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백년 동안의 고독'으로 국내에도 널리 알려져 있는 소설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콜롬비아)가 87세로 타계했다.
AP를 비롯한 주요 외신들은 18일(이하 현지 시각)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소설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가 17일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 외곽의 코요아칸에 있는 자택에서 타계했다"고 보도했다. 사인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마르케스는 지난달 31일 폐감염과 요로감염에 따른 탈수 증세로 병원에 입원했으며, 타계 전에는 퇴원 후 집에서 요양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마르케스의 타계 소식이 알려지자 후안 마누엘 산토스 콜롬비아 대통령은 트위터에 "콜롬비아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인물의 죽음은 백년 동안의 고독과 슬픔이다"라며 애도를 표했다.
대표작인 '백년 동안의 고독'(1967)을 비롯해 '족장(族長)의 가을'(1975), '콜레라시대의 사랑'(1985) 등을 통해 '마술적 리얼리즘' 창시자로 불린 마르케스는 사실과 환상을 공존시키면서도 이를 실감 넘치는 묘사로 풀어낸 작품들로 현대 중남미·히스패닉 문학의 상징이 됐다.
특히 마르케스는 콜롬비아 시에나가에서 1928년에 벌어진 바나나 학살 사건(바나나 플랜테이션에서 더 나은 노동 조건을 요구하며 노동자들이 한달 간 파업을 이어가자, 콜롬비아 정부가 진압군을 최소 47명 최대 2000여명이 학살된 사건)을 배경으로 외세 침략에 의해 황폐화된 조국 현실을 부엔디아 가문의 역사로 표현한 걸작 '백년 동안의 고독'으로 1982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마르케스는 소설가로 널리 알려져있지만, 저명한 기자이기도 했다. 정부 비판적인 기사로 콜롬비아에서 주목받는 기자였던 마르케스는 그의 신변을 우려한 신문사에 의해 유럽 특파원으로 발령받기도 했다. 하지만 마르케스가 파리에 도착한 후 신문사가 폐간되면서 그는 신변 위협으로 귀국하지 못하고 평생을 유럽과 멕시코에서 보냈다.
그럼에도 마르케스는 생전에 장편소설 6권, 중편소설 4권, 단편소설집 6권, 논픽션 7권 등 왕성한 저술활동을 이어갔고, 그의 저서는 중남미뿐만 아니라 미국 등 전 세계에서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마르케스의 '마술적 리얼리즘'은 이후 파울로 코엘료 등 여러 중남미 작가에게 큰 영향을 미쳤고, 이들의 작품이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큰 인기를 누리면서 중남미 문학이 전 세계에 확산되는 계기가 됐다.
마르케스의 작품은 '백년 동안의 고독'을 비롯해 '콜레라 시대의 사랑'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 등 장·단편 소설과 에세이집 20여 편이 국내에 번역돼 출판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