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표재민 기자] 방영 전부터 역사 왜곡 논란으로 시끌벅적했던 MBC 월화드라마 ‘기황후’가 6개월의 대장정을 마치고 종영했다. 이 드라마는 드라마적인 가치로 보면 상당히 흥미로운 이야기를 내세웠다. 덕분에 시청률과 화제성에서 부족함이 없었다. 하지만 중반 이후 반복되는 이야기와 방영 내내 따라다녔던 역사 왜곡은 인기가 높아질수록 비난도 수반됐다. 인기 있는 드라마였다는 영광과 꽤나 시끄러운 드라마였다는 아쉬움이 양분됐다.

‘기황후’가 지난 29일 무려 51부작을 끝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고려 여인으로서 원나라 황후가 된 기승냥(하지원 분)은 사랑하는 두 남자인 고려왕 왕유(주진모 분), 황제 타환(지창욱 분)을 모두 잃었다. 그리고 모국인 고려를 침략하며 해를 끼치고야 말았다. 방영 전부터 논란이 됐던 기황후의 반민족행위를 마지막 부분에 살짝 담으며 미화 논란을 봉합하려고 시도했다.

‘기황후’는 지난 해 10월 말 첫 방송 전부터 역사 왜곡 논란에 시달렸다. 기황후가 원나라 패권을 쥐기까지의 파란만장한 인생과 사랑을 다룬다는 예고만으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역사적으로 기황후의 행적이 반민족행위로 비쳐질 수밖에 없는데 그럼에도 드라마의 특성상 영웅으로 다뤄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또한 방영 전 패륜아 논란을 일으켰던 충혜왕은 가상의 왕 왕유로 변경되는 수난을 겪었다. 결국 이 드라마는 역사와 가상의 설정이 뒤섞인 ‘팩션(팩션(Faction)+팩트(Fact))’ 사극을 표방하며 논란을 잠재우려고 했다. 결과적으로 이 드라마는 뒤로 갈수록 사실보다는 가상의 이야기에 집중하며 ‘판타지 사극’이라는 웃지못할 별명이 따라붙기도 했다.

이 같은 배경 속에 ‘기황후’는 줄곧 안방극장의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렸다. 물론 ‘대조영’, ‘자이언트’를 통해 통속적이면서도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었던 장영철, 정경순 작가의 힘은 컸다. 이들이 써내려가는 선과 악의 뚜렷한 대결, 팽팽한 궁중 암투, 기발하기 그지없는 지략 싸움은 중독성 강한 이야기를 형성했다.

때문에 방영 전 시끄러운 논란과 관계없이 드라마를 집중해서 보는 이들이 늘어났다. 일단 드라마가 재미는 있었다. 그럼에도 고려 말 원나라 횡포의 중심에 있었다는 역사적인 평가를 받는 기황후를 미화한다는 지적은 여전했다.
 
역사 왜곡 뿐만 아니라 이 드라마는 갈등이 형성되고 회복됐다가 다시 형성되는 과정이 무려 6개월 동안 반복되며 전개 구조가 다소 지루했다.

혈육을 잃은 승냥이 원나라 황실에 대한 복수를 꿈꾸며 권력 쟁취기에 뛰어든 후 왕유와 승냥은 언제나 가시밭길을 걸었다. 승냥에 대한 신뢰와 불신을 반복하며 점점 미치광이로 변모하는 타환과 승냥과 대적하는 악역의 끝없는 출현은 극의 긴장감을 유발하는 동시에 익숙한 전개 방식의 반복으로 늘어졌다. 특히 유약한 황태자였다가 점점 성숙한 황제로 성장하는 타환이 시청자들에게 인기를 끌면서 기황후의 이야기보다는 타환의 이야기에 집중하며 다소 산으로 간 드라마 전개는 엇갈린 반응을 유발했다.

물론 주요 갈등에 있어서는 빠르고 흥미진진하게 풀어가는 재주가 남다른 작가들의 필력은 주인공인 승냥, 왕유, 타환 뿐만 아니라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에 힘을 실어주며 다양한 재미를 선사했다. 사극이었지만 주요 이야기 구성에 있어서 질질 끄는 전개는 없었다. 언제나 휘몰아치는 이야기 구조는 두 명의 작가들의 공력은 인정할 만 했다. 무려 50부 넘게 끌고 오면서도 상당히 큰 힘을 잃지 않은 이야기는 ‘기황후’의 매력이었다.

결국 ‘기황후’는 인기만큼이나 호평과 혹평이 뒤엉키는 드라마였다. 한국 갤럽 조사 결과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방송 1위에 오르기도 하고, 6개월 동안 월화드라마 시청률 1위를 놓치지 않았다. 동시에 인터넷에는 이 드라마에 대한 혹평과 호평이 가득한 댓글이 넘쳐났다. 드라마는 끝이 났고, 지금껏 그러했듯이 결말에 대한 평가도 엇갈리고 있다. 인기만큼이나 끝까지 요란한 ‘기황후’가 마지막까지 안방극장을 논쟁의 장으로 만들고 있다.

한편 ‘기황후’ 후속으로는 지독하리만큼 잔인했던 운명 속에 뿔뿔이 흩어진 삼형제가 성인이 돼 핏줄의 운명으로 얽히면서 벌어지는 인생과 사랑을 그리는 ‘트라이앵글’이 다음 달 5일 오후 10시에 첫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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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황후’ 방송화면 캡처, MB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