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벤처 사장 안철수는 술을 한 잔도 안 마시는 사람이었다. 술자리엔 가끔 오지만 술은 입에 대지 않았다. 처음 따른 잔을 두 손으로 꼭 잡고 몇 시간이고 앉아 있었다. 이런 사람은 분위기를 어색하게 만든다. 자신도, 옆에 앉은 사람도 괴롭다. 안철수와 친하다는 벤처기업가는 적다. 술을 안 마시기 때문이라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그는 술을 못 마시는 사람이 아니라 안 마시는 사람이었다. "의대 시절엔 밤새 마신 적도 많다"고 했다. 이런 주당(酒黨)이 어느 날 건강상 이유로 술을 끊기로 결심했다. 그러고 20여년 마시지 않았다. 그는 한번 결심하면 그대로 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얼마 전 그가 폭탄주를 만들어 돌렸다는 기사가 나왔다. 변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2002년 신제품을 발표하고 기자간담회를 할 때였다. 대화하던 중 한 기자가 농담을 던졌다. "곧 도덕 교과서에 등장하겠어요." 도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좀 비꼰 느낌도 있었다. 순간 그는 얼굴을 붉히고 큰 소리로 "살아 있는 사람 이야기를 교과서에 실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여기저기서 '도대체 왜 저래'라는 소리가 들렸다. 안 의원이 늘 수줍은 표정으로 조근조근 말하던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이상해 간담회가 끝나고 전화를 걸어 "언제부터 도덕 책에 나오는가" 물었다. 다음 학기부터 초등학교 도덕 책에 '컴퓨터 바이러스 의사의 나라 사랑'이란 제목으로 실린다고 했다. 바이러스 백신을 무료로 배포해 외화 낭비를 막은 그가 외국기업이 회사를 산다고 했을 때 '우리 컴퓨터는 우리가 지켜야 한다'는 신념으로 거부했다는 내용이었다.
바로 '벤처기업가, 처음으로 교과서 등장'이란 기사를 썼다. 안 의원의 말을 이해하지 못해 기사를 놓친 다른 기자들은 당황했다. 안 의원이 '다음 학기 도덕 교과서에 내가 등장한다는 연락을 받았지만 난 자격이 부족하다'라고 말했다면 그런 혼선은 없었을 것이다. 또 안 사장은 사람들이 자기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다는 것을 알지 못했던 것 같다. 그는 의지·실천력의 화신 같은 사람이지만 대화의 기술은 부족한 사람이었다.
최근 윤여준씨가 그가 거짓말을 했다고 해 논란이 일었다. 이에 대해 안 의원은 "조금 과장된 것 같다"며 "의장님 말씀을 한번 또 들어보시죠"라고 했다. '조금 과장'이란 표현은 윤씨가 그렇게 생각할 여지가 있다, 내가 뭔가 실수를 했다는 느낌이다. 그는 또 '다시 들어보자'며 윤씨에게 다시 말할 기회를 줬다. 과거 그는 이런 계산과 발언을 못했다. 안철수가 변했다. 안철수 의원은 상황을 잘 파악하고 합리적으로 이야기하는 사람이다.
표정도 달라졌다. 예전 고집 센 안철수 사장은 늘 미소 짓고 있었다. 요즘 TV를 보면 안철수 의원은 얼굴이 굳어 있다. 만약 옛날 안철수 사장과 지금 안철수 의원 가운데 한 명과 술을 먹으라면 안 의원을 택하겠다. 누가 더 매력적이냐고 묻는다면 안 사장이라고 대답하겠다. 대중도 마찬가지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