에는 서열화된 대학 학벌 체제를 개선하고 지방대를 활성화하기 위해 국공립대 통합 네트워크를 만들겠다는 구상도 있었다. 지난 13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국립대 살리기 전국교수대회'에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지방 국립대를 서울대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통합 네트워크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진보 교육감 13명이 당선되자 서울대 재학생들 사이에서는 '진보 교육감들이 서울대 폐지를 추진한다'는 우려도 나왔다. 이에 대해 진보 교육감 당선인들은 "국공립대 통합 네트워크가 서울대 폐지를 주장하는 건 아니다"며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당선인 측은 "서울대 폐지 등 대학 체제 개선은 교육감 권한 밖의 일"이라며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문재인 후보도 국공립대 통합 공약에서 서울대 폐지를 밝힌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당선인 측은 "국공립대의 공통 교양 과정을 개설하는 등 운영을 통합해 경쟁력을 높이자는 취지이지, 선발권까지 통합하자는 의미는 아니다"고 주장했다.

'서울대 폐지론'에 대해 서울대는 "재작년 법인 체제로 전환해 국공립대 통합의 대상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국립대학법인으로 운영되는 대학은 서울대·인천대·울산과기대 등이고 다른 39개 국공립대는 법인으로 전환하지 않았다.

한양대 입학처장 배영찬 교수는 "진보 공동 공약으로 내세웠던 대입과 대학 체제 개편안은 정부와 대학의 합의 없이는 실현 불가능한 데다 구체성도 떨어진다"며 "진보 교육감들의 임기 동안 정책 우선순위에서도 다른 현안들에 밀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