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수 조선경제i 대표

세계를 제패한 한국 골프 선수의 경쟁력을 망가뜨리는 법은 간단하다. 정부가 '골프대책위원회'를 만들어 각종 법안을 제정하는 것이다. 위원회는 골프 선수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별별 희한한 대책을 만들 것이고, 엄청난 예산을 쏟아부을 것이다. 과연 정부가 지원한 골프 선수가 지금 같은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까? 반대의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기업 생태계도 비슷하다. 경쟁을 통해 소비자에게 선택받은 기업은 살아남았고, 실패한 기업은 도태됐다. 정부가 나서 약자를 보호한다며 상대편을 링에서 쫓아낸 다음 그 약자가 살아남은 경우는 없었던 것 같다.

박근혜 정부는 '규제와의 전쟁'을 선언할 때 타도 대상을 잘못 선택했다. 규제보다 규제를 양산하는 기관부터 개혁해야 했다. '중소기업 적합 업종'을 부활시킨 동반성장위는 이 순간에도 수많은 규제를 양산하느라 바쁘다. 적합 업종이란 빵집·두부·LED 조명·간장류 같은 100여개 품목에서 대기업과 중견 전문 기업을 시장에서 쫓아내는 것을 말한다. 노무현 정부 시절 '중소기업 고유 업종'이라는 이름으로 시행했다가 부작용이 너무 심해서 폐지했던 규제가 좀비처럼 다시 살아난 것이다.

이 규제는 한마디로 스타벅스나 맥도날드 같은 외국계 기업에 특혜를 주고 카페베네와 파리바게뜨 같은 국내 전문 기업은 망하게 하는 규제다. 샘표식품에 간장 사업을 확장하지 못하게 하고, 풀무원에 두부를 팔지 못하게 한다. 그러니 부작용도 허다하다. 식품 전문 기업에 두부 원료인 콩을 납품하던 농민들부터 도산 위기에 몰렸다.

'중소기업 적합 업종' 시행 3년 만에 알토란 같은 국내 시장은 외국 대기업에 넘어가고 있다. 예컨대 LED 램프 시장은 대기업이 떠난 자리를 오스람이나 필립스 같은 다국적기업이 차지했다. 세계 최대의 회전초밥집인 일본 회사 스시로는 국내 기업이 사라지자 무섭게 점포 수를 늘려가고 있다. 국내 커피 전문점들은 출점 제한과 철수 규정에 몰려 매출과 이익이 곤두박질했지만 규제 밖에 있는 스타벅스는 매년 성장하고 있다.

이것도 부족해서 동반성장위는 수퍼마켓·떡·전세버스·예식장·여행업 등 34개 업종을 적합 업종에 추가로 지정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여행사업을 하는 하나투어·모두투어·한진관광·롯데관광개발은 모두 사업 확장 제한 또는 철수 권고를 받게 된다.

중견기업이 탄탄해져야 한국 경제는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할 수 있다. 경쟁을 통해서 망해야 할 회사가 망하지 않으면 다른 기업까지 좀비가 된다. 미국 벤처기업의 산실인 실리콘 밸리에서도 창업한 회사 중 90%가 망한다. 한경희 생활건강이 만든 스팀청소기나 락앤락이 생산한 밀폐 용기처럼 대기업과 싸워서 스스로 시장을 개척한 기업만이 승자가 된다.

동반성장위에 묻는다. 외국 대기업을 위해 그렇게 열심히 일하는데 왜 우리 세금에서 월급을 받고 있나? 박 대통령께 묻고 싶다. 예전에 언급한 한국 경제의 '암 덩어리'가 국내 시장을 외국 기업에 넘겨주고, 우리 중소기업은 온실에 가둬 경쟁력을 죽이고 전문 기업은 크지 못하게 하는 그 규제 기관을 말한 것은 아니냐고? 우리 기업들은 그 대답을 빨리 듣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