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전기념일(5월 9일)’을 맞이해 러시아 시민이 자신의 외투에 성 조지 리본을 다는 모습.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서 관공서를 습격하거나 점거한 친(親)러시아 무장 세력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오렌지색 바탕에 검은색 3줄이 그려진 휘장을 두르고 있다. 러시아의 상징과도 같은 이 휘장의 유래는 무엇일까.

'성(聖) 조지 리본'〈사진〉으로 불리는 이 휘장은 러시아 황실 군대의 전통적 상징이다. 1769년 러시아 여제(女帝) 예카테리나 2세가 최고 무공 훈장으로 수여한 것이 기원이다. 검은색은 '화약'을, 오렌지색은 '불'을 의미한다.

이 휘장이 '성 조지 리본'으로 불리는 건, 휘장 끝에 초기 기독교의 순교자인 성 게오르기우스(조지)의 메달이 달려 있었기 때문이다. 중세 전설에서 성 게오르기우스는 백마를 타고 사악한 용(龍)을 물리친 기사(騎士)로 묘사됐으며, 모스크바의 수호성인이다. 러시아 제국 당시 황실 군대의 상징으로 사용됐으며, 2차 세계 대전 때도 소련군 경비대의 부대 마크로 쓰였다. 나치 독일이 소련에 항복한 '승전 기념일(5월 9일)' 60주년이었던 2005년에는 러시아 전역에서 대대적으로 '성 조지 리본' 캠페인이 벌어졌다.

하지만 소련 시절에 정치적 핍박을 받았던 우크라이나와 발트 3국, 동유럽에서는 다소 '불편한' 상징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