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권지영 기자] 정말 사랑하지만, 그 사랑이 상대방을 괴롭게 하는 가족의 사연이 등장했다. '개그콘서트' 정태호의 유행어, '그거 사랑 아니야'가 생각나는 순간이었다.

지난 7일 방송된 KBS 2TV 예능프로그램 '안녕하세요'에는 사랑하는 동생에게 좋은 것을 보여주고 싶은 오빠가 등장했다. 동생은 고3이라 공부를 해야하지만, 오빠가 뭐든지 함께 하자고 졸라 고민이었다.

하지만 객석에 등장한 오빠는 유려한 언변으로 모두를 공감시켰다. 오빠는 어린시절 맞벌이하는 부모님을 위해 동생을 데리고 다녔다고. 오빠는 그렇게 각별한 동생이 고3이라고 무조건 삭막하게 생활하는 것 대신, 어차피 공부도 하지 않을 바에는 자신과 함께 영화도 보고 음악도 들으며 견문을 넓히는 것이 낫다는 입장이었다.

오빠의 확고한 생각과 조리있는 언변에 동생을 뺀 MC들과 관객들은 수긍하는 모습. 하지만 반전이 있었다. 오빠는 동생의 취미는 조금도 공유할 생각이 없었던 것. 동생은 싫어도 참아가며 오빠가 좋아하는 영화와 음악을 공유하는 많은 시간을 보냈지만, 정작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같이하자고 할 때는 오빠가 거부했고, 오빠도 동생의 취미는 자신과 맞지 않기 때문에 전혀 공유할 생각이 없다고 말하는 불통의 모습으로 모두를 놀라게 했다.

자신의 취미만 억지로 강요하는 오빠의 진짜 모습, 그것이 고통스러운 동생의 진짜 고민이 공개되자 이제 더이상 어린 동생을 아끼고 사랑한다는 오빠의 설명은 설득력이 없어졌다. 자신의 생각대로 동생이 움직여야 직성이 풀리는 오빠의 때문에 이 사연은 새로운 1승에 등극했다.

또한 막내아들을 사랑하는 아빠의 사연도 시선을 끌었다. 아빠는 초등학교 6학년생인 아들의 중요부위를 시도때도없이 만지는 나쁜손으로 아들을 수치스럽게 하고 있었다. 아들은 또래보다 어린 외모로 깜찍함을 뽐내 MC들에게 귀여움을 받으며, 아빠가 충분히 그럴 수도 있을 것이라는 말도 들었다. 아빠 또한 "이 정도 문제로 TV에 나온다면, 대한민국 사람이 다 고민이다. 아들이 귀여워서 그런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들은 "누나가 볼 때 아빠가 그런 장난을 치면 수치스럽다"며, 친구들이 TV로 자신을 보고 놀리는 것보다 아빠의 장난이 더 고민이라고 말해 심각성을 알게 했다. 아빠는 아들이 중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장난을 치고 싶다고 했지만, 아들은 서로 기분 좋은 방법으로 사랑해달라고 진지하게 부탁했다.

기본적으로 진한 가족애가 바탕이 된 사연이었다. 하지만 일방적인 사랑의 표현은 한쪽엔 심각한 스트레스였다. 자신의 행동을 상대방에게 강요하는 모습은 사랑이라는 이름에 포장된 폭력으로, 관객과 시청자에 공감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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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