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의 차기 국왕으로 즉위 예정인 펠리페 왕세자(46·사진)의 어깨는 무겁다. 국민은 경제난으로 지쳤고 지역 갈등은 극에 달했으며 왕실 인기는 나날이 땅에 떨어지고 있다. 지난 2일 아버지 후안 카를로스(76) 국왕의 갑작스러운 퇴위 발표 직후에도 스페인 여론은 어수선했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자 "오히려 다행"이라는 쪽으로 분위기는 바뀌고 있다. 스페인 신문과 방송은 "펠리페가 위기에 빠진 나라에 가장 적합한 '구원투수'가 될 것"이라며 "지금이 왕권 양위 최적 시기"라고 보도했다.

오는 18일 대관식에서 펠리페는 '펠리페 6세'로 즉위한다. 1968년생인 펠리페가 즉위하면 유럽에서 가장 젊은 왕이 된다. 현재 유럽 최연소 군주는 지난해 즉위한 네덜란드의 빌럼 알렉산더르(47)다. 세계에서 가장 젊은 왕은 부탄의 지그메 케사르(34)다.

펠리페 왕세자는 197㎝의 큰 키에 요트 국가대표로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에도 출전해 총각 시절에는 '유럽에서 가장 매력적인 싱글남'으로 꼽혔다. 2004년 평범한 가문 출신의 이혼 경력이 있는 방송기자 레티시아와 결혼한 뒤 국민 사이에서 그의 인기는 더욱 높아졌다.

결혼 이듬해 첫딸을 얻은 그는 "남자만 왕이 될 수 있다는 스페인 왕위 계승법을 바꾸겠다"며 "향후 아들을 낳아도 내 생각은 변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왕실이 세상의 변화에 맞춰가야지, 세상을 왕실에 맞추려고 해선 안 된다'는 것이 그의 철학이다. 지난해 왕실에 대한 스페인 국민의 호감도가 3.6점(10점 만점)으로 떨어졌을 때도, 펠리페에 대한 지지율은 67%에 이르렀다. 그는 젊고 겸손하며, 다재다능한 이미지를 갖고 있다.

펠리페는 18세에 왕세자에 책봉된 후 '제왕학 교육'을 충실히 받았다. 고교 졸업 후 사관학교에 입학, 4년간 생도 생활을 거쳐 육군 중령으로 임관했다. 공군 헬리콥터 조종사, 해군 호위함 함장 교육과정도 이수했다. 이후 마드리드자치대 법학사, 미국 조지타운대 국제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영어·프랑스어·카탈루냐어에 능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