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 커피 한 잔을 두고 여인은 출발·도착 알림판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쉴 새 없이 오가는 사람들 속에 공항 직원은 지쳤나 보다. 새하얀 수건으로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아낸다. 마치 누군가가 뒤에서 여인을 피사체로 찍은 사진처럼 사실적으로 공항에서의 기다림을 캔버스에 담았다.
스냅 사진을 찍듯 일상의 단면을 포착해 그림 그리는 화가 박진아(40)가 '공항'을 소재로 한 작품으로 개인전을 연다. 서울 청담동 '하이트컬렉션'에서 열리는 '네온 그레이 터미널'전이다.
작가는 "공항은 머무는 공간이 아니라 통과하는 공간, 마치 블랙홀에 빠진 듯 시공간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공간이라 매력적이다"고 했다. '네온 그레이 터미널'이란 제목은 작가가 포착한 공항의 색이다. "언뜻 보면 회색으로 뒤덮인 듯한데, 항공사 간판이나 불 꺼지지 않는 상점들의 불빛이 그 무채색 위에 컬러를 입힌다"는 설명. 그런 지점에서 바닥 표현이 흥미롭다. 매끄러운 바닥에 간판과 불빛이 반사되는 걸 표현하려고 작가는 여러 색을 켜켜이 쌓아올려 회색을 만들었다.
가만히 들여다보니 출국장에서 뒤돌아선 모습에서도, 짐 부치려고 기다리는 모습에서도 진한 아쉬움이 묻어난다. 그냥 관찰자의 시선에선 나올 수 없는 감정 포착이란 생각이 들었다. "실은 제가 '롱디'거든요." "롱디요?" "롱디스턴스 커플(Long Distance Couple·장거리 연애 커플)요." 그제야 이해됐다. 그림에 묻어나는 짠한 그리움의 실체가. 전시 8월 2일까지. (02)3219-02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