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피렌체시 아카데미아 갤러리에 전시된 미켈란젤로의 걸작 '다비드상(像·사진)'이 관람객들의 발걸음에서 나오는 진동으로 발목 부분에 균열이 발생해 현재 부서질 위험에 놓여 있다고 영국 신문 텔레그래프가 1일 보도했다. 관람객 발걸음과 같은 미세한 진동이 어떤 작용을 했길래 높이 5.17m 다비드상에 손상을 준 것일까.
이는 철사를 사람 손으로 한 번 만에 힘을 줘 끊기는 어렵지만, 여러 번 휘었다 폈다를 반복하면 가능한 것과 같은 원리다. 발걸음 정도의 진동은 대리석인 다비드상을 부술 만한 힘의 세기가 아니다. 그러나 진동이 한 번 가해질 때마다 다비드상을 이루는 분자 간의 결속력이 조금씩 약해지고, 이 과정이 수없이 반복되면서 분자 간 단절이 생긴 것이다.
다비드상 여러 부위 중 유독 발목에 균열이 생긴 이유는 뭘까. 공학자 김상효 연세대 교수는 "사과를 손으로 쪼갤 때 손톱으로 사과 한쪽을 상처 내면 잘되는 것처럼 다비드상에서 가는 발목은 모든 무게가 쏠리는 취약 부분이라 진동의 힘을 가장 많이 받는다"고 했다.
다비드상은 1504년 완성돼 피렌체 시청 앞에 전시됐으나 보존을 위해 1873년 아카데미아 갤러리로 옮겨졌다. 갤러리 관람객 수는 한 해 120여만명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