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전 서울 종로소방서 세종로119안전센터에 사이렌이 울리자 윤신혜(35) 소방사가 차고지로 뛰어가 소방차 운전석에 올라탔다. 그는 시동을 건 뒤 대원들이 소방차에 올라타는 것을 확인하고 재빨리 현장으로 출동했다. 이 모습을 본 한 시민은 "여자가 소방차를 운전하는 거예요? 진짜 소방관 맞아요?"라고 말했다. 전국 소방관 3만9500명 가운데 여성 소방관은 2602명, 그중 소방차를 운전하는 이는 윤 소방사가 유일하다.
윤 소방사는 2010년 10월 강원도 동해소방서에서 첫 근무를 시작했다. 그는 "경찰특공대 소속인 남편이 시민들을 돕는 일에 자부심을 갖고 있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며 "남편처럼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어 소방관의 길을 택했다"고 말했다. 윤씨는 2011년 11월 종로소방서로 발령을 받은 뒤 '운전을 잘한다'는 주변 칭찬을 계기로 소방차 운전에 뛰어들었다. 그는 일부러 수동 SUV를 구입해 틈이 날 때마다 운전 연습을 했고 운전학원에서 화물차·버스를 모는 연습도 했다. 덕분에 촌각을 다투는 급박한 상황에서도 지금까지 사고를 낸 적이 없다.
윤 소방사는 지난 17일 여성 소방관으로는 처음으로 소방차 운용사 1급 자격을 취득했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는 지난해부터 소방관들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경력과 시험 난이도에 따라 전문·1급·2급으로 등급을 매겨 자격증을 부여하고 있다. 아직 전문 등급 취득자는 없다. 시험 감독을 맡았던 최규태(53) 소방경은 "1급은 운전 경력 20년이 넘는 남자 소방관들도 숱하게 떨어지는 시험인데 윤 소방사가 섬세하게 장비를 조작하는 것을 보고 혀를 내둘렀다"며 "하반기 전문 등급 시험도 통과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윤씨는 "여자라서 공간지각능력이 떨어져 운전을 못할 것이라는 편견을 깨 기쁘다"며 "전문 등급을 취득해 고가 사다리차와 굴절 사다리차까지 다루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