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한 성적과 선수 장악력 부재 등으로 시즌 내내 구설수에 올랐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데이비드 모예스 감독이 끝내 경질됐다.

맨유는 22일(이하 한국시간) 구단 공식 홈페이지와 트위터 등을 통해 모예스 감독의 경질을 공식 발표했다. 공석이 된 맨유 감독직은 플레잉코치 라이언 긱스가 임시로 맡아 잔여 시즌을 치른다.

지난해 5월 9일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뒤를 이어 맨유의 사령탑이 된 모예스는 채 1년을 채우지 못하고 결국 불명예 퇴진하게 됐다.

349일의 짧은 재임 기간이었지만 모예스가 남긴 '임팩트'는 무척 컸다. 그것이 좋은 방향이었다면 좋았겠지만 애석하게도 모예스의 '임팩트'는 대부분 부정적인 것들이었다.

모예스는 웨인 루니, 로빈 판 페르시, 리오 퍼디난드, 나니 등 개성 강한 맨유 선수들을 하나로 묶지 못했다. 스타 플레이어들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전술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전통의 강호 맨유가 무너지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맨유는 추락에 추락을 거듭했고, 모예스에게는 '기록파괴자'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이 생겼다.

모예스의 첫 기록 파괴는 지난해 9월 28일 리그 6라운드 웨스트 브롬위치와의 홈경기에서였다. 맨유는 이 경기에서 1-2로 패하며 해당 팀에게 35년만에 안방에서 패했다.

또 12월 4일과 7일 열린 에버튼, 뉴캐슬과의 홈 2연전에서 모두 0-1로 져 지난 2001-02 시즌 이후 12년만에 홈 2연전 패배를 기록했다. 또 에버튼에게는 21년, 뉴캐슬에게는 41년만에 각각 홈에서 패배를 당한 것이었다.

이걸로 끝이 아니다. 지난 1월 8일 선덜랜드에게 패하며 14년간 이어온 선덜랜드전 무패 행진을 마감했고, 같은 달 12일에는 스완지시티와의 FA컵 64강전에서 1-2로 져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스완지시티에게 홈 패배를 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특정 구단들에게 이어온 무패행진이 끊어지니 전체적인 성적도 좋을 리 없었다. 맨유는 22일 현재 17승 6무 11패(승점 57)로 리그 7위에 머물러 있다. 1992년 프리미어리그로 개칭한 후 맨유가 기록한 가장 낮은 순위는 3위였다. 맨유 역사상 10패 이상을 기록한 것도 올 시즌이 처음이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는 8강전에서 탈락했고, 리그컵(4강 탈락), FA컵(64강 탈락) 등 올 시즌 단 한 개의 우승 트로피도 가져오지 못했다.

여기에 지난 21일에는 에버튼에게 0-2로 지며 4위까지 주어지는 차기시즌 챔피언스리그 티켓 획득마저 좌절됐다. 맨유가 챔피언스리그 무대를 밟지 못하는 것은 1995-96시즌 이후 19년 만으로 맨유 구단도 이 시점에서 인내의 한계가 온 것으로 보인다.

모예스가 맨유 사령탑으로 있었던 349일은 맨유와 팬들, 그리고 모예스 모두에게 불편한 시간이었다. 어쩌면 경질의 '철퇴'를 맞은 모예스 자신도 지금의 상황에 홀가분해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