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칸)프랑스 김범석 기자] ‘도희야’(정주리 감독)에서 징글징글 맞은 연기를 한 그 괴물 소녀 배우 맞나 눈을 잠깐 의심했다. 서양 인형 같은 비현실적인 외모와 비율에 여기자들의 탄성이 이어졌다. ‘도희야’를 본 뒤 감히 한국 영화를 부탁하고 싶어진 배우 김새론이다.

“이번이 ‘여행자’ 이후 두 번째 칸 방문인데 그땐 너무 어렸잖아요. 더 많은 걸 보고 느끼고 담아가고 싶어요”라는 말까지 야무졌다. 하지만 연기에 대한 칭찬이 이어지자 손톱을 매만지며 쑥스러워 하는 모습이 딱 열네 살다웠다. 김새론이 ‘도희야’의 트리오 배두나 송새벽과 함께 20일 오전 11시(현지시간) 칸 해변에 위치한 영진위 빌리지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났다.

김새론은 전날 밤 ‘도희야’ 공식 상영 후 쏟아진 5분간의 기립 박수에 좌석에서 눈물을 쏟아 화제가 됐다. “벅찼던 것 같아요. 그런 감정 난생 처음이었거든요. 감정이 북받쳐 올라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났던 거 같아요. 오늘 저녁에 레드카펫 행사가 한 번 더 있다는데 너무 떨릴 것 같아요.”

계부의 학대와 교내 왕따에 시달리는 오갈 곳 없는 섬마을 여중생 도희 역을 소름 끼치도록 표현해낸 이 소녀는 “어둡고 슬픈 감정을 연기해야 해 처음엔 출연을 꺼렸었다”며 “그런데 언제 이런 경험을 해볼까 싶었고, 결정적으로 이창동 감독님이 제작하는 영화라 마음을 바꿨다”고 말했다.

“매니저 삼촌들도 반반이었대요. 더 좋은 책 찾아주겠다는 삼촌도 계셨지만, ‘도희야’가 배우로서 한 뼘 더 성장하게 해줄 거라며 응원해준 삼촌도 계셨어요. 많은 힘이 됐죠.”

‘아저씨’에 이어 어린 나이에 이렇게 극단적인 센 역할을 맡다보면 실제 성격과 정서에도 영향을 끼치진 않을까. 이에 대해 김새론은 “몰입만큼 캐릭터에서 잘 빠져나오는 것도 잘 해야 한다는데 전 아직 그런 쪽으론 스트레스가 없는 것 같다”며 남 얘기하듯 답했다.

“찍기 전부터 감독님과 두나 언니, 새벽이 삼촌, 스태프 분들이 정말 많이 배려해줬거든요. 그리고 촬영 마치고 학교 가서 친구들과 어울리다 보면 그런 슬픈 감정 금세 까맣게 잊게 돼요.(웃음) 저한텐 학교가 치료제인 셈이죠.”

일산 양일중 2학년인 김새론은 “촬영 때문에 결석을 자주 하는데 친구들이 이걸 가장 부러워한다”고 말해 기자들을 파안대소케 했다. “저는 학교생활이 너무 재밌어요. 친구들과 소소한 비밀 공유하는 것도 좋아하고요.”

국내외에서 연기에 대한 상찬이 이어지지만 정작 본인은 “더 완벽하고 세밀하게 표현하지 못 한 것 같아 영화 보는내내 아쉬웠다”고 말했다. ‘도희야’가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아 한국에선 영화를 못 봤는데 이곳에서 자신의 연기를 본 소감을 이렇게 에둘러 말했다.

“제가 수학을 잘 못 해요. 하지만 못 한다고 계속 멀리하면 성적은 더 떨어지잖아요. 싫어도, 힘들어도 어떻게든 붙잡고 친해지려고 노력해야 되죠. 연기도 그런 것 같아요. 부딪히지 전까진 겁나고 도망가고 싶을 때도 있지만 끝까지 맞서야죠. 그래야 발전이 있는 거니까요.”

요즘 가장 무서운 불치병이라는 중2병은 앓고 있을까 궁금했다. 김새론은 “무사히 잘 지나간 것 같아요. 저도 모르게”라며 해맑게 웃었다. 김새론은 21일 대본과 시나리오가 수북이 쌓여있을 한국으로 귀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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