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신승희, 셔터스톡

서울 강남역과 신사역, 부산 서면 일대에 성형외과가 즐비한 골목. 방학이면 이 일대는 성형수술을 받기 위해 몰려든 학생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어리게는 초등학생부터 곧 성인이 되는 고3 수험생까지, 주로 10~30대 젊은 여성들이 지금보다 예쁜 얼굴을 꿈꾸며 성형외과의 문을 두드린다.

이처럼 성형외과를 찾는 이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우리나라는 김치보다 '성형'이 먼저 떠오르는 성형강국으로 도약(?)했다. 여기에는 성형을 권하는 사회 분위기도 한몫한다. 버스와 지하철역을 도배한 성형 광고부터 성형으로 인생을 바꿔준다는 콘셉트의 인기 프로그램까지, 그야말로 성형 천국이다. 개성이 말살되고 일명 '강남성형미인도'라 불리는 새로운 미의 기준이 탄생하면서, 거리에서 똑같이 생긴 사람들을 보는 일은 예사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실상은 어떨까. 성공 사례만 보여주는 화려한 성형 광고는 당신이 성형 부작용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하게 만든다. 수술대 너머에는 수많은 의료사고와 성형 피해자가 존재하는데도 말이다. 지난해 12월, 병원과의 오랜 소송 끝에 어렵게 승소 판결을 받아낸 한 성형 피해자를 만났다. 비록 소송에는 이겼지만 얼굴에 남은 흉터와 표현할 수 없는 마음의 고통은 여전히 그녀를 괴롭히고 있었다.

사진 신승희, 셔터스톡

“몇 년째 머리에 감각 없어…”

40대 후반의 권 씨는 지난 2011년 3월, 미간 주름과 쌍꺼풀 수술 상담을 위해 한 성형외과를 찾았다.

“처음엔 쌍꺼풀 수술과 미간 주름을 없애고 싶으니 보톡스를 맞고 싶다고 했어요. 근데 상담 과정에서 다른 시술을 권하더라고요. 눈도 처져 있고 코에 잔잔한 주름도 있으니 이마거상술로 한번에 주름을 펴는 게 효과적이라고요. 듣다 보니 여러 군데 보톡스를 맞느니 한번에 시술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다음 날 수술 날짜를 잡았죠.”

안면거상술의 일종인 이마거상술은 헤어라인 부위를 절개한 뒤 피부를 위로 당겨 이마의 굵은 주름이나 미간 주름, 관자놀이 주름을 개선하는 수술로 알려져 있다. 권 씨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병원 실장의 권유에 따라 이마거상술을 받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이마를 25㎝ 정도 절개했어요. 여기 흉터 자국 보이죠? 상담할 때는 머리 안쪽으로 절개하기 때문에 흉터가 보이지 않을 거라고 하더니, 이렇게 버젓이 이마를 절개해 흉터가 남았어요. 망치로 머리를 때리는 것 같은 통증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어요. 자다가도 비명을 지르며 깨기 일쑤였고 불면증에 시달렸으니까요. 지금도 그 통증이 남아 있어요. 더 큰 문제는 몇 년이 지나도 머리에 감각이 돌아오지를 않는다는 거예요. 머리통 전체에 감각이 없어요.”

같은 날 받은 쌍꺼풀 수술 역시 재수술이 필요할 만큼 형편없었다.
"눈을 짝짝이로 해놔서 1년 반 동안 눈을 뜨고 잤어요. 그리고 눈에 모래알을 집어넣은 것처럼 까끌까끌한 느낌이 들었고요. '뭔가 이상하다'고 수차례 얘기했지만 병원은 기다리라는 말만 반복했어요. 이마거상술로 인한 통증 등에 대해서도 기다려보라는 말만 반복했고, 나중에는 정신이상자 취급까지 하면서 마치 제가 과잉 반응을 하는 것처럼 몰아붙이더라고요."

결국 의사는 권 씨의 눈을 재수술해주겠다고 했지만, 권 씨는 거절했다.
"이게 잘못된 걸 뻔히 아는데 어떻게 또 그 의사한테 수술을 맡기겠어요. 내가 마루타도 아니고요. 그리고 그때가 수술한 지 1주일인가 지났을 때인데 보통 재수술을 하려면 6개월은 지나야 하잖아요. 아물지도 않았는데 금방 다시 손을 대면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일단 안 받고 기다려보겠다고 했죠."

권 씨는 수술 과정에서도 미심쩍었던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고 했다.
"수면 마취를 해달라고 했는데 위험하니까 부분 마취를 하래요. 그래서 수술 과정을 똑똑히 기억해요. 수술 전에 의사가 자꾸 코를 풀더라고요. 제가 '감기 걸리셨어요?' 물으니까 '감기약 먹어서 괜찮다'고 그랬어요. 근데 감기약 먹고 맨정신으로 수술할 수 있나요? 수술 중간에는 수술 도구도 떨어뜨렸고요. 중간에 제가 체온이 너무 떨어져서 몸도 떨고 이빨까지 떠니까 의사가 놀라서는 '왜 이렇게 떨지?' 하더라고요. 핫팩 넣어주고 이불 덮어주고 하면서 3시간 넘게 수술을 진행했어요."

권 씨는 수술 직전, 상담 실장과 의사 사이에 정확한 의사 전달이 이루어지지 않은 점도 눈치챘다고 했다.

“수술 전날 꿈자리가 뒤숭숭하더라고요. 수술하는 날 실장에게 이마거상술은 안 하겠다고 했어요. 근데 돈을 전날 결제한 상태였거든요. 실장이 이러면 곤란하다며 거절하더라고요. 하는 수 없이 수술대에 올랐는데 의사가 하는 말이 ‘이마거상술 안 하신다더니 하시기로 하셨어요?’ 묻더라고요. 그때 알았죠. 실장이 중간에서 말장난을 했구나.”

성형외과 실장은 상담 고객이 수술을 결심하면 그에 따른 수당을 받는 인센티브제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수술이 취소되면 수당도 없다. 따라서 권 씨가 수술대에 올라 수술을 마치게 하는 것이 실장에게는 급선무였을 것이다.

결국 권 씨는 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걸었고 2년 반이라는 지난한 시간 끝에 승소 판결을 얻어냈다.

“인터넷 카페에 들어가보면 성형 부작용으로 숨어 살면서 죽고 싶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저도 겪어봤으니 그 심정을 이해하고요. 법적인 제재를 가해서라도 병원은 부작용에 관한 언급을 반드시 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다시는 저 같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사진 신승희, 셔터스톡

그 밖의 성형 부작용 사례

01 A는 강해 보이는 인상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 T절골술을 받았다. 그런데 수술 후 오른쪽 턱 부분에 파인 듯한 홈이 만져졌고, 병원에 문의하니 “부종이 다 빠지면 괜찮다”고 했다. 믿고 기다렸지만 없던 이중 턱과 이차각까지 생겨 재수술을 받기 위해 병원에 방문했다. 의사는 “네 뼈가 특이한 경우라 다시 자라났다”며 “경과를 지켜보고 1년쯤 지나 뼈가 어느 정도 자라면 그때 재수술을 해주겠다”고 했다.

이중 턱이 생긴 것에 대해서는 “원래 네 얼굴이 비대칭이고 근육과 살이 있어서 그렇게 된 것이니 어쩔 수 없다”고 말했고, 이차각에 대해서는 “이차각이 아니라 특이한 경우로 턱뼈가 자라난 것”이라는 말만 반복했다. A는 수술 후 잘 웃지 못하고 머리도 묶지 못하는 상태다.

※T절골술 턱뼈 아랫부분을 T자로 절골하고 좌우 측 턱끝뼈를 모아 고정하여 나머지 턱뼈 부분을 부드럽게 연결하는 수술

02 B는 광대축소술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의사가 임의로 지방을 흡입했다. 수술 후 광대는 축소되었지만 지방흡입으로 볼 군데군데가 파였다. 의사는 이 부분을 인정해 지방이식을 해주었다. 당시 20대였던 B는 다소 과한 지방이식에도 볼살 있는 얼굴이라 생각하며 만족하기로 했다. 30대에 접어들자 B의 얼굴은 당시 이식받은 지방과 함께 처짐이 심해졌다. 결국 아큐스컬프를 받았지만 또 한 번 얼굴 여기저기 파임 현상이 나타나며 볼 처짐이 한층 더 심해졌다. 지금 B의 얼굴은 브이라인은커녕 사각에 가까워졌다.

※아큐스컬프 레이저를 이용한 지방 용해술. 턱살, 광대살, 볼살, 이중턱 등 얼굴살의 지방을 제거하는 시술.

03 가슴에 두 차례 지방이식술을 받은 C는 몇 개월 후 가슴에 딱딱한 덩어리가 잡히는 걸 느꼈다. 병원에서는 가슴 마사지를 하면 뭉친 지방이 풀릴 것이라고 했다. 이후 1~2주에 한 번씩 수면 가슴 마사지를 받았고, 지방을 녹이는 주사를 맞기도 했다. 그러나 경과가 좋아지기는커녕 더 심해지자 유방외과를 찾아 초음파 촬영을 했다. 그 결과, 가슴 안의 지방이 괴사되어 흘러내렸고 양성 종양, 만성 염증으로 인해 피부가 착색되고 림프가 부은 상태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이런 일들이 진행되는 동안 병원에서는 마사지만 권해 염증을 키우는 꼴이 돼버린 것이다. 또한 양성 종양이 된 가슴의 지방 덩어리를 긁어내는 수술에는 700만 원이 필요했다. 애초에 성형한 병원 측에서는 보험사와 얘기해보라며 발뺌했고,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기재된 설명서에 C가 사인했으므로 병원은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홍승권 변호사에게 물어본 성형 부작용 Q & A

Q 의료 전문가가 아닌 성형외과 실장이 환자에게 어느 정도까지 언급할 수 있는지 법적인 기준이 있나요?

의학전문가가 아닌 자의 성형 상담이 어디까지 이루어질 수 있는지에 관한 법적인 기준은 없습니다. 그러나 무면허 의료행위에 속할 소지가 높습니다. 판례는 "의료행위라 함은 의학적 전문지식을 기초로 하는 경험과 기능으로 진찰, 검안, 처방, 투약 또는 외과적 시술을 시행하여 하는 질병의 예방 또는 치료행위 및 그밖에 의료인이 행하지 아니하면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행위를 의미한다"라고 하고 있습니다.

Q  상담 시 상담 실장이나 의사가 성형 부작용에 관한 언급을 전혀 하지 않았다면, 그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나요?

네. 부작용에 대한 설명을 듣지 못하였다면 손해배상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판례는 의료행위에 따르는 후유증이나 부작용 등의 위험 발생 가능성이 희소하다는 사정만으로 의사의 설명의무가 면제될 수 없다고 하고 있으며, 환자가 부작용에 관한 설명을 들은 적이 없다고 주장한다면 수술동의서가 있다 하더라도 부작용에 대한 설명이 이루어졌다는 점에 관하여 의사가 입증하여야 합니다.

Q 성형을 할 때 환자가 상담부터 시술, 그 후 관리까지 반드시 놓치지 말고 체크해야 하는 부분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일단 의사에게 상담하는 것이 중요하므로 의사와의 상담을 요구하여 의사로부터 성형 방법과 그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설명을 상세히 듣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능하면 이를 녹음하는 것도 좋습니다. 또한 수술을 하는 의사가 성형외과 전문의가 맞는지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고, 부작용이 발생한 경우 빨리 진료기록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부작용이 발생하면 의사들이 수술동의서에 부작용에 대하여 설명을 한 것처럼 수술동의서를 변조하는 경우가 빈번하고, 진료기록 또한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또 성형으로 인해 고통을 받는다면 혼자서 방에서 울지 말고 심리치료 등의 정신과 상담을 받고 기록을 남겨두기를 권합니다.

Q 의사가 아닌 간호사 혹은 간호조무사가 시술을 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고 하는데, 이럴 경우 어떤 식의 처벌이 가능한가요?

의사가 아닌 간호사 혹은 간호조무사가 시술을 하는 경우 의료법 제27조 제1항의 무면허의료행위에 해당하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처벌받게 됩니다. 또한 대부분 의사가 진행하지 않고 있는 눈썹 또는 속눈썹 부위의 피부에 색소를 주입하는 방법으로 눈썹 또는 속눈썹 모양의 문신을 해주는 행위 역시 판례는 의료행위로 보고 있습니다. 단, 형사처벌을 위해서는 증거가 있어야 합니다. 녹취나 비디오 등의 증거나 목격자 등의 진술이 없다면 의사가 아닌 사람이 수술을 하였다는 것을 입증할 수 없기 때문에 처벌이 쉽지 않습니다.

Q 실제로 의료 사고로 소송 시 성형 피해자가 승소할 확률이 어느 정도 되나요?

실제로 부작용이 발생한 경우에는 승소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단순히 '이전과 달라진 점이 없는 것 같다', '비대칭으로 수술된 것 같다', '하기 전보다 못생겨진 것 같다'는 이유로는 승소가 어렵습니다. 아름다움을 결정하는 것은 개인적인 편차가 크고 주관적인 요소가 많기 때문에 부작용으로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또한 실제로 부작용이 발생한 경우라 하더라도 변호사와 상담 받고 합의나 소송을 하기 전에 재수술을 한다면, 이전 부작용에 대한 증거는 존재하지 않게 되어 승소하기 힘듭니다.

Q 의료사고가 나도 병원 이름을 바꾸거나 위치를 바꿔서 다시 개업하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합니다. 심지어 성형 도중 환자가 사망하거나 중태에 빠져도 계속 환자를 받는 경우도 있고요. 이런 부분에 대한 법적 제재는 없나요?

사람이 사망하였다고 하더라도 보건복지부 장관 등에 의하여 개설허가취소, 면허취소, 자격정지 등의 행정처분을 받지 않았다면 계속 일을 한다고 해서 법적 제재를 가할 수는 없습니다.

사진 신승희, 셔터스톡

전 성형외과  간호조무사 H mini interview

몇 달 전까지 강남의 모 성형외과에 근무했던 간호조무사 H. H에 따르면 병원 직원들이 성형 관련 인터넷 카페에 댓글을 다는 일은 일반적이다. "성형외과의 마케팅팀이 하는 업무 중 하나가 포털사이트의 유명한 카페들을 관리하는 일이에요. 직원들의 아이디를 빌려 좋은 후기를 남기고, 불리한 글은 삭제하죠. 저 역시 아이디를 빌려준 적이 있어요."

수술을 집도하는 의사의 자질도 문제다. "실제는 가정의학 전문의인데 성형외과 전문의로 속이는 경우가 많아요. 제가 일했던 병원도 그 중 하나고요. 고객이 인터넷 상담을 통해 '당신네 병원 의사가 성형외과 전문의가 맞느냐'고 물으면 저희는 위에서 시킨 대로 '맞다'고 대답해요. 내원하게 만드는 게 우선이니까요."

고객을 끌어모으는 일명 실장들은 '말발'이 필수다. 의학적 지식은 사실상 기대할 수 없다. "실장은 인센티브제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다 보니 환자를 끌어모으기 위해 (성형의) 장점은 부각하되 부작용은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는 경우가 많죠. 실장은 경력으로 올라온 사람이 대부분인데, 간호사나 간호조무사 출신도 많지만 안내를 맡는 코디네이터부터 시작해서 올라온 사람들도 있어요."

마지막으로 H는 부작용으로 항의하는 많은 환자들이 병원을 상대로 환불을 받거나 법적 소송에서 이기기 어려운 이유를 말했다. "병원은 어떤 불만이 들어올지에 대한 준비가 다 되어 있어요. 항상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놓거든요. 예를 들면, 부작용이 생길 시 의사가 재빨리 차트 내용을 변경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환자에게 설명하지 않은 내용을 설명한 것처럼 차트에 채워 넣는 것이죠. 일이 정말 커질 것 같을 땐 돈으로 무마하지만, 대개는 재수술이나 다른 이유로 돌려요."

홍승권 변호사는 … 법무법인 한우리와 다올에서 미네르바 국가배상청구소송, 태안기름유출사건 등을 진행했던 홍승권 변호사는 현재 법무법인 매헌의 파트너 변호사로 개업해 홍승권 법률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 더 많은 기사는 여성조선 5월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