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31) 대 구리(古力·31)의 10번기가 6번기로 좁혀지면서 승부도 원점에서 재출발하게 됐다.
27일 전남 신안군 증도면 엘도라도 리조트에서 벌어진 Mlily 몽백합배 이세돌·구리 10번기 제4국에서 중국의 구리가 흑을 쥐고 179수 만에 이세돌에게 불계승했다. 10번기 스코어는 2대2로 바뀌었다.
중국바둑협회 왕루난(王汝南) 주석의 개시 선언으로 시작된 이날 대국은 시종 팽팽한 샅바 싸움으로 전개됐다. '고향 대국'에 나선 이세돌은 중원 전투에서 흑세 돌파에 성공, 우세를 잡는 듯했으나 상변 2선에 붙임수를 당하면서부터 조금씩 밀린 끝에 분패했다. 계가를 했으면 흑이 7집 반의 큰 덤을 내고도 1집 반가량 앞선 형세였다.
이로써 이번 10번기는 최종 승자를 점칠 수 없는 접전 양상으로 흐름이 일변했다. 이세돌은 지난 1월 열렸던 개막전과 2월의 2국을 연승, 10번기 조기 결판 가능성까지 점쳐졌으나 구리가 단숨에 따라붙으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 것.
스코어는 동률이지만 앞서가던 이세돌로선 쫓기는 모양새가 됐다는 게 불안 요인으로 남았다.
둘 간의 통산 전적서도 구리는 21승 1무 20패(비공식전 포함)로 이세돌보다 한발 앞서 가게 됐다. 이세돌은 구리에게 지난 3월 23일 제4회 초상부동산배 단체전 맞대결서 패한 것을 시작으로 춘란배 16강전, 10번기 3·4국을 잇달아 패하는 등 이날까지 4연패를 기록 중이다.
몽백합배 10번기는 중국의 가구 회사 헝캉(恒康) 유한공사가 기획한 대형 이벤트. 형식은 다소 다르지만 과거 일본과 중국에서 폭발적 화제 속에 치러지던 10번기를 벤치마킹해 만들어졌다. 승자가 상금 500만위안(약 8억3000만원)을 독식하고 패자에겐 '교통비' 정도만 지급되는 '데드매치' 형식이다. 동갑인 두 기사는 한때 세계 무대서 숱한 명승부를 펼쳤고 현재는 각각 자국 랭킹 3위에 올라 있다.
이번 10번기는 어느 한쪽이 먼저 6승을 차지하면 끝난다. 5대5일 경우엔 총상금을 반분하는 것으로 발표됐다. 대국은 매달 마지막 일요일 중국 전역을 돌며 11월까지 이어질 예정(6월은 월드컵 축구 대회 때문에 쉰다). 대국 장소가 한국에 배정된 것은 이번 4국이 유일하다.
시리즈 전체의 분수령이 될 5국은 내달 25일 이세돌의 흑번으로 윈난(雲南)성 샹그릴라에서 거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