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 트인 바다와 수평선, 높고 낮은 빌딩들이 즐비한 도심, 알록달록 컨테이너 숲과 우뚝 솟은 크레인…. 이런 풍경들이 발 아래 펼쳐졌다. 멀리 영도 국립해양박물관, 오륙도, 태종대 등도 눈에 들어왔다. 마치 작은 산에 오른 듯한 느낌이었다. 부산항대교 위에서 본 풍광이다. 이 다리는 최고 해발 70m 높이다.
이 부산항대교가 22일 준공, 개통에 들어간다. 남항대교와 연결하는 고가도로 공사가 끝나는 8월20일까지 통행료를 받지 않는다. 통행료는 1300, 1400원으로 결정될 전망이다. 이로써 부산 앞바다에 무지개처럼 떠있는 '브릿지 레인보우'들이 전부 위용을 드러내게 된다. 모두 9개다. 영도대교(215m), 부산대교(160m) 등 2개를 제외한 나머지는 길이가 1㎞를 넘는다. 전체 길이는 약 28.4㎞다. 다리 하나의 평균 길이가 3㎞. 서울시내 주요 한강다리(1㎞ 안팎)의 세배에 달한다. 공사비도 3조8000여억원에 이른다.
부산항대교·거가대교는 사장교, 광안대교는 현수교, 을숙도대교는 강상판교, 신호·부산대교는 아치교 등으로 다리 형식이 각각 다르다. 겉으로 보면 모두 양쪽을 잇는 '다리'의 기능을 하지만 속으론 형식만큼 각기 다른 역할, 기능을 갖고 있다.
이번에 준공되는 부산항대교는 쇠락일로 있던 영도·중·동구 등 원도심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전망이다.종전 승용차로 30~40분쯤 걸리던 남구 감만동과 영도구 청학동을 10분 가량이면 갈 수 있게 된다. 롯데백화점 광복점, 거가대교 등 개통으로 다시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한 원도심의 변화를 가속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2008년 개통한 남항대교와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부산항대교엔 83억원짜리 경관조명이 설치됐다. 지난해 말 104억원을 투입, 재정비한 광안대교 경관조명 다음으로 돈이 많이 들어갔다. 부산항대교 경관조명은 사장교 상·하부 전 구간과 영도측 접속도로에 조성됐다. 평일엔 은은한 기본조명으로, 주말엔 보다 역동적이고 화려한 조명으로 운영된다. 사계절별로 특색있는 조명 프로그램이 연출된다.
김종해 부산시 행정부시장은 "사장교의 웅장한 외관에 아름다운 경관조명이 더해져 새로운 부산의 관광명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광안대교는 자체로 멋진 관광자원으로 이미 전국적 명성을 날리고 있는 다리. 하루 통행량이 평균 9만여대 이상에 이른다. 지난해 통행료 347억원을 벌어들였다. 관리·보수 등에 쓴 돈은 329억원. 18억원 흑자다. 민자로 지어진 대형 해상교량 중 전국 유일한 흑자다리다. 실속도 짭잘한 셈이다.
이 다리가 2003년 개통된 이후 해운대쪽으로 인파를 뺏겨 침체됐던 광안리 일대가 사람들이 몰리면서 활기를 되찾았다. 광안대교가 보이는 주변 집값은 그렇지 않은 집보다 수천만원씩 더 비쌀 정도로 부동산 값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내 최대의 불꽃쇼인 '부산불꽃축제'도 이곳을 무대로 열리고 있다.
104억원을 들인 광안대교 새 경관조명은 종전에 비해 3배 이상 많은 수의 LED등으로 구성돼 거의 영화·TV 수준의 컬러를 연출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또 광안리 해변 가로등에 음악 전용 스피커 54개를 설치, 경관조명과 함께 음악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부산시 측은 "새 광안대교 경관 조명은 정지 상태의 흑백사진에서 움직이는 영상의 컬러 TV로 바뀌었다고 생각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을숙도대교는 이름처럼 철새와 생태, 신호대교와 가덕대교는 녹산·신호공단과 연결돼 산업, 거가대교는 부산과 거제를 이어주는 광역권 기능을 특성으로 한다. 부산시는 이런 각 '브릿지 레인보우'의 개성을 살려 번지점프(광안대교), 전망카페(남항대교), 탐조공간(을숙도대교), 어업체험(가덕대교), 보행튜브·전망데크(부산항·남항대교)를 설치하는 등 '해안교량 세계 명품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