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윤세호 기자] LG 내야수 박용근(30)이 불의의 사고를 딛고 부활했다.
2010시즌 이후 4년 만에 1군 경기에 출장 중인 박용근이 타율 3할7푼5리 출루율 5할4푼5리로 맹활약 중이다. 아직 6경기 밖에 출장하지 않았고, 11타석에 불과하다. 하지만 박용근이 당한 최악의 상황을 돌아보면, 박용근의 복귀와 지금의 모습은 기적에 가깝다.
박용근은 2012년 10월 서울 강남 모처에서 흉기에 찔리는 사고로 곧바로 간을 절제하는 수술을 받았다. 2011년 경찰청에 입단, 군복무를 마치고 팀 합류를 준비하는 시기에 피습을 당하고 말았다. 사고 당시 선수생명은 물론 목숨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다행히 박용근은 수술 후 무사히 건강을 회복했고 2013시즌 LG 재활군에 합류, 1년 동안 100% 몸 상태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박용근은 지난 10일 사직 롯데전에 앞서 당시를 회상하며 “사고를 당하고 첫 번째로 든 생각이 ‘야구해야 하는데’였다. 다행히 수술이 잘 됐고 몸 상태도 돌아왔다. 큰 사고를 당한 만큼, 작년에는 부담 없이 많은 것을 내려놓은 상태로 야구를 했다. 지난해가 내게는 참 의미 있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주위에서도 많은 도움을 주셨다”고 말했다.
박용근은 2007년 LG에 2차 1라운드 3순위로 입단했다. 공수주 모두에 능한 멀티 내야수로 입단 첫 해부터 1군에서 67경기를 소화했다. 2009시즌에는 19도루를 기록했고 2010시즌에는 타율을 2할6푼3리까지 올렸다. 이후 박용근은 경찰청에 입대, 최형우 양의지처럼 또 한 명의 경찰청 출신 대스타를 꿈꿨다.
박용근의 최대 장점은 강인한 정신력이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프로무대에 돌아온 것에서 보이듯, 악바리 같은 근성으로 그라운드에 선다. 박용근은 지난 8일과 9일 사직 롯데전서 각각 9번 타자겸 유격수, 8번 타자겸 유격수로 시즌 첫 선발 출장했고 자신의 진가를 드러냈다.
8일 경기에선 2타수 1안타 3볼넷을 기록, 4번 출루하며 상위 타선에 찬스를 제공했다. 상대 투수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고, 총 5타석 동안 박용근을 상대한 롯데 투수들은 투구수 30개를 기록했다. 결과적으로 롯데는 박용근 한 명에게 불펜 투수 한 명을 소비하고 말았다. 김기태 감독은 이를 두고 “용근이가 의도한대로 잘 해줬다. 안타를 떠나서 이러한 플레이가 팀에 승리를 가져다준다. 정말 보기 좋은 모습이었다”고 박용근을 칭찬했다.
박용근은 당시 상황에 대해 “감독님께서 내게 그려놓으신 그림이 삼진을 당하지 않는 것이었다. 절대 삼진만은 당하지 말자는 생각으로 타석에 들어섰다. 내가 출루하지 못하더라도, 상대 투수진을 소모시키면, 내 뒤에 있는 훌륭한 선배님들이 편해질 것이라 생각했다”고 돌아봤다. 롯데가 자신에게 투구수 30개를 기록했다는 것을 알고는 “그것까지는 몰랐는데 정말 다행이다. 내 일을 잘 한 것 같다”고 웃었다.
9일 경기에선 천금의 2루타를 터뜨렸다. 5-4로 앞선 9회초 네 번째 타석에서 2루타를 날렸고, 정의윤의 좌전 적시타로 득점까지 올렸다. LG가 승기를 잡은 순간이었다. 박용근은 “안타를 치기 이전 타석에선 계산이 안 맞았다. 전날 내가 볼넷을 많이 얻은 만큼, 이번에는 상대 투수가 적극적으로 승부를 걸 것이라 생각하고 나 또한 적극적으로 배트를 휘둘렀는데 잘 안 됐다”며 9회초 2루타를 돌아보지 않고 그 전 타석에서 자신의 스타일을 지키지 못한 데에 아쉬움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박용근은 “오랜만에 1군 무대에 돌아온 만큼 긴장도 좀 되는 게 사실이다. 그래도 정말 신이 나고 즐겁다”고 4년 만에 1군 그라운드에 돌아온 소감을 밝혔다. 이어 박용근은 “감독님과 선배님들이 정말 잘 해주신다. 우리 팀에 훌륭한 선수들이 많은 만큼, 내가 그들의 활약을 도울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