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26일 TV 연설에서 "일반 국민은 유럽연합(EU)이 어디에 있는지 무얼 하는 조직인지도 잘 모른다. 그런 EU가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며 EU의 권한 축소를 주장하고 나섰다. 유럽의회 프랑스 선거에서 극우 국민전선(FN)이 24석으로 1위를 기록하자, 평소 EU 통합에 말을 아껴온 올랑드가 'EU와 거리두기'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극우 성향의 영국독립당(Ukip)에 패한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도 "예정대로 2017년 EU 탈퇴에 대한 투표를 실시해 국민의 뜻을 묻겠다"고 밝혔다. EU 정상들은 27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비공식 회담을 열고 반(反) EU 세력이 돌풍을 일으킨 유럽의회 선거 결과에 대한 대책을 논의한다. EU가 통합 대신 강한 원심력에 휘말리고 있는 것이다.
반EU 정서는 "EU가 28개 개별 회원국에 대해 지나친 간섭을 한다"는 인식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런 반감이 경제 위기와 이민자 문제로 증폭되고 이번 선거에서 폭발했다는 분석이다.
영국 중부 해변 관광도시 블랙풀은 바닷물 수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하지 않으면 내년부터 해수욕장 입구에 '수영 금지'라는 팻말을 붙여야 한다. EU가 환경·자연보호를 이유로 해수욕장 수질 기준을 지난해 대폭 강화했기 때문이다. 또 영국 정부가 지난해 이민자에 대한 복지 혜택 지급 기준을 강화하자, EU 집행위원회는 "이민자 차별은 2009년 합의한 'EU 이민법' 위반"이라며 유럽사법재판소(ECJ)에 영국 정부를 제소했다. 장난감 안전성, 트랙터 배출가스 등 영국 정부와 EU 사이에 진행 중인 법적 소송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47건에 달한다.
EU 집행위는 2009년 보호종인 '야생 햄스터'를 위한 서식지 60만에이커(2428㎢)를 확보하지 않는 등 보호 노력을 게을리한다며 프랑스 정부에 1700만유로(237억원) 벌금 부과를 결정했다. 압박을 느낀 프랑스 정부는 재정 위기에도 부랴부랴 햄스터 한 마리당 1000유로(140만원)씩 총 300만유로(42억원)의 보호기금 예산을 집행해야 했다. 그리스와 스페인, 이탈리아 등 남유럽 국가는 EU의 엄격한 재정정책에 대한 불만이 극에 달해 있다.
이런 국가들과 달리 독일은 EU 통합에 적극적이다. 이번 유럽의회 선거에서도 유로화 폐기를 주장한 '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득표율은 7% 선에 그쳤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EU에 더 강력한 재정·경제적 권한을 주기 위해 리스본 조약(EU의 역할을 규정한 조약) 개정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EU의 방만한 조직 운영도 도마에 올랐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EU 직원 4만7000명 가운데 캐머런 총리의 연봉 14만2000파운드(약 2억4500만원)보다 많은 사람이 1만명이나 된다"고 보도했다. 각 회원국이 EU에 내는 분담금을 삭감하자고 주장하는 이유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