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명의 사상자를 낸 장성 요양병원 화재 참사는 치매 증세가 있는 80대 노인의 방화 때문으로 보인다. 전남 장성경찰서는 28일 자신이 입원 중인 요양병원 건물에 불을 지른 혐의(현주건조물방화치사상)로 김모(81)씨를 긴급 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병원 건물 내 CCTV 영상을 분석, 김씨를 방화 용의자로 지목했다. 이 영상에 따르면, 화재가 발생하기 19분 전인 28일 0시 6분 42초, 김씨는 입원해 있는 병실(3002호)을 나와 화장실을 다녀온 뒤 0시 11분 다시 병실로 들어갔다. 4분이 지난 0시 15분 김씨는 다시 병실을 나섰다. 그의 손에는 담요로 추정되는 물건이 들려 있었다. 그는 1분 뒤 복도 끝 방(3006호)으로 향했다. 불이 난 바로 그 장소다. 50여초 뒤에는 같은 곳에서 김씨가 주위를 살피는 모습이 보였다.
다시 3분여 뒤에는 김씨가 들어간 방(3006호) 쪽에서 섬광이 보였고, 30여초 뒤 김씨가 방을 나왔다. 다시 2분 30여초가 지난 0시 23분 57초, 그가 나온 방에서 연기가 나왔고, 20여초 뒤에는 간호조무사가 불이 난 방으로 뛰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경찰은 이 CCTV 영상을 김씨의 방화를 입증하는 명확한 증거로 보고 있다. 경찰은 방화 도구로 보이는 라이터 잔해물도 확보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씨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고 경찰은 전했다.
김씨는 뇌경색증으로 지난 1일 이 병원에 들어온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일종의 치매로 볼 수 있으며, 의사는 김씨가 혼자서 조사받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김씨가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상태를 보이고 있고 진술도 거부하고 있다"며 "안정을 취한 뒤 범행 동기 등을 수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씨의 부인(否認)으로 범행 동기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일부에서는 김씨가 병원에 불만을 가졌을 가능성 등을 제기하고 있다.
경찰은 "김씨에 대해 영장을 발부받아 전문기관에 감정 유치를 할 예정"이라며 "형사법상 치매 등 심신상실 상태일 경우, 처벌은 하되 전문기관 감정을 거쳐 감경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