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포경(調査捕鯨·연구를 목적으로 한 고래잡이)' 조항을 악용해 지난 27년 동안 세계 바다의 고래를 남획해온 일본의 관행이 국제사회의 철퇴를 맞았다.

국제사법재판소(ICJ)는 31일 "일본의 남극해 포경을 금지해야 한다"는 호주 정부의 제소를 전면 인정해 일본의 남극해 고래잡이를 중단하라고 판결했다. 국제포경규제조약에 따라 1986년부터 상업 목적의 고래잡이가 전면 금지됐으나, 일본은 "고래의 생식 현황을 연구한다"며 남극해와 북서(北西)태평양에서 밍크고래를 중심으로 고래잡이를 강행해 왔다. 국제사법재판소는 이 고래잡이가 '연구·조사용 포경'이 아닌 '상업용 포경'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일본 조사 포경선들의 남극해 고래잡이가 금지된다. 재판은 '1심제'이다. 일본 정부는 "판결을 수용한다"고 발표했다.

일본 와카야마(和歌山)현 다이지초(太地町)의 돌고래 사냥을 고발한 다큐멘터리 영화 ‘코브’의 한 장면. 돌고래의 피로 바다가 붉게 물들어 있다.

이날 국제사법재판소 재판관 16명 중 12명이 일본의 남극해 고래잡이가 국제 포경 조약을 위반한다고 판단했다. 국제사법재판소는 일본의 북서태평양 고래잡이에 대해서도 "일본이 (남극해) 판결을 고려해 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국제사법재판소의 이번 판결에 따라 일본의 북서태평양 포경도 지속되기 어려울 전망이라고 일본의 마이니치(每日)신문이 보도했다.

국제사법재판소는 근거로 일본이 남극해에서 연간 포획하는 밍크고래 수(850마리)가 지나치게 많고, 2005년 고래 연구 프로그램 자파2(Jarpa II) 시작 이후 밍크고래 3600마리를 포획했지만 지금까지 과학적 연구 결과가 미미하다는 점을 들었다. 일본이 포획한 고래 대부분이 과학 조사가 아닌 식용으로 쓰인다는 점을 사실상 인정한 것이다. 실제로 일본에선 고래고기가 일반 식료품 매장에서 판매되는 것은 물론, 생선초밥 재료, 심지어 일부 지방에선 학생들 급식 재료로 사용돼 왔다. 일본이 남극해와 북서(北西)태평양에서 잡아들인 고래는 한때 1000마리가 넘었으나, 수요를 넘는 무분별한 남획으로 재고가 늘어나고, 국제환경단체의 조직적 방해로 작년엔 절반 이하로 줄었다.

2010년 5월 호주 정부가 "일본이 조사 포경을 명목으로 상업 포경을 하고 있다"며 ICJ에 제소했을 때, 일본 정부는 "고래 고기는 존중받아야 할 일본의 식문화"라는 반론을 펼쳤다.

일본의 포경은 최근에도 잇따라 국제적 논란을 빚었다. 올 1월에는 캐럴라인 케네디 주일 미국 대사가 일본 와카야마현 다이지초(太地町)의 잔혹한 돌고래 포획을 비판했다. 이 마을에서는 돌고래 수백마리를 작은 만(灣)에 몰아넣어 헤엄칠 공간 없이 며칠간 가둬놓고, 해양공원 등에 내다 팔 돌고래 수십마리를 골라낸 다음 나머지는 작살로 찍어 올리는 수법으로 돌고래를 포획한다. 돌고래는 국제포경위원회의 포경 금지 대상은 아니다.

☞조사 포경(調査捕鯨)

고래와 관련된 자료 수집과 연구를 목적으로 하는 고래잡이(捕鯨)를 뜻한다. 국제포경위원회(IWC)는 1986년 밍크고래 등 12종에 대한 상업적 포경을 전면 금지했지만 고래의 수(數), 생태 등의 연구 목적에 한정해 포획을 인정했다. 일본은 이 예외 조항을 악용해 2005년 1000마리가 넘는 고래를 남획했다.

☞호주가 왜 제소했을까?

호주가 일본을 제소한 이유는 흰혹등고래인 ‘미갈루(Migaloo)’가 호주 동부해안의 가장 인기 있는 관광상품이기 때문이다. 호주는 이 상품으로 해마다 3억호주달러(3000억원)를 벌어들인다. 호주는 일본을 제소하면서 “호주 연안을 포함해 남극 연안 고래의 42%가 일본 포경선에 희생될 처지”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