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사고와 함께 전 국민의 분노를 산 사건이 또 있었다. 작년에 울산과 칠곡에서 일어난 계모 살인 사건이다. 구미에서는 게임중독에 빠진 20대 아버지가 28개월 된 아들을 죽이는 사건도 일어났다. 끔찍한 아동학대가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각 사건의 구체적인 정황을 알아보고 아동학대에 대한 대책을 살펴봤다.
사건 1
울산 계모 살인 사건
의붓딸 이모(8) 양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울산 계모 박모(41) 씨. 계모 박 씨와 이모 양의 친부가 사실혼 관계로 동거를 시작하면서 이 양도 함께 살게 됐다. 유치원에서 색연필을 훔쳤다는 이유로, 학원에서 늦게 귀가했다는 이유로 이모 양은 수시로 맞았다. 뜨거운 물을 뿌려서 화상을 입은 적도 있다. 그렇게 위태로운 시간을 보내다가 사건이 터진 것은 지난 2013년 10월이다. 친구들과 소풍을 가고 싶다고 했던 이 양이 식탁에 올려둔 현금 2천3백 원을 훔치고 거짓말을 한다는 이유로, 박 씨는 갈비뼈 24개 중 16개가 부러질 정도로 이 양을 때렸다. 부러진 뼈가 이 양의 폐를 찔렀고, 이 양은 사망했다.
당시 경찰의 부검 결과에 따르면, 옆구리 쪽에 당한 폭행으로 부러진 갈비뼈가 폐를 찌른 것이 결정적인 사인이 됐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계모 박 씨는 이 양을 폭행한 뒤 뜨거운 물을 채운 욕조에 들어가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면 멍이 빨리 빠진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실제 이유는 달랐다. 박 씨는 이 양이 의식을 잃고 숨을 거두자 목욕하던 딸이 욕조에 빠져 숨진 채 발견됐다고 거짓 신고를 했다.
처벌은 어떻게? 경찰서는 박 씨에게 상해치사, 상습폭행, 아동학대 혐의를 적용해서 구속수감했다. 조사 결과 이 양의 친부 이모(46) 씨는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방임한 것으로 드러났다. 계모 박 씨가 딸을 폭행하는 장면을 옆에서 지켜본 적도 있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딸을 훈육하는 것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경찰 조사 결과 지난 2011년 경북 포항의 유치원에 다닐 때, 아동보호기관에서 아동학대 신고를 받았다고 연락을 했는데 이 씨가 상담을 거절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딸이 학대받고 폭행당한다는 사실을 충분히 알고 있었는데도 방치한 것이다. 경찰은 이 씨를 형사처분하기로 했다.
전문가 분석 이모 양의 비극은 사회적인 제도가 뒷받침되지 않아서 그 어떤 보호도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아동보호기관을 통해서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되었지만, 제도적인 한계로 구체적인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부모가 상담을 거절하면 현재의 법제도로는 더 이상의 진척이 불가능하다. 각 경찰청이나 지방청에 있는 성폭력수사대에서 법 개정을 통해서 집행을 해준다면 보다 가시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다.
사건 2
칠곡 계모 살인 사건
지난 2013년 8월 경북 칠곡군에서 A양(당시 8세)이 복통을 호소한 뒤 병원에 실려와 그대로 숨졌다. 하지만 아이의 상태는 심상치 않았다. 온몸이 멍들어 있었고, 기형적으로 꺾인 팔 등 누군가에게 구타당한 증거가 명백했다. 부검 결과 사인은 장기 파열. 가족들을 조사하던 중 범인은 아이의 친언니 B양(당시 12세)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뒤늦게 사건의 진실이 밝혀졌다.
심리치료를 받던 중 B양이 계모 임 씨가 자신에게 거짓 진술을 시켰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털어놓은 것이다. 계모 임 씨는 두 자매와 같이 살던 순간부터 사건이 일어난 5개월의 시간 동안 두 자매를 무참히 폭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당일에도 임 씨는 10차례 정도 배를 가격했고, 그 후 15차례의 폭행을 계속 이어갔다. 아이가 복통으로 실신했지만 방치했고, 2~3일이 지난 후에야 신고를 했다. 병원에 옮겼으나 아이는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계모는 그 외에도 여러 가지 방법으로 아이들을 학대했다.
처벌은 어떻게? 이 자매는 친아버지에게도 갖은 폭력을 당하는 등 안전 사각지대에 방치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친아버지는 주로 남의 시선이 미치지 않는 집에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숨진 막내딸에게 폭력을 행사했다. 아픈 딸을 제때 치료받게 하지 않아 장애를 앓게 하는 등 보호·치료에도 소홀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2012년 말부터 막내딸이 숨지기 직전까지 8개월가량 온갖 신체적·정신적 학대를 가한 것으로 낱낱이 드러났다. 대구지법에서는 계모에게 징역 10년, 친부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전문가 분석 죄질에 비해서 형량이 너무 가볍다는 여론이 많은 가운데 친부와 계모는 10년과 3년이라는 형량이 너무 많다고 항소를 한 상태다. 처벌이 약하다는 점은 대부분의 사회단체나 전문가들이 공감하는 부분이다. 공청회를 열어서 법적인 중형을 유도하는 분위기가 조성될 필요가 있다고 보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사건 3
구미 게임중독 아버지 살인 사건
게임에 중독된 20대 아버지가 생후 28개월 된 아들을 살해한 사건이다.
22세인 정 씨는 아들의 시신을 쓰레기봉투에 담은 뒤 가방에 넣어서 빌라 앞에 버렸다. 시신을 담요에 싼 채 아파트 베란다에 방치하다가 내다버린 것이다.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PC방 아르바이트를 하던 정 씨는 아내를 만나서 살림을 차렸고 아들을 낳았다. 혼인신고도 했는데 최근 극심한 생활고가 원인이 되어 별거를 시작했다. 정 씨는 PC방을 돌면서 게임을 하다가 집에 내버려둔 아들을 숨지게 했다. 집에는 2~3일에 한 번 정도 들러서 확인한 다음, 다시 외출해서 게임에 몰두하는 생활을 반복했다. 게임을 하러 나가야 하는데 아이가 잠을 자지 않아 손으로 코와 입을 막아서 숨지게 했다고 자백했다.
정 씨는 살해한 아들을 집 안에 방치한 뒤 찜질방, 여관 등에서 떠돌이 생활을 하다가 악취가 난다는 이유로 시신을 담요에 싸서 베란다에 내버려둔 뒤 다시 집을 나갔다. 모친이 아파트를 전세로 내놓은 사실을 기억해낸 정 씨는 집으로 돌아와 쓰레기봉투에 시신을 담은 다음 멀리 떨어진 빌라 담벼락에 버렸다. 아들을 살해한 뒤 24일간 아파트 방에 방치했고, 이어 11일간 베란다에 내버려뒀다가 버린 것이다.
처벌은 어떻게? 아들의 시신이 든 가방을 들고도 여유롭게 엘리베이터의 거울을 보고,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시신이 든 가방을 흔들면서 어디론가 사라지는 정 씨의 모습이 담긴 CCTV가 공개됐다. 아들의 시체를 들고 하는 행동으로 보기에는 충격이 커서, 그를 사이코패스로 분석하는 보고도 있었다. 이번 사건에 대해 경찰은 살인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한 상태인데, 영장실질심사도 이루어질 예정이다.
전문가 분석 철부지 부모 케이스다. 게임중독보다는 부모 교육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점이 핵심이다. 가정과 부모의 역할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무개념 상태에서 이런 행동을 벌이는 10~20대 초반의 젊은 부부들이 많다. 재발을 방지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를 서둘러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가족공동체가 와해되고 있는 현대사회가 낳은 병폐를 개선하는 사회적인 제도를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소득이 낮은 젊은 부부에게 이혼이나 별거 등의 가족 갈등이 생기면, 육아에 대한 책임감을 버리는 등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자녀 교육이 부모의 고유 책임이 니 만큼 올바른 양육법 교육 등 제도적인 장치를 사회가 먼저 마련할 필요가 있다.
부모교육 전문가 최강현 원장이 알려준 아동학대 막는 대책
부모의 인식이 바뀌는 것이 우선이다
아동학대는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이 아동의 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인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정신적·성적 폭력이나 가혹행위를 하는 것과 아동의 보호자가 아동을 유기하거나 방임하는 것을 말한다. 신체적 학대는 손이나 발 또는 도구로 아동을 때리거나 물건을 던지거나 꼬집고 물어뜯는 행위 등을 뜻한다. 아이를 대상으로 성기를 노출하거나 신체 및 성기 추행을 하는 것은 성적 폭력에 해당하고, 정신적인 학대는 잠을 재우지 않거나 언어적, 정서적 감금이나 억제 등 가학적인 행위를 하는 것이다.
세상을 발칵 뒤집은 아동학대로 인한 살인 사건이 연달아 일어나고 있다. 부모 교육 전문가 최강현 원장은 "칠곡, 울산, 대전 계모 사건부터 게임중독에 빠져 28개월 된 아들을 살해한 아버지까지 충격적인 사건들이 연이은 가운데, 사건의 원인 규명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부모의 인식 변화와 제도적인 뒷받침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도 당연히 요구되는 부분이다.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이번 사건들을 계기로 법원이나 검찰, 경찰과 아동보호기관이 모여 아동학대에 대한 양형 기준을 서양식으로 올려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처벌 강화는 아동학대가 결코 가볍지 않은 범죄라는 것을 환기시키고, 경고 효과를 불러일으키는 효과가 있다. 최 원장은 "경찰청 가정폭력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면서 경찰이 강력하게 대처한 결과 재범률이 낮아졌다"며 "법 개정을 통해 아동학대, 아동폭력과 같은 범죄를 각 경찰청이나 지방청에 있는 서 단위의 성폭력수사대에서 집행해준다면 보다 가시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부모 교육이 우선이다
아이를 키울 만한 자격이 있는 사람이 부모가 되어야 한다. 구미의 게임중독 아버지의 경우, 부모가 될 준비가 되지 않은 대표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다. 부모가 되기 전에 아이에 대한 제대로 된 가치관이 확립된 사람만이 부모가 될 수 있다는 개념이 사회적으로 확산되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 여성가족부 산하의 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 부모 교육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부모가 먼저 적극성을 가지고 자녀 양육에 대한 새로운 태도를 가져야 한다.
부모와 자식의 정확한 관계 설정
많이 달라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많은 부모들이 자식을 본인의 소유물이라고 생각한다. 자녀의 나이에 상관없이 자식을 독립된 인격체로 봐주는 부모의 태도가 중요하다.
아동학대 수사의 문제점 보완
칠곡 사건은 자매에게 학대가 있었음을 파악하고 있었다. 부모로부터 분리를 시켜서 치료를 받게 하고, 심신이 안정된 다음에 거짓말탐지기나 정신과 전문의의 도움을 받았었더라면 어땠을까.
재판은 비공개로 열렸지만, 피해자의 친언니 B양은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증언을 해야만 했다. 가혹한 행위를 했던 계모도 자신을 보고 있고, 가족들도 있는 상태에서 B양은 그 어떤 이야기도 할 수 없었다. 만약 비공개 회의실에서 증언을 하도록 했다면 조금 더 일찍 자유롭게 증언할 수 있었을 것이다.
점점 늘어나는 아동학대
2013년 발생한 아동학대는 전국적으로 6796건으로 전년도에 비해 400여 건 가까이 증가했다. 학대 빈도를 보면 거의 매일이 38.7%, 2~3일에 한 번이 15.4%로, 아동학대 피해자 10명 가운데 5.4명은 적어도 3일에 한 번꼴로 학대를 당하고 있다. 울산과 칠곡에서 일어난 계모 살인 사건으로 아동학대가 도마 위에 오르게 됐지만, 전체 폭력의 80% 이상이 가정 안에서 이루어진다. 이혼 이후 아이들이 방치된 케이스나 조손가정, 정상적인 가정에서도 많이 일어나고 있다. (보건복지부 통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