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7시 내지 7시30분에 시작해서 오후 4~5시 사이에 일과를 끝내 보세요. 그래서 귀가하기 전에 어느 곳을 들러서 운동을 하든지, 친구를 만나든지, 어학 등 공부를 하든지 하고 6시 30분 전에 집에 들어가라는 겁니다."
신경영 선언을 구체화하는 신호탄이었던 7.4제(아침 7시 출근, 오후 4시 퇴근하는 근무제)는 1993년 이건희 회장의 직접적인 지시에 의해 이렇게 시작됐다. 질(質) 위주의 경영으로 변화하기 위해서는 먼저 직원들 삶의 질이 바뀌어야 한다는 이 회장의 신념에서 나온 것이다.
사실 이 회장이 이를 결심하게 된 것은 1980년대 초반, 부회장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어느 날 아침, 모자를 쓴 이 회장이 출근시간에 수원역에 나타났다. 푹 눌러쓴 모자 덕분에 삼성전자 수원공장으로 가는 출근버스에 올라탄 그를 아무도 알아보지 못했다. 버스 안은 반도체 회로처럼 사원들로 빽빽하게‘집적’된 상태였다. 이 날의 출근 체험이 훗날 7.4제를 구상하게 된 계기 중의 하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