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능세포' 조작 논란이 이어지는 일본 이화학연구소의 오보카타 하루코(小保方晴子·31) 연구주임이 박사학위 논문도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오보카타는 올 1월 간단한 조작만으로 체내의 모든 조직으로 변화하는 STAP 세포 제조법을 국제 과학저널 '네이처'에 게재, 일본 과학계의 '젊은 영웅'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그로부터 불과 40여일 만에 오보카타는 '표절과 조작 연구자'로 추락했다. 그가 2011년 와세다대에 제출한 영문 박사논문 108쪽 중 20쪽은 미국 국립보건원(NIH) 웹사이트의 내용을 그대로 표절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적 내용도 아니다. NIH가 과학을 모르는 일반인을 위해 줄기세포를 쉽게 설명한 내용이다. 연구자들은 "웹사이트를 그대로 카피, 게재한 논문이 어떻게 심사를 통과했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또 박사논문 참고 문헌도 2010년 대만 의학지에 실린 논문의 참고문헌 153건 중 38건을 순서대로 베낀 것이었다. 와세다대는 박사학위 취소를 검토 중이다.
오보카타의 네이처 게재 논문이 조작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단서도 그의 박사논문이었다. 네이처에 실린 STAP세포 사진 3장은 박사논문 사진과 일치했다. 일반 줄기세포를 다룬 박사논문의 세포 사진이 STAP세포 논문에 그대로 사용된 것이 드러나면서 조작 가능성이 나왔다. STAP세포로부터 배양했다는 태반 사진도 같은 논문에서 다른 실험으로 얻었다는 태반 사진과 일치했다.
네이처 논문에도 표절이 있었다. 오보카타가 STAP세포를 만드는 실험 방법을 설명한 내용이 2005년 독일에서 발표된 논문과 일치한다. 특히 네이처 논문에 'Kc1'이라는 의미 불명의 단어가 등장하는데 이는 독일 연구자 논문에 나오는 'KcI'(염화칼륨)의 영문자 'I'을 숫자 '1'로 잘못 적었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허술한 논문에 이름을 올린 14명의 공동연구자도 비판을 받고 있다. 공동연구자 중 찰스 버캔티 미국 하버드대 교수, 와카야마 데루히코 야마나시대 교수 등 4명은 그녀의 박사논문 심사도 담당했다.
논문 조작 논란이 커지면서 일본 최고의 연구소라는 평가를 받던 이화학연구소의 신뢰도 흔들리고 있다. 이화학연구소는 논문 발표 직후 연구자들이 STAP세포의 존재 자체에 의문을 제기했지만, "일부 실수는 있지만, 연구 성과를 철회할 정도는 아니다"며 오보카타를 옹호했다. 1917년 기업가들이 설립한 이화학연구소는 1958년 정부 출자 연구소로 승격했다. 연간 예산은 844억엔(약 8790억원)이다.
이화학연구소가 오보카타에 집착한 것은 유도만능줄기세포(iPS)로 노벨상을 받은 교토(京都)대 야마나카 신야 교수를 의식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야 교수의 유도만능줄기세포는 암세포로 변질될 가능성이 크고 제작이 어려운 것이 단점이다. 이화학연구소는 "STAP세포를 통해 이 같은 단점을 극복했다"고 주장했었다. 신야 교수의 교토대 iPS세포 연구소와 이화학연구소는 정부 지원금을 놓고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일본 정부는 10년간 1100억엔을 투자, 만능세포를 활용한 의학을 성장 산업으로 육성하기로 했다.