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한 번 하기가 이렇게도 어렵다. 리버풀이 27일 밤(한국 시각) 영국 리버풀 안필드에서 열린 첼시와의 2013-14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36라운드에서 0-2로 무너졌다. 템포 조절에 완전히 말려든 비극. 엄밀히 말하면 무리뉴의 심리전에 그대로 걸려들었다. 2경기를 남겨둔 현재 승점 80점으로 1위는 지켰으나, 첼시(36경기-승점78)와 맨체스터 시티(35경기-승점77)의 추격이 여간 매서운 게 아니다.

이번 경기만 잡는다면 탄탄대로를 보장받을 수 있었다. 우승 경쟁에서 첼시를 완전히 배제함은 물론, 맨시티와의 격차를 더 벌릴 수도 있었다. 최근 리그 12연승을 내달리며 기세는 대단했고, 첼시는 주중 챔피언스리그 병행 탓에 가동할 수 있는 자원의 폭이 확연히 줄었다. 더욱이 경기가 열리는 장소는 올 시즌 단 한 번(2013년 9월 21일 사우샘프턴전)밖에 패하지 않은 '안필드'였다. 하지만 이 경기에서 얻을 수 있는 게 많았던 만큼 심적으로 쫓기는 건 오히려 리버풀일 수 있었다. 무리뉴는 전체적인 라인을 끌어내리며 상대의 조급함을 극대화했다.

수아레즈는 골만 잘 넣는 선수가 아니었다. 팀 득점의 대부분(96골 중 30골)을 득점을 책임지면서도 아래로 내려와 공격형 미드필더 역할, 측면으로 빠져 윙어 역할을 하는 등 1인 다역을 해냈다. 종적인 침투, 횡적인 침투가 모두 주효해 상대 수비를 이리저리 끌고 다녔다. 스털링도 만만치 않았다. 드리블 모션에서 상대의 무게 중심을 허물 줄 알았고, 작은 키-작은 보폭에도 힘이 강해 치고 나가는 동작에 속도가 붙었다. 하지만 첼시의 밀집된 진영 앞에 이들의 파괴력은 좀처럼 구현되지 않았다. 한데 모여 끈끈함을 내보인 파란색 유니폼 무리에선 빈틈을 발견하기 어려웠다.

첼시는 측면 수비의 오버래핑을 사실상 닫았다. 아예 9명으로 기본 수비 전형을 지역을 두루 방어하는 형태도 띠었다. 수비 숫자가 무실점을 보장하는 건 아니다. 상대에게 끌려다니며 무수한 공격을 받아내는 플레이는 심적으로 힘들 수밖에 없고, 한순간의 실수가 한 경기의 실패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이런 첼시에 큰 힘이 된 건 제라드였다. 사코에게 패스를 건네받기 전, 이미 뎀바바의 위치와 거리까지 확인했거늘 제라드답지 못한 실수가 나왔다. 일대일 찬스에서 빨려 들어간 뎀바바의 골은 더없이 쓰라렸다. 2009-10 시즌 37라운드 첼시전, 드록바에게 선물했던 패스가 묘하게 오버랩됐다(이 경기에서 승리한 첼시는 우승을 차지했다).

무리뉴의 대응법은 무서울 만큼 치밀했다. 상대가 내려앉아 공간을 죽일 경우, 가장 큰 문제는 속도를 살리기 어렵다는 데 있다. 침투하는 선수의 속도도, 운반하는 볼의 속도도 떨어지기 마련이다. 올 시즌 리버풀이 기록한 골 중 상당수가 숫자 싸움에서 유리한 상황, 즉 러닝 패스가 주가 될 때 나왔음을 되짚어보면 첼시의 수비법이 얼마나 치명적이었는지 와 닿는다. 좁은 공간으로의 침투 패스는 강약 조절이 까다로울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제자리에 멈춰있던 시간이 길었던 만큼 결정력을 발휘할 장면에서 급발진하듯 속도를 내기도 어려웠다. 팀 구성상 공중볼 및 세컨볼을 노려 전방으로 때려 넣는 패턴이 가능한 것도 아니었다.

첼시는 ?시간을 충분히 썼다. 이들의 동작 하나하나에 주심은 계속 시계를 가리켰고, 전반 인저리 타임은 3분이나 나왔다. 슈워처는 중앙으로 몰리는 슈팅을 품에 안고 엎드렸고, 여러 선수가 10초 이상 주저앉아 쉬어가는 장면이 나왔다. 이런 동작들은 리버풀의 템포를 지독히도 끊어놨다. 무리뉴는 쉬얼레가 경련이 났을 때, 케이힐을 급히 준비해 내보낼 수도 있었지만 다시 운동장에 들어가게 한 뒤 교체 아웃했다. 그동안 에쉴리콜을 불러 지시를 내릴 시간을 확보했다. 수비를 주로 하는 팀이 오히려 템포를 늘렸다 줄이며 지배했다. 아래에 쳐졌다가도 중앙선 언저리에서는 쉬얼레가 빠르게 치고 나가며 리버풀을 곤욕스럽게 했다.

리버풀은 밀집된 상대 진영을 향해 26개의 슈팅(첼시 11개)을 퍼부었고, 제라드는 홀로 슈팅 9개를 쏟아냈다. 시간이 갈수록 조급해진 이들은 라인을 끌어 올렸고, 뒷공간을 훤히 내준 상황엔 토레스가 적격이었다. 무리뉴는 인저리타임까지 10분이 남은 무렵, 이 선수를 투입해 마지막 공격 열정을 불태울 요량이었다. 선수 개개인이 볼을 최대한 오래 잡으며 시간을 보내는 방법을 택했던 첼시는 역습 과정에서 토레스의 도움에 윌리안이 한 골을 더 보탰다. 아직은 리버풀이 선두 경쟁에서 앞서 있다. 다만 '첼시 암초'가 주는 데미지가 가볍지만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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