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성공시키기 위한 방법은 거칠게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관객의 기대를 온전히 충족시켜주는 것이 첫 번째, 보는 이의 예상을 완전히 벗어나 새로운 영화적 경험을 제공하는 방식이 두 번째다.
액션 영화에도 이런 구분을 대입해볼 수 있다. '액션' 영화를 만들었다는 것을 강력하게 밀어붙여 러닝타임을 고밀도의 액션으로 채운 뒤 단 1초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들거나, 다른 영화에서는 전혀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액션으로 관객이 다음 장면을 보지 않고는 궁금해서 못 배기게 만드는 것이다.
상영 중인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나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가 첫 번째 방식에 가까운 영화라면, '드라이브'와 '온리 갓 포기브스'의 니콜러스 윈딩 레픈은 두 번째 방법으로 주목받았다.
여기에 한 가지 더, 어떤 장르의 영화도 마찬가지겠지만 액션 영화의 성패는 주인공이 얼마나 매력적인 인물로 그려지느냐에 달려있기도 하다. '아저씨'의 '아저씨', '다이하드' 시리즈의 '존 매클레인' 형사, '킬빌'의 '블랙 맘바' 같은 유명 액션 영화 주인공의 대사나 행동을 관객이 따라 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고, 이런 캐릭터의 개성이 곧 흥행 성공으로 이어진다. '표적'은 위의 흥행 공식에 부합하는 성공적인 액션 영화일까.
동생과 함께 사는 '여훈'(류승룡)은 살인 사건에 휘말려 쫓기는 신세가 된다. 교통사고를 당한 여훈을 치료한 '태준'(이진욱)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인물에게 아내를 납치당하고 그에게서 여훈을 데리고 오라는 지시를 받는다. 경찰관 '영주'(김성령)와 '송 반장'(유준상)은 여훈을 살인 용의자로 지목하고 그를 추적한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 창감독의 '표적'은 앞서 나열한 액션물의 성공공식 어떤 것에도 부합하지 않는 함량 미달의 영화다. 액션의 강렬함도, 신선함도 없을 뿐만 아니라 인상적인 캐릭터까지 부재다. 대신 스크린을 채우는 것은 상투적이고 관습적인 액션과 대사이고, 과장된 캐릭터와 감정이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표적'이 가장 자신 있게 내세우는 두 장면이 있다. 하나는 '여훈'이 인력 사무소를 찾아가 펼치는 '19대 1' 액션신이고, 다른 하나는 '여훈'이 차를 몰고 광수대 사무실로 들이닥치는 장면이다. 19대 1 액션의 핵심은 이 장면을 롱테이크 기법으로 촬영했다는 점인데, 이 방식을 10년 전에 사용했다면 새로운 것이 될 수도 있었겠지만, 이미 다수의 영화에서 롱테이크를 활용해 액션 장면을 만들고 있는 현실에서 이는 새로운 방식이라기보다 외려 관습적인 촬영이라고 볼 수 있다. 관객은 2005년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에서 롱테이크 액션 장면의 정점을 맛본 경험도 있지 않은가.
주인공이 차를 타고 사무실로 돌진하는 장면도 그렇다. 굳이 외화의 자동차 액션과 비교할 것도 없다. 지난해 말 개봉한 '용의자'의 카 액션과 비교하면 '표적'의 그것은 싱겁다기보다 오히려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액션보다 더 좋지 않은 것은 캐릭터 조형술이다. '최종병기 활'의 '주신타', '광해, 왕이 된 남자'의 '허균', '내 아내의 모든 것'의 '장성기', '7번 방의 선물'의 '용구' 등 단 한 번도 비슷한 연기를 한 적이 없고 배역마다 강한 인상을 남긴 류승룡은 '표적'에서만큼은 매력 없는 배우가 됐다. 이유는 간단하다. 액션이 허약하기 때문이다.
류승룡이 맡은 '여훈'은 말수가 적고, 감정 표현을 잘 하지 않는 캐릭터다. 액션은 유일하게 이 캐릭터를 설명하는 방법이다. 더 빠르고, 더 세고, 더 폭발적이어야 한다. 그래야 관객은 '여훈'이 어떤 인물인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영화의 액션은 자체로 부실하다. 류승룡의 존재감이 드러나지 않는다. 액션이 전부인 주인공의 액션이 정적이라면 이 인물은 존재 의미가 없다.
유준상은 지나치게 과장된 연기를 하고, 진구는 따로 떼어놓고 보면 좋지만 혼자 연기하는 듯하다. 이것은 배우 개인의 연기력 문제이기보다는 연출의 문제라고 보는 게 맞다.
지나치게 비장해 느끼한 영화가 된 것도 단점이다. '여훈'은 동생 '성훈'(진구)을 위해, '태준'은 아내 '희주'(조여정)를 위해 목숨을 건다. "단순한 액션 영화가 아니라 가족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는 창감독의 의도가 담긴 설정이다. 하지만 이런 설정은 등장인물의 극적인 행동을 위한 장치 정도로 보이고, 시도 때도 없이 울어대는 주인공들은 영화를 무의미하게 감상적으로 만든다.
러닝타임이 짧다는 점은 다행이다. 30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