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타나베 준이치(왼쪽), 에세이집 '둔감력'.

일본 도쿄 시내 대표적 서점가인 진보초(神保町)의 서점 매대(賣臺)에는 요즘 낯익은 책 한 권이 등장했다. 지난달 30일, 전립선암으로 81세에 별세한 유명 작가 와타나베 준이치(渡辺淳一)의 '둔감력(鈍感力)'. 2007년 출간돼 100만부 넘게 팔리며 인기를 끌었던 이 책이 와타나베 추모 분위기 속 7년 만에 다시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부정적 의미로 사용돼 온 단어 '둔감하다'에 '힘(力)'을 붙인 '둔감력'이라는 단어는 책이 출간된 2007년 일본에서 '올해의 유행어'로 선정됐다.

'둔감력'은 와타나베가 "둔감력이야말로 인생에서 성공할 수 있는 최고의 재능"이라고 주장하는 에세이집이다. 삿포로의대 출신인 그는 이 책에서 의학 지식뿐 아니라 일생의 다양한 경험을 언급하며 '둔감함'을 예찬한다.

1960년대 당시 수술 때마다 교수에게 혼나면서도 늘 웃어넘기던 한 선배 의사가 훗날 대형 병원의 원장이 된 이야기, 지나치게 예민했던 동료 작가가 재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몰락한 이야기도 나온다. 메시지는 결국 "사소한 일에 흔들리지 않는 둔감한 사람이 더 건강하고, 연애와 결혼은 물론 직장 생활에서도 성공한다"는 것이다.

와타나베는 과거 인터뷰에서 '둔감력'을 쓴 이유로 "요즘 세상은 예민함과 신경질이 가득한데, 이 때문에 생기는 개인의 불행과 사회문제가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둔감력이란 '무신경(無神經)'이 아닌 '복원력(復元力)'을 뜻한다"고 했다. '일에 실패하거나 남에게 질책을 듣고도 좌절하지 않고, 문제만 보완해 다시 적극적으로 살아가는 힘'이라는 얘기다. 이 책은 일본 정치인과 기업 CEO들의 열독서로 꾸준히 회자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